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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 제국 침투 작전 성공할까 - 6월20일

조별 예선 48경기 관전 포인트

게르만 제국 침투 작전 성공할까 - 6월20일

● 에콰도르 vs 독일 ● 시간 16 : 00(한국 23 : 00) ● 장소 베를린

에콰도르。참가 횟수 : 2회。최고 성적 : 조별리그。FIFA 랭킹 : 39위 。16강 가능성 : ★★★ 。우승 가능성 : ★★

독일。참가 횟수 : 16회。최고 성적 : 우승(1954, 74, 90년) 。FIFA 랭킹 : 19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이제 조별 리그의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 전체 8개 조 중에서 일찌감치 16강을 결정지은 팀이 있는가 하면 경비라도 줄이기 위해 호텔의 체크아웃 시간을 당기는 팀도 생긴다. 더 이상의 90분은 남아 있지 않은 이 마지막 경기에서도 누군가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빼놓고 잠시 종적을 감출 것이다.

그들에게도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두 차례의 90분이 제공됐으나 폴란드와 코스타리카는 만만치 않은 전력이었다. 이전 두 경기에서 에콰도르는 이변의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만 나오라는 법 있느냐며 90분을 45분처럼 압축하여 뛰었다. 독일과의 경기는 더 버겁게 마련이다. 16강 진출에 실패할지언정 에콰도르는 90분을 120% 충전시켜 뛰어야 한다.



상대적 약체의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수아레스 감독은 지키는 축구가 아니라 골을 넣기 위한 공세적인 스타일로 밀어붙일 것이다. 그는 델가도를 전형적인 붙박이로 활용하겠지만 결국 골은 그의 동료들이 넣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델가도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살라스의 섬세한 드리블이 막힐 경우 수아레스는 과감히 백업 요원들을 총동원할 것이다. 미드필드에서 상대 팀의 공을 가로채는 능력이 뛰어난 멘데스도 그중 한 명. 멘데스는 가로챈 볼로 델가도를 활용한 공간의 역습은 물론 놀라운 스피드를 이용해 측면으로 침투하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그는 지역예선에서 상대 수비 한두 명은 언제든지 제치고 돌파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장신의 독일 수비수들은 탄탄한 지역방어 능력에도 어깨 밑으로 파고드는 라틴형 공격수에게 취약하다. 이 점을 수아레스 감독은 16강 진출의 한줄기 빛으로 여길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여유 있게 관전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와 동료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기력에 홈경기의 이점을 더해 16강의 문을 절반쯤 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별 리그의 특성상 클린스만이 벤치워머들에게 두루 기회를 주는 식의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조별 리그. 만약 앞의 두 경기에서 폴란드에 밀리고 코스타리카에 고전해 무승부가 되었다면 마지막 경기를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무승부에 따른 승점 3점은 한 번도 지지 않은 채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비극적 운명이다.

승점에서 다소 여유가 있다면 클린스만은 자국 팬들이 2002년의 성과를 뛰어넘길 바라기 때문에, 즉 우승을 원하기 때문에 결코 무리한 경기 운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네 번을 더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판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동시에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이 에콰도르가 노리는 마지막 허점이다. 탄탄하게 지키려는 독일의 빈틈을 델가도와 그의 동료들이 어떻게 침투할지가 조별 리그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다.

예선 18경기 풀타임 소화 ‘철인 중의 철인’

히오반니 에스피노자(에콰도르·오른쪽) 에콰도르가 치른 18차례의 예선 경기에 단 한번도 예외 없이 선발로 뽑혔을 뿐 아니라, 그렇게 출전해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에스피노자는 32개국 선수 중에서도 최고의 ‘철인’이라고 부를 만한다. 과감한 경기 스타일 때문에 자주 파울을 범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에콰도르는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의 막강 화력을 방어하지 않으면 1승의 꿈도 꿀 수 없는 처지 아닌가.

