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IT 기술의 ‘재앙’ … ‘셀프 흥신소’ 시대 개막

온-오프라인 통한 특정인 정보 파악 ‘식은 죽 먹기’ … 분쟁 생기지 않는 한 법적 제재 어려워 사실상 무대책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5-17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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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기술의 ‘재앙’ … ‘셀프 흥신소’ 시대 개막
    문제의 술집은 룸살롱이 아니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다. 장소도 카페 안의 방이다. 의원께서 그 카페에 간 건 총 세 번이다. ‘몰래 카메라’에 찍힌 날은 3월20일쯤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당시 상황은 의원님 본인이 복기(復棋)를 해야 알 것 같다. 의원님은 ‘몰카와의 전쟁’도 고려할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5월3일 인터넷에 공개된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의 ‘술자리 동영상’과 관련, 의원실 관계자는 9일 이렇게 해명했다. 풀 버전이라면 촬영시간이 2시간에 이를 텐데도 그중 의혹을 살 만한 51초만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사와 인터넷에 유포한 점, 카메라폰이 아니라 고성능 소형장비로 촬영한 점, 상대방이 보이지 않게 촬영하고 음성 또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3월에 찍은 것을 5·31 지방선거에 임박해 공개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정치공작’ 냄새가 물씬하다는 것이 박 의원 측의 주장이다.

    신용카드 사용 휴대전화 통보 “여보, 꼼짝 마”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촬영해 유포했는지는 공식 수사가 이뤄져야 밝혀질 일. 하지만 11년 전 14대 국회 당시 ‘꼬마 민주당’ 소속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를 폭로해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일약 정가의 주목을 받았던 박 의원으로선 어쨌든 도덕성에 적잖은 흠집을 남기게 됐다.

    은밀한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의 타깃이 박 의원 같은 공인에 국한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박 의원의 사례와 달리,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특정인의 정보를 캐내는 행위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얼마든지 넘쳐난다. 특정 인물의 사생활을 추적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흥신소에 의뢰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른바 ‘셀프 흥신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5년 전 결혼한 회사원 이수연(가명·32) 씨는 신혼 초부터 낭비벽이 심한 남편 때문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남편의 밥값과 술값 지출이 매달 만만치 않은 데다 퇴근 후 ‘수상한 장소’도 종종 드나드는 것 같았기 때문.

    그러던 이 씨는 지금 느긋한 마음으로 남편의 행적을 지켜보고 있다. 올 초 새내기 신부가 된 학교 선배에게서 기발한 감시법을 ‘전수’받은 덕분이다. 남편의 신용카드 승인이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로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가 오게끔 해놓은 것. 남편 카드의 인터넷 홈페이지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이런 ‘기습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이를 까맣게 모르던 남편. 거짓말까지 해가며 낭비생활을 이어가다 드디어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자기, 오늘 어디서 30만원 긁었어?” “회사(광화문) 부근 호프집에서 양주 한 병 시켰더니….” 그러나 이 씨의 휴대전화 SMS에 찍힌 업소의 소재지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동에서 당신을 본 사람이 있다던데?”

    남편은 이 씨가 혹시 심부름센터를 통해 자신을 추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어디서 자동차 주유를 했는지, 술을 마셨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 “안마시술소에 가는 등 평소 ‘안 하던 짓’을 했다면 경을 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남편은 결국 낭비벽을 청산했다.

    회사원 강모(28) 씨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관심인물을 찾아낸 경우다. 3월 업무상 생면부지의 K(31) 씨와 반드시 접촉해야 했지만, 아는 정보라곤 K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뿐.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떼면 주소를 확인할 수 있지만, K 씨의 위임장 없인 이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강 씨는 K 씨의 회사 이름은 물론 휴대전화 번호까지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동원했을까. 강 씨는 우선 네이버, 다음, 벅스뮤직, SK텔레콤, 아이러브스쿨 등 웬만한 사람이면 다 가입했을 법한 사이트의 로그인 페이지에서 ‘아이디/ 비밀번호 찾기’를 검색했다. 사이트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찾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가입 당시 입력한 아이디와 e메일 주소를 알 수 있다.

