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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스톤 가슴처럼 탱탱하게 해주세요”

젊음 유지 열망 아줌마들 가슴성형 열풍 … 사회생활 경쟁심 ‘자기 투자’ 측면도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샤론 스톤 가슴처럼 탱탱하게 해주세요”

“샤론 스톤 가슴처럼 탱탱하게 해주세요”

영화 ‘원초적 본능 2’에서 14년 전과 변함없는 몸매를 뽐낸 샤론 스톤.

“샤론 스톤처럼 해줄 수 있나요?”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성형외과 ‘엔제림 바람’의 심형보 원장은 요즘 이런 말을 환자들에게서 자주 듣는다.

가슴성형 및 지방흡입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 병원에 ‘가슴 미인’을 꿈꾸는 여성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3월30일 개봉된 영화 ‘원초적 본능 2’에서 49세의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14년 전의 ‘원초적 본능’ 때와 다름없는 탄력 있는 가슴과 주름 없는 얼굴, 늘씬한 몸매를 뽐낸 여주인공 샤론 스톤 덕분에 4월의 가슴확대 수술 환자가 3월에 비해 20~30% 늘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하루 두세 건, 한 달 평균 50건 내외로 수술이 이뤄진다. 예전과 다른 점은 30대 이상 연령층의 가슴성형 비율이 20~30% 늘었다는 점이다.”(심형보 원장)

샤론 스톤에게 자극받은 여심은 기혼자에게서 두드러진다.



서울 서초동의 주부 이미희(가명·46) 씨. 얼마 전 고교 동기 모임에서 친구들이 “‘원초적 본능 2’를 봤다”면서 “나이는 들어 보이던데 가슴은 그대로더라”며 샤론 스톤의 가슴성형 의혹을 제기하자 그는 내심 궁금증이 일었다. 모임이 끝난 뒤 영화를 본 이 씨는 자신과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샤론 스톤이 그토록 당당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볼륨감이 없는 ‘완벽한 아줌마’ 몸매에 실망해온 그에겐 샤론 스톤이 일종의 ‘희망’처럼 보였다. 이 씨는 결국 성형외과를 찾았고, 샤론 스톤도 가슴성형을 했다는 말을 들은 뒤 그 자리에서 수술을 결심했다.

축 처진 가슴 올리고 키우고

재혼을 앞둔 정나영(가명·41) 씨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몸매에 가장 신경이 쓰였다. 초혼에서 이미 두 차례 출산 경험이 있던 그로선 출산으로 늘어진 뱃살과 수유로 인해 처진 가슴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 그러던 차에 인터넷에서 샤론 스톤이 쉰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가슴성형을 통해 아름다운 몸매를 되찾고, 과감한 노출 연기도 할 수 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용기를 내어 성형외과 문을 두드린 그는 ‘새 출발’을 위해 가슴성형 수술을 받는 여성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샤론 스톤의 가슴이 한국 아줌마들의 가슴성형을 증가시킨 전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자극제’로 작용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형보 원장의 말이다.

“샤론 스톤뿐 아니라 데미 무어, ‘몸짱 아줌마’나 탤런트 황신혜 씨를 모델 삼아 가슴성형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 물론 앞서 언급한 유명인 중엔 가슴성형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들의 가슴에서 평범한 중년 여성들이 동경하는 건 섹시미 같은 성적 매력이 아니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다. 매력적인 자태를 지키고 싶어하는 중년 여성들의 욕구는 1990년대 ‘노랑나비’ 이승희 씨의 등장 이후 잇따라 나타난 ‘자극제’들로 인해 한층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줌마들은 새로 태어나고픈 꿈을 이루기 위해 가슴성형을 한다.”

“샤론 스톤 가슴처럼 탱탱하게 해주세요”

가슴성형 수술에 대해 상담하는 한 중년 여성.

실제로 35~50세(성형외과는 통상 35세를 기준으로 비교치를 낸다) 중년 여성의 가슴성형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엔제림 바람’ 성형외과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가슴확대 수술 환자 1905명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34세의 젊은 여성 환자가 1092명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35~50세 중년 여성도 778명에 이른다.