침착·강력한 준비된 킬러

루카스 포돌스키(독일) 독일로서도 마지막 경기다. 상대는 약체 에콰도르. 모든 화력을 집중할 터인데 그 중심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독일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포돌스키가 있다. 분데스리가 2부 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문전 앞에서 침착하고 강력한 슛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선수. 발라크와 다이슬러의 효율적인 패스만 성공한다면 포돌스키가 골을 넣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 폴란드 vs 코스타리카 ● 시간 16 : 00(한국 23 : 00) ● 장소 하노버

폴란드。참가 횟수 : 7회。최고 성적 : 3위(1974, 82년) 。FIFA 랭킹 : 28위 。16강 가능성 : ★★★ 。우승 가능성 : ★★

코스타리카。참가 횟수 : 3회。최고 성적 : 16강(1990년)。FIFA 랭킹 : 26위 。16강 가능성 : ★★ 。우승 가능성 : ★★

2월12일 코스타리카는 한국과 평가전을 했다. 관중석에서는 독일의 클린스만 감독과 폴란드의 기술진이 코스타리카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 평가전에서 귀마래스 감독은 고참 공격수 완초페 대신 스페인 데포르티보에서 뛰고 있는 신예 사보리오를 투입했다. 미드필더에는 에르난데스가 공격 루트를 열기 위해 분전했다. 결과는 1대 0 코스타리카 승리.

한국의 관점에서 이 평가전은 ‘10번의 기회를 못 살리고 단 한 번 슛으로 패’한 경기다. 그러나 코스타리카 관점에서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상대 팀의 공격을 너끈히 막아내고 단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쟁취한 경기였다. 관중석의 독일과 폴란드 관계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귀마래스는 본선 조별리그의 전반적인 운영 방침을 세웠던 것이다. 첫 경기 상대 팀 독일, 그리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의 폴란드에 대해 귀마래스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2002년 이후 그가 잠시 대표팀을 물러난 사이 코스타리카는 1차 지역예선에서 약체 쿠바와 온두라스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최종 지역예선에서도 멕시코와 미국에 연패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와는 무승부를 기록하고 간신히 파나마에 1승을 얻어낸 절체절명의 상황. 코스타리카는 다시 귀마래스 감독을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돌아오자 전혀 새로운 팀이 되었고 파죽의 연승 행진 끝에 독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브라질 혈통으로 ‘브라질보다 더 브라질다운’ “귀마래스 축구는 섬세한 패스워크로 팀을 일신시켰다. 팀의 주전 공격수인 고메스는 “귀마래스 감독은 우리를 하나의 팀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말한다. 두터운 조직력을 자랑하는 폴란드에 맞서는 귀마래스 감독의 전략은 바로 주전 공격수들의 섬세한 패스워크. 귀마래스는 전반 초반 의외의 공세 작전으로 몰입해, 변칙적인 공격에 임기응변이 약한 폴란드 수비라인을 뒤흔들 것이다.

그렇다고 폴란드의 야나스 감독이 독일만 염두에 두고 전술을 짜는 것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수문장 예지 두데크를 신뢰하고 있지만 골키퍼가 분전하는 양상은 조금도 상상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완초페에 대한 의존력이 높은 코스타리카의 공격 루트를 야나스 감독은 훤히 꿰뚫고 있다. 코스타리카 선수들이 무릎 아래로 흐르는 패스와 어깨 밑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을 구사할 텐데, 이에 대해 야나스 감독은 “우리들은 순간적인 몸놀림이 둔한 독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예컨대 172cm의 스몰라렉은 기교파들의 격전장 라틴 리그에서 뛰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폭발적인 드리블의 섬세한 테크니션, 드리블에 집중한 상황에서도 반대편의 먼 공간으로 단숨에 패스 연결을 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야나스 감독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부동의 레프트 윙백 종사가 건재하다는 점도 폴란드 축구의 힘이다. 어떤 상대와의 일대일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밀리지 않는 종사는 상대 선수의 ‘무릎과 무릎 사이로’ 진격하는 강력한 태클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로써 16강을 향한 A조 여섯 경기가 끝났다. 이변은 일어났을까. 벌써부터 6월9일의 황홀한 저녁시간이 기다려진다.

