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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위 스페인 “골 머신만 막아라” - 6월14일

조별 예선 48경기 관전 포인트

한 수 위 스페인 “골 머신만 막아라” - 6월14일

● 스페인 vs 우크라이나 ● 시간 15 : 00(한국 22:00) ● 장소 라이프치히

# 스페인。참가 횟수 : 12회 。최고 성적 : 4위(1950년) 。FIFA 랭킹 : 5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우크라이나。참가 횟수 : 첫 출전 。최고 성적 : 첫 출전。FIFA 랭킹 : 41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H조 최고의 빅 매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은 스페인과 우크라이나가 H조 첫판에서 만났다. 이 경기를 이기는 팀이 가뿐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은 분명하다. 기본 전력에서 전통의 명가 스페인이 월드컵 본선 무대가 처음인 우크라이나에 앞선다.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겨뤄봐야 아는 법. 독일월드컵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동유럽의 신흥 강호 우크라이나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스페인에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라울(레알 마드리드)이 있다면 우크라이나엔 ‘골 머신’ 셰브첸코(AC밀란)가 버티고 있다. 두 국가의 명예뿐 아니라 둘의 자존심이 충돌한다. 날이 선 둘의 가상 대화로 경기를 전망해보자.

▶라울 : 셰브첸코, 축구 변방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지역예선에서 터키, 덴마크, 그리스를 따돌렸더라(2조 1위).



▶셰브첸코 : 별 말씀을. 우리는 이제 시작이야. 너흰(스페인) 힘들었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 밀려 플레이오프(슬로바키아전, 1승1무)에서 기사회생했잖아. 허울만 화려하면 뭐 하냐.

▶라울 : 너희 감독(올레그 블로힌) 대단하더라. 국회의원 출신으로 옛 소련 시절 축구 영웅이었다며?

▶셰브첸코 : ‘70년대의 나’라고나 할까. 우크라이나의 영웅이지. 블로힌 감독은 98년 크로아티아가 4강에 올랐듯이 이번엔 우크라이나가 사고를 칠 거라고 믿고 있어. 앙리(프랑스)를 ‘검둥이’라고 놀렸던 너희 아라고네스 감독보다는 훌륭한 사람이지.

▶라울 : 설마 우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가 지역예선을 좀 어렵게 통과했지만, 아라고네스 감독 부임 이후 18경기 연속 무패(지난 1월까지)야. 또 지역예선 10경기에서 19득점, 3실점을 기록했어. 세계 정상급 골키퍼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에 푸욜(바르셀로나)이 지휘하는 포백 수비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셰브첸코 : 천만의 말씀. 우리는 지역예선 12경기에서 18득점(7실점)을 올렸어. 너희보다 수비가 탄탄한 그리스, 터키, 덴마크를 무너뜨린 게 우리 공격력이야. 나는 말할 것도 없고 공격 동료인 보로닌(레버쿠젠), 보로베이(도네츠크)의 파상 공격에 긴장해야 할 거야. 결정적인 한 방이 있는 로탄(디나모 키에프)도 조심하는 게 좋아.

▶라울 : 스페인 공격도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의 약점인 미드필드를 장악할 것이고, 순식간에 너희 수비벽이 무너질 거야. 나는 무릎 연골 부상 후유증으로 절정의 기량이 아니지만 내 투톱 파트너 영건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얕보지 마라. 7골로 유럽 예선 득점 4위야.

▶셰브첸코 : 우린 무서운 게 없지만 스페인은 부담이 크지. 다혈질의 스페인 국민들은 또 큰 기대를 할 테지. 하지만 너희 선수들은 이름값에 비해 변변치 않았던 그동안의 월드컵 성적이 부담스러울 거야. 이번에도 우승 다크호스에 만족하는 거 아냐?

▶라울 : 정곡을 찌르는군. 우리 스페인은 ‘기술’에 ‘체력’을 결합하는 훈련을 하고 있어. 그동안 우리를 외면했던 ‘운’만 따른다면 독일에선 성적이 좋을 거라고 믿어. 그러기 위해 우리는 너희를 꼭 잡는다.

수년째 변함없는 선봉장

라울 곤살레스(스페인) 스페인과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센터포워드이자 주장. 이미 수년째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큰 대회에선 빛을 못 봤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한국전 등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무릎 연골을 다친 뒤 회복은 됐지만 제 기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 탁월한 위치 선정과 정교한 볼 터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라울의 득점포가 터져야 스페인이 월드컵과의 악연을 떨쳐버릴 수 있다.