조사대상 기간 11년을 통틀어 보면, 첫해인 1995년에 19~34세 여성의 가슴성형이 전체의 80%인 반면, 35~50세 여성은 20%에 그쳤다. 하지만 마지막 해인 2005년에는 19~34세 여성이 51%, 35~50세 여성이 46%로 두 그룹의 비율이 비슷해졌다. 11년 동안의 증가율로만 보면 19~34세 여성의 가슴성형은 4배 증가했지만, 35~50세 여성의 경우는 무려 15배나 증가했다.

아줌마들의 가슴성형 증가는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예전에 비해 자신의 몸 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남편에게 보이거나 성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것보다는 사회생활에서 뒤처지기 싫어하는 여성들 사이의 묘한 경쟁심에서 비롯된 ‘자기 투자’의 측면도 크다고 한다.

따라서 가슴성형에 대한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의 기호 또한 다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단순한 가슴확대 수술을 원하는 데 비해 중년 여성들은 출산과 수유 등으로 처진 가슴을 올리는 유방하수 교정술(유방 거상술)과 확대술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 결과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가슴성형은 수술 후 가슴의 크기와 모양, 촉감에 따라 환자의 만족도가 좌우되는데, 젊은 여성은 주로 크기와 촉감을 중시한다. 반면 대다수가 기혼인 중년 여성은 크기나 촉감보다 자연스러운 형태 여부를 따진다.

B컵과 C컵 중간 수준 선호

중년 여성이 선호하는 가슴의 크기는 B컵과 C컵의 중간 정도. 2년 전쯤 전 세계적으로 ‘왕가슴 열풍’이 불어 한때 20대 여성 패션리더들은 C컵과 D컵 크기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이보다는 작은 크기를 원한다.

트렌드에 따라서 가슴에 주입하는 보형물의 양에도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형물로 쓰이는 재료는 식염수. 실리콘이나, 식염수와 실리콘을 반씩 섞은 ‘더블루멘’은 국내 의료법상 사용 금지되고 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권고에 따른 것. 반면 일본이나 유럽에선 실리콘을 쓴다. 충격에 의해 터질 위험이 적고 촉감도 더 좋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평균 130cc였던 식염수 백의 사이즈는 ‘왕가슴 열풍’이 불던 2003년엔 265cc로 늘어나기도 했다.

가슴확대 수술의 비용은 대략 500만~600만원 선. 물론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수술시간은 1시간 내외.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수술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하지만 병원에 따라선 하루 정도 입원할 수도 있다. 회복 시기는 환자의 몸 상태, 수술방법,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개 일주일이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이 기간에는 상체 근육을 많이 쓰는 웨이트트레이닝은 삼가야 한다. 출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5~10년쯤 지나면 중년 여성의 가슴성형이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적지 않다.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중년 여성의 자기관리에 대한 인식도 좀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슴성형 전문병원 엠디클리닉(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이상달 원장은 “2004년까지는 30대 여성의 가슴성형이 가장 많았으나 2005년엔 20대 여성의 가슴성형이 30대를 앞질렀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2001~2002년의 ‘신용카드 대란’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20대 여성의 경제적 여건이 회복되고 ‘S라인 돌풍’이 불어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늘었기 때문이지, 30대 여성의 가슴성형이 줄어든 때문은 아니다”고 말한다.

이 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슴성형 보형물의 70%를 점하는 한 미국 업체의 공급 물량이 2005년에는 2003년에 비해 70%나 늘어났을 만큼 가슴성형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에는 2003년에 비해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가슴성형이 일부 ‘과감한 프런티어’들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가슴성형을 ‘메이크업’ 정도로 여기는 할리우드 스타 샤론 스톤이 환갑이 되면 우리 중년 여성들은 또 그의 어떤 외적 변화에 두 눈을 반짝일까. 중년 몸짱 여성의 잇단 등장에 남몰래 미소 짓는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535호 (p24~25)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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