끈질기고 강력한 수비력 자랑

토마시 종사(폴란드) 자국 리그를 포함해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중위권 리그를 거치며 최고의 수비수로 꼽힌 종사. 그가 폴란드의 마지막 경기를 책임진다. 그 누구도 종사를 제치고 나가기 어렵다. 상대 공격수가 공을 잡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붙어 위험지역 바깥으로 밀어내는 강력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보려는 코스타리카는 종사가 지키는 왼쪽은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라틴 축구 ‘10번’ 왼발슛 파괴력

로날드 고메스(코스타리카) 라틴 축구에서 배번 ‘10’번은 각별하다. 섬세한 감각, 예리한 스피드, 어깨 밑으로 파고드는 드리블, 예측불허의 슛. 그것이 ‘10’번 선수들의 몫이다. 16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경기에서 코스타리카의 ‘10’번, 고메스가 고국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스페인, 과테말라, 그리스, 쿠웨이트, 멕시코 등 수많은 나라에서 쌓은 경험을 이 마지막 90분에 쏟아 부어 위협적인 왼발 슛으로 코스타리카를 16강으로 끌어올릴 책임이 고메스에게 있다.

● 스웨덴 vs 잉글랜드 ● 시간 21 : 00(한국 04 : 00) ● 장소 쾰른

스웨덴。참가 횟수 : 11회。최고 성적 : 준우승(1958년) 。FIFA 랭킹 : 16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잉글랜드。참가 횟수 : 12회 。최고 성적 : 우승(1966년) 。FIFA 랭킹 : 10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드디어 쾰른! 조별리그 최고의 빅카드가 유서 깊은 대성당을 자랑하는 매혹적인 도시 쾰른의 밤 9시를 뒤흔든다. 대륙의 반대편에서 잠자던 사람들도 새벽 공기를 달궈줄 이 경기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았을 터. 혹시 자는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원망 듣지 말고 깨우기 바란다.

총력전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파라과이가 호락호락한 약체가 아니라면 아마도 쾰른의 두 팀 가운데 한 팀은 분명히 뒷덜미를 잡혔을 것이다(1무, 혹은 1패!) 이런 상황에서 반드시 상대방의 목덜미를 잡아채지 않는다면 16강은 2010년에나 기약해야 할 일이다. 2010년이라면 두 팀의 유명 선수 가운데 절반은 중위권 리그의 코치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고국 스웨덴의 빈틈을 포착해 모든 선수들로 하여금 필승의 전술을 쏟아부어야 할 에릭손 감독은 “그라운드에서는 언제나 잉글리시맨”이라는 명언으로 잉글랜드 팬을 안심시켜왔다. 이제는 그것을 실천할 단계다.