    강 씨는 이 방법으로 K 씨가 자주 쓰는 아이디와 e메일 주소를 확인하던 중 특이한 e메일 주소를 하나 발견했다. 아이디는 똑같은데, @ 뒤의 주소가 생소한 ‘쭛쭛쭛.com’이었던 것. ‘쭛쭛쭛.com’을 클릭하자 한 대기업 계열사 홈페이지가 떴다. 이 회사 대표전화를 통해 교환원과 통화한 강 씨는 K 씨가 그 회사의 직원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엔 모 포털사이트에서 K 씨의 이름과 회사명을 함께 검색했다. 그랬더니 이내 그의 회사 전화번호, 휴대전화 번호, e메일 주소가 적힌 웹페이지가 떴다. 이는 K 씨가 2년 전 회사의 채용담당 업무를 맡으면서 입사지원자들을 위해 자신의 연락처를 공개한 웹페이지. 이렇게 해서 강 씨가 K 씨의 연락처를 찾아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블로그·미니홈피 줄줄 새는 내 정보 수두룩

    위의 두 사례는 타인의 재산 상태나 개인신용 등을 비밀리에 조사해주는 흥신소의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복잡한 의뢰 과정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누리꾼(네티즌)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타인의 정보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곳에선 ‘나도 몰래 줄줄 새는 내 정보’가 수두룩하다.

    회사원 변모(29·여) 씨의 취미는 ‘뒷조사’다. 그는 싸이월드의 ‘회원찾기’ 코너에 자신이 찾는 사람의 이름과 태어난 해(생년)를 입력하면 그 사람의 미니홈피를 금세 찾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겨울 한때 밤을 세워가며 뒷조사에 열을 올렸다. 관심인물의 미니홈피 ‘사진첩’에 올라 있는 사진과 ‘방명록’이나 ‘게시판’에 게재된 글들, 그리고 관심인물과 이른바 ‘1촌’으로 맺어진 이들의 미니홈피들을 은밀히 순례하며 관심인물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엿보는 즐거움을 만끽한 것.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가까운 사람부터 시작해서 초·중·고교 동창, 헤어진 남자친구의 미니홈피까지 샅샅이 뒤졌죠.”(변 씨)

    변 씨는 옛 남자친구의 미니홈피에서 그의 새 여자친구 사진을 발견하고는 “뭐 저런 ×이랑 사귀냐? 한심한 놈!”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단다. 고등학교 때 싫어했던 친구의 뚱뚱해진 모습을 여기저기 퍼나르며 통쾌함도 맛봤다.

    변 씨의 인터넷 뒷조사는 오프라인 수다에서 화젯거리로도 등장한다. “××가 훤칠하게 변했더라. 쭛쭛기업 다닌대.”

    미니홈피의 ‘파도타기’ 기능을 적극 활용해가며 ‘싸이질’로 남의 뒷조사에 열을 올리는 변 씨는 그러나 자신의 정보만큼은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싸이월드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 없는 외국인명을 사용해 그의 이름은 좀처럼 검색되지 않는다. 절친한 친구들만 아는 그의 미니홈피에서 그는 올해 세 살배기로 위장한 채 ‘쭛쭛쭛’라는 영어식 이름을 쓴다.

    IT 기술의 ‘재앙’ … ‘셀프 흥신소’ 시대 개막

    막강한 검색능력으로 누리꾼들이 즐겨 찾는 구글 사이트.

    애인이나 친구 간 위치를 서로 알려주는 통신업체의 ‘친구찾기’ 서비스는 학부모들의 필수 가입 서비스로 정착되고 있다. 중·고생 자녀 몰래 친구찾기 서비스를 신청한 뒤 그들의 동선(動線)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

    송모(44) 씨는 늦은 밤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온다지만 왠지 어디에서 놀고 온 것 같은 딸(16)을 감시하는 데 친구찾기 서비스 덕을 톡톡히 봤다. “모든 걱정이 사라졌어요. 애들 감시하는 데는 이게 최고죠.”

