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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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하는 레바논 “神은 죽었다”

이스라엘, 국경 30km까지 확보 지상작전 … 헤즈볼라 강력저항 민간인 피해 속출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6-08-16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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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곡하는 레바논 “神은 죽었다”

    레바논 남부로 진군한 이스라엘 군.

    당초 1~2주일이면 끝날 것으로 전망되던 레바논 사태가 벌써 한 달째로 접어들었다. 더욱이 이스라엘 내각이 8월2일 지상군 작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안을 승인해 이번 사태는 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계획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30km 북쪽에 위치한 리타니 강까지 밀고 올라가 이른바 완충지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헤즈볼라 로켓 공격의 사정거리가 30km 이상으로 늘어나 이스라엘 중부 지역까지 위협을 받게 되자 내린 결정이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이스라엘은 6년 만에 또다시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게 된다. 이스라엘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18년간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바 있다. 당시에도 팔레스타인인민해방군(PLO)과 헤즈볼라의 거듭된 로켓 공격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

    현재 이스라엘 지상군은 국경 6~10km 내에서 작전 중이다. 이를 30km 지점까지 확대한다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 개전 초부터 이스라엘 군부에서는 이 같은 작전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IDF(이스라엘 방위군) 병사의 인명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내각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사태 발발 한 달째 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100여 명의 이스라엘 측 사망자 가운데 IDF 병사가 60명이 넘는다. 레바논 남부 지역은 산악지대로 수많은 계곡과 동굴이 있는 데다 헤즈볼라가 설치해놓은 지하벙커 및 부비트랩 등이 산재해 있어,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이러한 지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최상의 전력을 자랑하는 정규군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레바논 국민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헤즈볼라 간의 싸움이다. 둘 사이의 갈등에서 레바논은 철저히 제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레바논 민중이다. 레바논의 처지에서 보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전쟁 발발 한 달째 되는 시점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700명 이상 피해를 당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레바논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레바논 민중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놀음에 불과하다.



    통곡하는 레바논 “神은 죽었다”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절규하는 레바논 여성.

    레바논은 지중해변에 위치해 있고 고도가 높아 사막에 둘러싸인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여름철 기후가 서늘하다. 그래서 늘 부유한 페르시아만 연안의 산유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중동 최대의 휴양지이자, 중동지역 금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5년에 발발한 내전은 이 같은 레바논의 번영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15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레바논은 중동지역 최악의 빈국 중 하나로 전락했다. 한때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던 수도 베이루트는 폐허가 됐다.

    내전이 종결된 1990년 이후 레바논의 역사는 국가재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너진 집과 일터, 공항, 항만, 도로 등 국가 기반시설을 복구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은 GDP(국내총생산)의 120%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래도 희망이 보였던 것은 올 상반기 관광수입이 지난 30년 이래 최고치에 달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서히 경제부흥의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이러한 장밋빛 꿈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한번 산산조각 났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그동안 애써 복원한 국가 기간시설이 일순간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교전 초기 공항, 항만, 도로, 교량, 발전소 등 국가 기간시설에 폭격을 집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시설이 헤즈볼라의 공격과 재무장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폭격은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지상군을 투입해 헤즈볼라의 거점 파괴에 나섰다. 거점 파괴란 마을을 차례차례 소개(疏開)하는 것이다. 먼저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공중폭격을 가한 후 지상군이 들어가 정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미처 피난 가지 못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피난을 가려 해도 도로와 교량이 이미 파괴돼 이동이 쉽지 않다. IAF(이스라엘 공군)가 피난 행렬을 헤즈볼라 측으로 오인해 폭격을 가한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해 피난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대체 이스라엘은 무슨 명분으로 헤즈볼라와 상관없는 레바논 민중과 국가 기반시설을 향해 폭격을 가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일으키는 소요에 대해 레바논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와 내각에 진출해 있는 정치정당이기도 하므로 레바논 정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레바논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559호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1559호는 레바논에 있는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와 레바논 정규군을 제외한 모든 무장단체의 무장해제를 명하고 있다. 또한 레바논 전역에 대한 통제권을 레바논 정부가 가질 것을 명하고 있다.

    국제사회 즉각적인 휴전 요구

    그러나 이러한 이스라엘의 주장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의 공중폭격에 단 한 발의 대공포도 쏘아올리지 못한 레바논의 대응이 이를 단적으로 뒷받침한다. 즉,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를 제어할 힘을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레바논 정규군은 6만여 명에 달하지만 이는 수치상에 불과할 뿐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데다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레바논 정부가 섣불리 헤즈볼라에 대한 무장해제에 나선다면 또다시 내전이 발발할 위험성도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작전 확대가 실행되면 전쟁은 최소 한 달 이상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한 세대의 절반을 내전으로, 나머지 절반을 그 복구로 보낸 레바논 민중들이 또다시 그만큼의 시간과 정력을 전쟁 복구에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전쟁은 절대 길어져서는 안 된다. 이미 유엔에서는 즉각 휴전과 레바논 남부에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내놓고 양국 사이의 이견을 조율 중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미국이 이번 이스라엘의 결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을 보면 사태가 외교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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