어쩌면 그는 세상의 감독 중에서 가장 운이 좋은 감독일지 모른다. 그의 2002년 한일월드컵 성적은 좋지 않았다. 8강에 올랐지만 매끄럽지 않았고, 브라질에 수모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다. 유로2004에서도 저조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를 신뢰했다. ‘축구는 영원하고 감독은 경질된다’는 축구계의 명언이 에릭손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평가전 결과가 신통치 않거나 협회 여직원과의 은밀한 사연이 드러났을 때에도 협회는 그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에릭손을 ‘나의 감독’으로 존중하고 있다. 팀의 간판이자 전력의 핵심인 램파드는 자신들이 맞붙게 될 나라의 사람이 자신들의 감독이라는 점을 조금도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국 출신이 감독이어야 한다는 견해는 절대 갖고 있지 않다. 현대 축구에서 그런 생각은 일차원적이다. 에릭손 감독은 우리가 경기하는 상대 팀에 따라 최고의 전력을 구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램파드는 말했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 뛰는 에릭손은 행복한 감독이다. 그래서 그는 “우선 16강이지만,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한다. 만약 당신에게 램파드와 제라드, 페르디난드와 베컴이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오언과 루니가 있다면 목표를 어떻게 잡겠는가? 우승이라는 목표 외에 달리 설정할 무엇이 있는가. 바로 그 목표를 위해 에릭손은 모국을 향해 병참기지의 모든 화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이에 맞선 라거벡 감독은 먼저 지난 30여 년의 역사를 상기시킬 것이다. 세계 축구 산업의 핵심인 잉글랜드. 축구의 세계화에 따라 지구의 모든 스타들이 총집결한 잉글랜드. 그 바람에 마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세계 최고인 듯한 착시 현상을 라거벡 감독은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는 잉글랜드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며 고쳐주려고 할 것이다.

최후방의 멜베리, 그가 있어 라거벡은 또 한번의 승리를 장담할 것이다. 침착하면서도 전투적이며 정밀한 라인 조직력에 과감한 공격 가담 능력까지 갖춘 멜베리에게 중원의 절반을 맡겨놓고 모든 화력을 최전방의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집중시키는 것이다. 잉글랜드의 최장신 크라우치가 머리를 잘 쓰는 선수라면 이브라히모비치는 누구보다 고공 플레이에 능하면서도 발이 머리보다 훨씬 더 능란한 테크니션이다.

열 번의 찬스에 단 한 번. 그리하여 단 한 골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박빙의 경기. 잉글랜드 수비수들이 이브라히모비치를 막지 못한다면, 에릭손 감독은 고국에 영광을, 그리고 소속 팀에 슬픔을 안겨주는 셰익스피어식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명장들도 탐내는 센터백

올로프 멜베리(스웨덴) 16강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잉글랜드는 이 마지막 경기에 모든 화력을 집중할 것이다. 30여 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스웨덴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으니 그 상징적 무게는 수십 차례의 평가전보다 무겁다. 그래서 스웨덴의 철벽 수비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명장들이 탐내는 강력한 센터백 멜베리는 흡사 진지방어에 나선 중대장의 면모와 그에 걸맞은 실력까지 갖춘 명수비수. 잉글랜드 공격수들은 멜베리를 우회하는 탄착점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88cm 장신의 멀티플레이어

리오 페르디난드(잉글랜드) 제2의 바비 무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센터백뿐 아니라 미드필더로도 활약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활약 이후 세계 언론은 “페르디난드가 플레이하는 한 잉글랜드 수비는 10년 동안 문제 없다”고 극찬했다. 2002~2003시즌에 수비수 최고 이적료(3000만 파운드)를 갱신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188cm의 장신으로 제공권은 물론이고 민첩함까지 갖추었다.

● 파라과이 vs 트리니다드토바고 ● 시간 21 : 00(한국 04 : 00) ● 장소 카이저슬라우테른

파라과이。참가 횟수 : 7회。최고 성적 : 16강(1930, 86, 98, 2002년) 。FIFA 랭킹 : 33위 。16강 가능성 : ★★★ 。우승 가능성 : ★★★

트리니다드토바고。참가 횟수 : 첫 출전。최고 성적 : 첫 출전。FIFA 랭킹 : 47위 。16강 가능성 : ★★ 。우승 가능성 : ★

돈 있는 자 입장권을 사고, 시계 있는 자 알람을 맞추고, 눈 있는 자 모조리 쾰른 경기 중계에 몰입할 때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는 북중미의 다크호스와 남미의 ‘넘버 3’가 최종전을 치른다. 그들 역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을 맞았다. 상대적 약체인 두 팀이 잉글랜드와 스웨덴으로부터 뼈아픈 선물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상황. 그렇다면 최후의 상대를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격전이 예상된다.

