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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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미세분말로 만든 전두부 아시나요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입력2006-06-21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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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미세분말로 만든 전두부 아시나요

    전두부

    몇 주 전에 밝혔듯이 맛 칼럼니스트 일은 취미다. 맛 칼럼 쓰는 일이 본업이 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원고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 관련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의 사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맛 칼럼을 써서 웬만한 월급쟁이만큼 번다면 나는 당장에라도 본업으로 삼을 것이다. 취미가 본업이 될 수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오늘은 내 본업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써도 될까(간접광고로 읽힐 수 있으므로) 퍽 고심했는데, 글 내용이 칼럼 성격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밀어붙이기로 했다.

    내 본업은 발해농원㈜대표이사다. 발해농원은 러시아 연해주에 4억2000만 평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영농법인의 생산물을 가공하여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다. 연해주 농장에서는 국내에서 파견된 일꾼과 일제강점기부터 그곳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 현지 러시아인이 함께 일하고 있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콩, 밀, 귀리, 옥수수, 메밀, 쌀 등이다. 대부분 러시아 현지에서 소비되고 일부 국내로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 농산물 중 자급률이 극히 떨어져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입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발해농원에서 주력 농산물로 삼고 있는 것은 콩이다. 연해주가 콩의 원산지라서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아도 농사가 잘되기도 하거니와 국내 콩 자급률이 7%밖에 되지 않으므로 우리 자본과 인력으로 운영하는 해외 농장에서 콩을 들여오는 일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발해농원을 설립하면서 먼저 콩 가공식품에 대해 연구했다. 간장, 된장, 청국장, 두유, 두부 등. 사실 한국의 식품산업 수준은 선진국에 든다.



    콩 음식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부터 챙겼는데, 그게 두부다. 10여 년 음식 취재를 하면서 빼놓지 않고 가보는 식당이 손두부집이다. 두부 맛이야 다 비슷비슷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집집이 다 다르고, 한 집 두부도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콩이냐에 따라, 콩을 불리고 삶고 짜는 기술에 따라, 간수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내가 두부를 좋아해서 그런지 맛있는 두부를 만났을 때의 희열은 대단한 것이었다. 강원 내린천 민박집, 경남 합천 송씨네, 강릉 초당동 할매집의 두부 맛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일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두부는 그 식당에 가서나 맛볼 수 있는 것이지 시중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갓 만든 두부 맛을 공장 시판 두부가 어찌 쫓아갈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가마솥 걸어놓고 두부 만들어 팔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해서 일본에 가보았다. 일본의 시판 두부 종류는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다. 1인당 두부 소비량이 한국의 2배에 이르는데, 그들은 주로 생으로 먹고 우리는 요리에 넣어 먹고 하는 차이에 따른 결과이지 싶다.

    하여간 우리보다 두부 종류가 많은 일본에 며칠 머물면서 두부만 먹고 다녔다. 그러다 내 입을 놀라게 한 두부를 발견했다. 콩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두부, 이때까지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두부였다. 포장지에 ‘全粒(전립)’이라고 써 있었는데 콩을 미세분말로 만들어 그대로 굳힌 두부라고 설명돼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자료를 찾으니 콩을 미세분말로 갈아 만든 두부를 일본에서는 전립두부라고 하고 우리 식품공전에는 전두부(全豆腐)라고 기록돼 있었다. 이 전두부를 만드는 기술은, 여기저기서 개발했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일본에서 맛본 그 두부를 실현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일본의 전립두부가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이 넘었다는데 아직 대량생산 설비를 완성시킨 기업이 없었다. 기술은 말이나 글로써 주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그 기술이 실현돼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여 콩 분쇄기술 확보에서부터 전두부 대량생산 설비까지 온갖 실험을 하며 완성해나갔다.

    전두부 시판을 앞두고 나는 소비자 만나는 일을 즐기고 있다. 서울 본사 사무실 앞을 무료 시식 쇼룸으로 꾸며놓고 전두부 요리를 내고 있는데, 맛있어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 www.bohaifarm.co.kr에 자세한 약도가 있다. ‘주간동아’ 독자에게는 무료로 전두부 한 모씩을 드리겠다. 02-73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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