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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장사 열 올리는 지방정부 맛 좀 봐라”

중국 중앙정부, 토지개발 둘러싼 마찰 잇따르자 드디어 칼 뽑아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땅장사 열 올리는 지방정부 맛 좀 봐라”

“땅장사 열 올리는 지방정부 맛 좀 봐라”

중국 칭하이성의 성도 시닝의 건설 현장.

중국 중앙정부가 지역 발전을 빌미로 땅장사에 열을 올리는 지방당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토자원부는 안후이성, 허베이성 등에서 불거진 농지 강제징발에 대한 공개조사를 천명하며 지방정부의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4월17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신바오 국토자원부 부장은 “지속적인 감독에도 토지개발을 둘러싼 마찰이 끝없이 일어난다”며 “이와 같은 토지 난개발의 원흉은 지방정부”라고 못 박았다.

중국 민정부(民政部)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중국에서 일어난 항의성 집단행동은 모두 8만7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238건 발생한 꼴이다. 대부분 강제적 토지징발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농민은 지방당국의 ‘땅 투기’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들고일어났다. 2004년 10만명 이상의 농민이 참여한 쓰촨성 폭동이나 지난해 12월 광둥성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의 도화선 역시 토지 문제였다.

토지 징발 항의하는 집단행동 하루 200여 건

토지 난개발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숨바꼭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대륙에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된 이후 토지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지금도 사회주의 기치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토지는 ‘전민소유제’로 관리된다. 그러나 시장화 개혁 이후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허용됐던 토지 거래는 1989년 개헌을 통해 합법화됐다. 이때부터 지역개발을 앞세운 지방정부의 땅장사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맨 먼저 선전, 상하이 등 동부연안 도시를 중심으로 이른바 ‘개발구(공단)’ 건설 열풍이 불었다. 현지 정부가 앞 다투어 농토를 갈아엎고 그 자리에 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 보면 개발구를 통한 외자 유치는 세수와 GDP(국내총생산) 증대에 유리하고, 간부 실적을 돋보이게 한다. 93년까지 개발구는 6000여 곳을 넘어섰다. 전체 개발구 면적은 남한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만5000km2에 이르렀다. 결국 개발구 난립과 무분별한 농지 강제징발 문제가 대두됐다.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정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개발구에 대한 정리가 시작됐다. 지방정부는 토지사용 계획을 재조정하고, 위법한 프로젝트는 시정해야 했다. 특히 2002년 개헌을 통해 토지 징발을 할 때는 반드시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첨부됐다.

현재 중국 토지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소유권이 아닌 토지 장기사용권이다. 농지를 상업용지로 바꾸는 용도 변경의 허가 권한과 소유권은 여전히 국가가 갖고 있다. 하지만 한번 토지사용권을 획득하면 보통 50년에 이르는 계약기간 동안 해당 토지의 사용권 양도는 물론 임대권과 저당권까지 허용된다. 자본주의 체제의 토지 소유와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특히 97년 주택실물분배가 중지된 이후 불기 시작한 주택건설 붐을 타고 토지를 통한 자본 축적이 본격화됐다. 민영기업은 물론 국유기업까지 앞 다투어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은 농업용 토지를 상업용 토지로 변경, 이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되팔기 시작했다. 중국의 토지관리법은 ‘토지 징발 때 원래 용도에 따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농민은 토지 용도 변경에 따라 생기는 수익이 아닌 국가가 정한 낮은 수준의 가격에 유일한 삶의 터전인 농지를 빼앗기는 것이다. 싼값에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상업 원리가 지방정부의 땅장사에도 통용되는 것. 특히 95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된 새로운 세수제도로 토지양도금은 지방정부의 고정세원이 되었다. 지방정부는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넘기고 받은 돈 모두를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공공 이익을 명분으로 한, 사실상의 강제적인 권리박탈 행위가 현재 중국 도처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토자원부의 발표에 의하면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지방정부의 땅장사가 지금은 중서부의 내륙 중소도시로 확대됐다.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는 87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약 66억3300만 평의 경작지가 전용됐고, 4000만 명의 농민이 땅을 잃었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은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세수 증대·외자 유치 손쉬워 지방정부 “참을 수 없는 유혹”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주창하며 농심(農心)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후진타오 정부로서는 농지 난개발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중앙정부는 2002년 국토자원부가 ‘국유토지 사용권 규정’을 발표해 용도변경 관리를 강화하고, 토지 거래 시 공개입찰제를 도입하는 등 토지 난개발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上有政策),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下有對策)’.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을 구사해도 이에 개의치 않고 각종 편법을 동원, 이익을 챙기는 지방정부의 행태를 빗댄 말이다. 이는 각종 규제정책에도 여전히 지방에서 불법·편법 토지 개발이 난립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 경작지의 소유권을 농민에게 주자는 토지사유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토지사유화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위정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급진적인 해결책이다.

최근 대표적인 관방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은 합당한 토지보상책 마련을 골자로 하는 정책안을 내놓았다. 결국 토지 용도 변경에 따라 생기는 수익을 농민에게 돌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방정부의 반발과 부동산 개발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개발업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경제학자들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타래처럼 각종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국의 토지 문제. 중국 정부가 언제쯤 그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535호 (p36~37)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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