    지난겨울엔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앞에서 남학생들과 어울리고 있는 현장을 덮쳐 ‘응징’을 하기도 했다. 딸은 순간 황당했고, 자신도 모르게 친구찾기 서비스에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친구찾기’ 서비스는 부부들도 곧잘 ‘애용’하는데, 서로의 동선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정보 획득 사례들에 불법적 요소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합법적으로 얻은 정보라도 자칫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웹칼럼니스트 이강룡 씨는 무엇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자녀들의 사진을 올리는 것만큼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는 소박한 행위라 해도, 익명의 누리꾼이 해당 사진을 출력해 유괴 등 범죄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 기술의 ‘재앙’ … ‘셀프 흥신소’ 시대 개막

    통신업체의 ‘친구찾기’ 서비스는 자녀들을 감시하는 데도 쓰인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오른 글이나 사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올린 당사자에게 있다. 스스로 올려놓고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다.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자료는 올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 씨는 “적극적으로는 인터넷상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관련 법규 마련과 대(對)국민 캠페인이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누리꾼 스스로 개인정보 관리를 잘하면 문제 발생의 소지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한다.

    물론 타인의 정보에 접근하는 일이 부정적 영향만 끼치는 건 아니다. 직장인 정모(30) 씨는 유력 검색 사이트인 ‘구글’(www.google. co.kr)을 통해 13년 전에 만났던 일본 여성 M(31) 씨와 재회해 ‘평생 동지’의 꿈을 가꿔나가고 있다.

    M 씨를 처음 만난 때는 1993년. 당시 고2였던 정 씨는 독일정부가 주최한 ‘교육 교환사업’의 한국대표로 뽑혀 한 달 동안 현지 연수를 받았다. 독일정부의 교육 교환사업은 전 세계 독일대사관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각국의 고교생들을 선발해 독일 여행 및 연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고교생 M 씨를 만나 사귀게 된 정 씨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M 씨와 편지를 주고받고 통화도 했다. 그러던 중 피아노를 전공한 M 씨는 독일 유학을 떠났고, 정 씨 또한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서로 연락이 끊겼다.

    그 후 12년이 지난 2005년 여름, M 씨와의 추억을 잊지 못한 정 씨는 무심코 검색해본 구글 사이트에서 M 씨의 사진과 프로필이 담긴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도쿄의 한 클래식 음악클럽 홈페이지였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M 씨는 2003년에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 연주활동과 함께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었다. M 씨의 e메일 주소도 나와 있었다.

    “한참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e메일을 보냈어요. 3개월이나 지나서 답장이 왔는데, 제 e메일을 받고 무척 놀라고 반가웠으며, 도쿄에 올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는 내용이었죠.”

    올해 2월 도쿄에서 재회한 M 씨와 정 씨는 13년 전 첫사랑의 풋풋한 연인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장래를 약속하는 사이가 되었다.

    정 씨의 사례에서 보듯, 구글 사이트의 검색능력은 단순한 자료 검색 수준을 넘어선다. 불특정 다수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그대로 노출돼 자신의 정보를 검색당하는 당사자에겐 때론 ‘위협적’일 수도 있다.

    기자가 업무관계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한 홍보대행사 직원(30)의 e메일을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자 그가 2003년 11월 한 펜션의 게시판에 올린 예약 문의글까지 검색됐다. 이런 사실을 알려주자 그 직원은 “깜짝 놀랐다. 부모님도 모르게 친구들과 스키여행을 간 건데, 어떻게 알아냈느냐. 앞으로는 인터넷상에 절대 e메일을 남기지 않겠다”며 황당해했다.