루이스 감독이 이끄는 파라과이가 앞선 두 경기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선전을 했다면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임하는 자세는 막중하다. 문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남미 3강에 드는 이 팀이 북중미 나라들과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사실.

20세기의 월드컵에서 파라과이는 여섯 번이나 북중미 나라들과 본선 경기를 치렀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비록 ‘축구 도서관’에 남아 있는 오래된 얘기지만, 1930년 월드컵에서 미국에 0대 3으로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개최국 멕시코에 간신히 1대 1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의 부회장을 배출한 북중미의 다크호스 트리니다드토바고와는 89년에 두 차례 평가전을 했는데 자웅을 가리지 못했다.

이 같은 역대 전적에 대해 루이스 감독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모두 과거지사이고, 지금은 자신이 감독이며 또한 새로운 선수들로 ‘넘버 3’의 위상이 확실하다고 믿는다. 명장 말디니 감독의 위상에 도전하기도 했던 노장 칠라베르트를 비롯해 아얄라, 리바롤라, 캄포스 등이 은퇴했지만 비야르, 파레데스, 발데스 등의 신예가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은퇴한 칠라베르트가 “파라과이가 과거만큼 강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팀 전력의 핵심인 산타크루스, 가마라, 카르도소 등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조추첨 직후 파라과이의 언론들도 이와 같은 낙관론에 참여했는데, 현지 언론은 “두려운 존재가 없는 B조” “아주 환상적인 조에서 드라이브를 즐기자”는 등의 기사를 실었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라는 점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 역시 모든 것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앞선 두 경기에서 적어도 1무를 챙기고 파라과이를 잡는다면 다양한 변수에 의해 행운의 16강 티켓을 쥘 수 있는 것이 조별 리그의 특징.

인구 110만 명에 불과한 카리브해의 작은 섬 나라는 불안하게 출발한 최종 예선을 뒤집기 위해 네덜란드의 벤하커 감독을 초빙했다. 그때 이후 벤하커는 단 한 번도 ‘신화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2000년 아스테크경기장 원정 경기에서 0대 7의 치욕을 당했던 멕시코를 2006년 최종예선에서 다시 만난 벤하커와 그의 선수들은 홈구장에서 2대 1 승리를 거둬 바레인과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었다. 이 경기마저 승리해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바로 이 같은 신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그들은 기약하고 있는 것이다.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99년부터 2년 동안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지휘한 적이 있는 이안 포터필드 감독은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월드컵 본선의 다크호스”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바로 그 신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기 위해 잉글랜드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 시대를 누볐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11번째이자 외국인 선수 사상 최초의 통산 100골 주인공인 드와이트 요크가 파라과이의 문전으로 쇄도한다.

민첩한 드리블, 강력한 슛 일품

호세 카르도소(파라과이) 절체절명의 순간, 골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대편에는 요크가 있고, 파라과이의 맨 앞에는 카르도소가 있다. 투톱으로 활약했던 산타크루스가 부상과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카르도소 혼자서 상대 문전을 뒤흔들어야 한다. 지역예선 15경기에 출전해 팀 내 최다인 7골을 기록한 장본인이라면 약체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비를 유린할 만하다. 2004년, 강호 우루과이에 해트트릭을 퍼부었던 카르도소는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

북중미가 낳은 최고 골게터

드와이트 요크(트리니다드토바고) 1998~99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리그, FA컵, 챔피언스 리그 등을 한 번에 쓸어담았다. 바로 그 맨 앞에서 틈만 나면 골을 터뜨린 선수가 북중미가 낳은 최고의 골게터 드와이트 요크다. 파라과이에 산타크루스가 있다면, 백전노장 요크가 있어 트리니다드토바고 역시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16강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요크는 인구 110만명의 작은 섬나라 사람들에게 지난 10여 년 동안 아름다운 꿈을 선물한 위대한 선수로 남을 것이다.



주간동아 535호 (p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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