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2006.08.22

패션의 향연, 예술을 걸치다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8-16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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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의 향연, 예술을 걸치다

    1. 사라 문, 몽환적인 ‘인상주의’적 사진. 이세이 미야케의 의상 촬영.

    동시대-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센슈얼(sensual)’한 역설은, 미술이 돈으로부터 순수해지겠다고 다짐하면 할수록 돈에 탐욕스러운 작품을 생산한 반면, 산업디자인과 광고사진이 상업적 목적을 상실하거나 아예 상업주의에 저항함으로써 전위예술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점이다. 이제 순수미술 작가와 상업사진 작가 사이의 구분은 모호해졌고, 미술 작가가 패션쇼와 부티크를 연출하거나 상품이 미술의 오브제가 되는 일은 무척이나 흔하다.

    도저히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오트쿠튀르 컬렉션, 의도적으로 역겨움을 연출한 패션쇼의 퍼포먼스,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패션사진 등은 상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순간적인 ‘스펙터클’을 통해 패션의 가장 새롭고 창조적인 면을 관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시어터 오브 패션(Theatre of Fashion)’은 프랑스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는 패션사진 작가 16명의 사진과 화보집, 영상을 전시하는 기획전이다. 이들은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 요지 야마모토,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 당대 최고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안과 밖을 촬영함으로써 종합예술로서의 패션쇼 순간을 잡아냈다. 전시작들은 다큐멘터리와 초현실주의 회화, 종교화 및 인물화 등의 영향을 보여주면서도, 미학적 연출을 통해 사진이 독창적인 예술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전시작들은 국립프랑스예술기금 소장작들이며,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이기도 하다. 9월30일까지, 대림미술관,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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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라리비에르, 초현실적이고 괴기한 '미장센'의 패션 화보.



    패션의 향연, 예술을 걸치다

    3.프랑수아즈 위기에, 세계보도대상을 수상한 르포 작가에서 패션사진 작가로 옮겨와 80년대 패션사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컬렉션 촬영.<br>4. 사라 문, ‘보그’를 위한 소니아 리키엘 의상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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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 페렝, 거대한 패션 건축에 선 모델의 고독감을 보여주는 ‘후기자본주의 7’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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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라르 위페라, 절묘한 순간을 포착한 패션 다큐멘터리(좌).<br>낸시 월슨 파직, 설치작가에서 패션사진 작가가 됐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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