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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vs 미국 “너 잘 만났다”

10월 피스컵 국제여자축구대회 같은 조 편성 … 전력 떠나 자존심 건 빅게임 ‘관심 집중’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북한 vs 미국 “너 잘 만났다”

북한 vs 미국 “너 잘 만났다”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왼쪽)이 북한 축구협회로부터 받아온 위임장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10월, 북한과 미국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벌어진다. 8월10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06 피스컵 국제여자축구대회’ 조 추첨식에서 북한과 미국이 호주, 덴마크와 함께 B조에 속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위의 강팀이지만, 북한 대표팀도 FIFA 랭킹 7위로 만만치 않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양국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여자축구경기 그 이상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8개의 대회 참가국 중 개최국인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과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등 4개국은 A조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선문평화축구재단’(이사장 곽정환·이하 재단)이 북미 간 축구대결을 성사시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회를 준비한 재단은 올해 초까지 개최국 한국과 6개 대륙별 대표국, 그리고 북한 등 8개국의 여자대표팀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들 가운데 재단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주변 정세가 급랭,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조 추첨 사전에 짰나, 아니면 우연인가



그 직후 대회 참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이 전한 북한 내부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재단 측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사장이 북한을 다녀온 뒤 북한이 참가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 있는지를 묻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대안은 없다. 북한이 참가하지 않는다면 이 대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팀은 이번 대회에 참가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 개최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륙별 대표국가도 아니다. 재단이 북한팀을 특별초청하기 위해 내세운 명분은 ‘평화구현’. 따라서 북한팀이 참가하지 않는다고 대회가 무산될 이유는 사실 없다. 그럼에도 재단이 북한의 참가 여부를 대회 개최 여부와 동일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이번 대회가 북한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박 사장은 7월 말에 다시 북한을 방문했다. 조 추첨식을 앞두고 북한 측 관계자가 직접 참석하기 어려우면 최소한 ‘위임장’이라도 받아와야 했기 때문. 북한 전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수천 명의 수해민이 발생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 악조건을 뚫고 박 사장은 북한 측으로부터 결국 위임장을 받아왔다.

재단 안팎에서는 “반드시 미국과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으로 박 사장이 북한을 설득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재단 한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자신 있는 분야가 얼마나 되겠느냐. 그나마 축구는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전쟁이 나도 경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이를 부인했다. “추첨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인데, 어떻게 의도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맞붙을 수 있도록 하겠느냐. 다만 참가팀 가운데 북한과 미국, 두 팀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최소한 결승전에서 대결할 가능성은 있을 듯하다”는 것.

하지만 조 추첨 결과가 이미 사전에 짜여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사를 주관한 피스컵코리아 조직위원회가 조 추첨에 앞서 작성한 문건 내용 중 일부다. ‘대륙별 FIFA 랭킹 최상위 팀들이 펼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여자축구 페스티벌. 한국-브라질 전, 미국-북한 전 등 초미의 관심사가 될 Big-Game 구성.’ 이 내용이 조 추첨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어찌됐든 북한과 미국의 경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는 또 다른 전쟁이다.



주간동아 549호 (p56~56)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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