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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근 특파원의 파리 통신

존경받는 언론인 쥘리 사퇴압력 받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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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언론인 쥘리 사퇴압력 받은 까닭은

6월14일은 월드컵 G조 예선 두 경기가 벌어진 다음 날이다.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의 무승부 소식, 한국과의 다음 경기에 대한 예상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처럼 다른 뉴스 대부분이 월드컵 소식에 묻히는 분위기 속에서 미디어 관련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리베라시옹의 세르주 쥘리, 물러날 듯.’

리베라시옹은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신문이다. 쥘리는 1973년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리베라시옹을 창간한 인물로 현재 리베라시옹의 사장이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오랜 세월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언론인으로 꼽힌다. 또한 보도, 편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줘 기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6월13일 대주주를 만난 뒤 “사퇴 권고를 받았다. 내가 떠남으로써 회사가 정상화된다면 장애물이 될 생각은 없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리베라시옹의 대주주는 세계적 금융가문의 한 사람인 에두아르 드 로쉴드. 그는 지난해 리베라시옹의 지분 38.8%를 인수했다.

리베라시옹 안팎에선 쥘리 사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기자들은 여전히 그를 존경하고 있지만 파산 직전까지 이른 현실 때문에 무작정 그를 옹호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리베라시옹은 68학생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목적으로 창간됐다. 쥘리 사장 역시 68혁명 세대이면서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자)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중도좌파 쪽으로 궤도가 조금 수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진보 성향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리베라시옹의 타깃 독자층도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이와 진보적 지식인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제가 심각해졌다.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젊은 층이 점점 신문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2000년 발행 부수가 하루 17만1000부였는데 지난해 13만7000부로 줄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외부 자본에 의해 이제 편집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리베라시옹의 기자들은 14일 곧바로 성명을 내고 “편집에 개입하지 말라”고 대주주에게 경고했다.

다른 언론사들에도 이번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르 몽드, 르 피가로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신문들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인 상태이기 때문. 과연 편집권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태의 추이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간동아 2006.06.27 541호 (p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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