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8

2006.06.06

또 구속 … DJ 방북길 동행 물거품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6-01 13:1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또 구속 … DJ 방북길 동행 물거품

    5월25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등의 사건에 관한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주거 제한 상태에 있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꿈은 ‘평양을 다시 방문하는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실무 주역이었던 그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꼬인 햇볕정책을 반석에 올려야 한다는 소신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해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마지막 정치적 소임이자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판단한 것.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박 전 실장은 DJ의 6월 방북단 합류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DJ도 기꺼이 허락했다고 한다. 동교동 한 관계자에 따르면 DJ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물론 박 전 실장에게도 “자네가 같이 가야지, 누가 가겠는가”라며 힘을 북돋웠다고 한다.

    박 전 실장은 최근까지 동교동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살았다. 그는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전략 및 회담 과정의 비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경험과 경륜은 6월 방북 전략의 좋은 밑거름이다. 기찻길 방북이 막혔지만 ‘국민의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양축이었던 박 전 실장과 DJ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실장은 방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몸도 만들었다. 아침저녁으로 한강둔치를 걸어다니며 체력을 다졌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실장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5월25일 현대그룹 비자금 150억원 건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알선수재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이 선고됐기 때문. 2003년 6월 대북송금 특검에 의해 긴급체포된 이래 2년 8개월, 햇수로 4년째 법정 싸움을 벌여온 박 전 실장은 이날 다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박 전 실장은 당초 구속을 생각하지 않은 눈치다. 동교동 측은 ‘150억원 수수는 무죄, 알선수재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예상했고 박 전 실장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그의 기대를 외면했다.



    박 전 실장의 구속은 동교동의 충격으로 이어졌다. 동교동 비서 출신인 김옥두 전 의원은 “어른(DJ)의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최경환 비서관은 “1년여 형을 살았고 보석 상태인데 법정구속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구속으로 DJ의 방북길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오직 박 전 실장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대타’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DJ가 내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전 실장은 구속되면서 ‘꽃과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읊었지만, 동교동에서는 DJ와 박 전 실장을 ‘실과 바늘’로 본다.



    뉴스피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