세계가 인정한 ‘골 머신’

안드리 셰브첸코(우크라이나) 별명인 ‘골 머신’이 모든 걸 말해준다. 독일월드컵 지역 예선 9경기에 출전해 6득점(팀 내 최다). 우크라이나 명문 디나모 키에프를 거쳐 이탈리아 최강 AC밀란에서 주전 중앙 공격수로 뛰고 있다. 2004년 ‘올해의 유럽 선수상’을 받았다. 골 감각이 절정에 달했는데, 움직임이 민첩하고 머리와 발을 모두 잘 쓴다. 순간 스피드가 매우 빨라 웬만한 수비수들은 그를 놓치기 십상이다. 골에 관해선 호나우두(브라질)와 필적할 정도다.

● 튀니지 vs 사우디아라비아 ● 시간 18 : 00(한국 01:00) ● 장소 뮌헨

# 튀니지。참가 횟수 : 4회。최고 성적 : 조별예선。FIFA 랭킹 : 21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사우디아라비아。참가 횟수 : 4회。최고 성적 : 16강(1994) 。FIFA 랭킹 : 34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매치업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 튀니지와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월드컵에서 아직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두 팀 모두 두 대륙을 대표하기에 충분하다. 조별 예선 통과를 위해선 서로가 꼭 잡아야 하는 절박한 경기이기도 하다.

▶막상막하

튀니지는 아프리카 지역예선 5조 1위. 6승3무1패로 강호 모로코를 따돌렸다. 25득점 9실점. 10경기에서 뽑은 25골은 아프리카 최다골 기록이다. 실바 도스 산토스(툴루즈)와 지아드 자지리(트로이) 투톱의 득점력은 위협적이다. 산토스는 6골로 지역예선 팀 내 최다골을 기록. 튀니지는 월드컵 본선 4회(1994, 98, 2002, 2006년) 연속 진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지역예선 A조 1위를 차지했다. 10득점, 1실점. 아시아 1, 2차 예선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승승장구했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좋다. 사미 알 자베르(알 힐랄)와 야세르 알 카흐타니(알 힐랄) 투톱은 신구 조화를 이룬다. 하마드 알 몬타샤리(알 이티하드)가 이끄는 포백 수비도 아시아 최강임이 틀림없다.

▶지략 대결

튀니지의 지휘봉을 5년 동안 잡고 있는 로저 르메르 감독은 조국 프랑스를 유로2000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다. 2004년 튀니지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안기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르메르 감독은 미드필더에서의 우위를 강조하며 좌우 풀백 트라벨시(아약스)와 클레이튼(카타르 SC)이 올리는 정확한 크로스로 상대 수비벽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구사한다. 세트플레이를 활용한 공격도 성공률이 높다. 르메르 감독은 선수단을 완전히 장악했고, 선수들은 그의 전술과 전략에 잘 적응됐다. 눈에 띄는 스타는 없지만, 튀니지팀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브라질 출신의 마르코스 파케타 감독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사령탑에 부임했다. 이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힐랄의 감독으로 일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파케타 감독은 대표 선수들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에 새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젊은 선수들을 중용했다.

▶약점도 마찬가지

이번이 월드컵 본선 네 번째지만 튀니지는 아직 내세울 만한 성적이 없다. 78년 16강에 올랐던 게 전부.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설 팀의 기둥이 없었다. 베테랑에다 타고난 리더로 평가받고 있는 미드필더 리아드 부아지지(카이세리스포르)가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 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걱정도 똑같다. 세대교체를 이뤄 팀 컬러가 젊은 선수 위주로 확 바뀌었다. 큰 무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큰 경기의 중압감을 견뎌낼지가 변수다. 따라서 34세의 주장 사미 알 자베르의 어깨가 무겁다.

A매치 50회 경험 … 대표팀의 맏형

리아드 부아지지(튀니지) ‘카르타고 독수리들(튀니지의 애칭)’의 정신적 지주.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베테랑 미드필더다. A매치 50회 출전 기록. 타고난 리더십으로 동료들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불굴의 정신력과 강력한 태클도 트레이드마크다. 터키 카이세리스포르 소속으로 국가대표팀에선 오른쪽 측면 허리를 맡아 투톱 지아드 자지리, 실바 도스 산토스와 찰떡 궁합을 선보이고 있다.