    구글에 유독 사생활 정보가 많은 까닭은 사이트를 미국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통제하기 힘든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과 사생활 정보를 거르는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국내 인터넷 포털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자가 지난 4월 휴가 때 찾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한 30세 여성의 네이버 블로그. 이 블로그를 통해 그가 한 대중가수의 열혈 팬이며, 모 일간지에 영화감상평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자는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일간지에 게재된 그의 이름과 키워드가 될 만한 단어들을 조합해 몇 차례 검색창에 써넣자, 그가 가입한 한 자동차동호회 홈페이지를 통해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생년월일, 거주지, 소유 차량의 번호까지 줄줄이 딸려나왔다.

    몇 차례 검색창에 이름 치자 휴대전화 번호·생년월일까지 파악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관계자는 “2005년 12월 한 달간 포털사이트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은 결과 400여 건이 접수돼 해당 사업자에게 삭제 요청을 한 바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실질적 피해가 입증되면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분쟁이 생기지 않는 한 단순한 정보 노출 자체만으로는 법적 제재가 어렵다”고 밝힌다.

    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올해는 아직 신고가 뜸하지만 지난해에는 블로그에 쓴 비밀일기가 다른 누리꾼에 의해 공개되거나 성형외과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등의 프라이버시 침해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원천 차단하는 수단은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관심인물에 대한 웬만한 정보와 사생활을 훔쳐볼 수 있다. ‘셀프 흥신소’는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저격수’ 주의보!

    누리꾼 퍼나르기 … 정보 안전 누구도 장담 못해


    3월,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계약직 여교사를 2개월 전 성폭행한 서울 모 중학교 교사와 주변 인물의 실명 및 사진이 인터넷에 떴다. 2005년 4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인기그룹 ‘클릭 B’의 멤버 김상혁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했지만 뒤늦게 술을 마신 사실이 발각됐다.

    이질적인 이 두 사건의 공통분모는 뭘까. 바로 ‘누리꾼의 저격’이다. 전자는 사건 피해자가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한 사이트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추적’에 의해 사건 관계자의 사진과 실명이 공개됐다. 후자는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 부인과 언론에 보도된 당시 사건 정황에 의문을 품은 누리꾼들이 김 씨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긴 사람들을 역추적, 김 씨의 한 지인이 또 다른 친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남긴 글에서 김 씨가 술을 마셨다는 결정적 단서를 포착해 경찰에 넘긴 덕분에 진실이 밝혀졌다.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에게 화제의 인물이나 유명인의 블로그 및 미니홈피는 이처럼 그들의 부정한 행위를 찾아내 세간에 퍼뜨리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범인(凡人)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회사원 K 씨는 2년 전쯤 한창 재미를 들이던 미니홈피를 폐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팀장이 자신의 퇴근 후 행적을 줄줄이 꿰고 있었기 때문. 알고 보니 팀장 부인이 매일 팀원들의 미니홈피를 찾아가 ‘방명록’과 ‘사진첩’ 등을 들춰보며 그들의 사생활을 파악해 남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야근은 하지 않고 일찍 퇴근해서 놀러 다닌다”고 은근히 ‘갈구는’ 팀장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K 씨는 더 이상 사생활 침해를 당하기 싫어 결국 ‘싸이질’을 접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이런 ‘어두운 그림자’는 미국에선 이미 사회문제화됐다. 인터넷상에 올린 글 때문에 해고됨을 뜻하는 ‘dooced’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dooced’라는 말은 2002년 자신의 블로그에 회사와 동료를 욕하는 글을 올렸다 발각돼 해고당한 한 직원의 블로그 이름에서 유래됐다. 델타항공의 한 스튜어디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항공기 내에서 유니폼을 입은 채 브래지어가 살짝 드러난 자세로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회사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익숙한 블로거들이 자신의 글과 사진에 책임을 지지 않는 한, 개인 미디어로 각광받는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때로 부메랑으로 날아들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사람의 삶을 바꿔놓았지만, 인터넷 윤리나 관련 제도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에서도 ‘dooced’에 필적할 만한 신조어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저격수’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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