국가대표 17년 ‘사막의 여우’

사미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 별명은 ‘사막의 여우’. 골 감각이 탁월하며 영리하게 공을 찬다.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의 위치 선정과 움직임이 놀랍다. 34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골에 대한 집념이 남다르다. 풍부한 경험이 최대 장점. 90년 A매치 첫 출전 이후 인생의 딱 절반인 17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나간 4차례의 월드컵 본선에 모두 출전했다. 독일월드컵이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 독일 vs 폴란드 ● 시간 21 : 00(한국 04 : 00) ● 장소 도르트문트

# 독일。참가 횟수 : 16회。최고 성적 : 우승(1954, 74, 90년)。FIFA 랭킹 : 19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폴란드。참가 횟수 : 7회。최고 성적 : 3위(1974, 82년) 。FIFA 랭킹 : 28위 。16강 가능성 : ★★★ 。우승 가능성 : ★★

자, 이제 모든 봉인이 풀렸다. A조에서 H조까지 32개 팀이 한 차례씩 경기를 치렀다. 감독들은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구슬을 모두 꺼내놓았다. 이제 경기의 명운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고함을 치는 감독이 아니라 그라운드 안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독일과 폴란드가 맞붙게 된 것이다. 이 경기는 각 조별리그 경기 중에서 가장 관심 있는 경기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가장 재미없는 경기의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두 팀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두 팀의 노장 선수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유럽의 각 리그에서 동료이거나 숙적이었다. 게다가 두 팀은 철저히 실리 축구를 신봉한다. 단조로운 슛이 연거푸 터지는 둔탁한 경기가 예상된다.

독일의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스타였던 1990년대 시절의 축구를 재현하고자 할 것이다. 독일은 중앙의 골게터를 향해 좌우에서 쉴 새 없이 크로스를 올리는 경기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어느 팀도 독일의 단순성을 이겨내지 못했다. 클린스만 이후 비어호프와 클로제가 대통을 이어받았고, 그래서 그들은 녹슨 전차라는 불명예에도 2002년에 준우승을 거뒀다. 주최국 독일은 2002년의 준우승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성과를 기원하고 있는데, 그러자면 16강 진출이 관건이다.

폴란드와 맞붙은 A조의 빅카드가 도르트문트에서 열린다는 것도 독일로서는 반갑다. 침체에 빠진 독일 팀이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대승을 거둔 곳이 바로 도르트문트. 평가전 직후 비어호프 코치는 ‘도르트문트는 약속의 땅’이라고 말했는데 폴란드의 두 번째 경기를 염두에 둔 발언임이 틀림없다.

독일의 미드필더 라인은 강력하다. 발라크와 다이슬러, 그리고 프링스가 있다. 폴란드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발라크를 견제하는 동안 독일인답지 않은 섬세한 기교파 다이슬러는 측면의 공간을 침투할 것이며 폭넓은 시야를 가진 프링스는 한두 번의 패스로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킬 것이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단 한 번에 찔러주는 프링스의 공략에 대해 폴란드는 단단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독일에 대해 폴란드는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폴란드의 공격수들은 독일 수비 라인이 섬세하게 저미면서 공격하는 상대에 취약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강력한 맨마킹으로 정평이 난 센터백 메르테사커와 자기 지역 내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 후트. 폴란드 공격수들은 이들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움직임이 둔하고, 섬세한 패스워크를 활용하는 공격수에 대한 커버 플레이가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폴란드의 야나스 감독은 프란코프스키와 주라프스키에게 16강 진출의 모든 것을 걸고 있다. 프란코프스키는 팀의 페널티킥을 도맡아 처리하는 골게터로 탁월한 위치 선정과 순간적인 임팩트가 놀라운 선수다. 프란코프스키가 중앙에서 분전할 때 주라프스키는 좌우 측면을 수시로 넘나들며 정교한 공격을 시도한다.

상대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팀의 명운은 결국 골키퍼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옌스 레만과 예지 두데크. 현존하는 골키퍼 중 톱 3에 꼽힐 최고의 수문장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경기 흐름은 단조롭지만 쉴 새 없이 슛이 터지는 상황 속에서 21세기 초를 빛낸 위대한 골키퍼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팀을 16강으로 견인할지 궁금하다.

올리버 칸 뛰어넘고 벤치 설움 ‘훌훌’

옌스 레만(독일) 독일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은 장고 끝에 옌스 레만을 주전으로 낙점했다. 잉글랜드 아스널 소속의 레만은 대표팀에서는 늘 벤치 신세였다. 1998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후 선배 쾨프케와 동료 칸에게 주전경쟁에서 8년 동안 밀렸다. 안정감 있게 골문을 지키는 칸과 달리 레만은 미리 각도를 좁히며 치고 나가 공격적으로 방어하는 전투적인 스타일. 4월 초 레만을 주전으로 기용하겠다는 클린스만의 발표를 듣고 칸은 대표팀을 떠나겠다며 배수진을 치기도.

“2002년 조별리그 악몽 씻는다”

예지 두데크(폴란드) 칸처럼 그 역시 절정의 전성기는 지났다. 2006 초반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수문장 두데크는 스페인 출신의 호세 레이나 때문에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때문에 본인은 물론 폴란드의 야나스 감독도 안절부절못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폴란드 수비진이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두데크가 경기 감각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 2002년 조별리그의 악몽을 씻고자 하는 폴란드에 두데크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주간동아 535호 (p6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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