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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흥미진진 ‘5·31 목장의 결투’

이합집산, 합종연횡 … 특A급 5·31 후폭풍

여당 참패 땐 책임 시비 등 후유증 불 보듯 … 민주당과 합당·고건 씨 영입 등 정계개편 시도 가능성 커

  •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이합집산, 합종연횡 … 특A급 5·31 후폭풍

이합집산, 합종연횡 … 특A급 5·31 후폭풍
5·31 지방선거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2007년 대통령선거를 1년 반, 여야의 대통령후보 선출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지는 전국 규모의 선거라는 점 때문이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대선 구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싫든 좋든 이합집산(離合集散)과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돼 있다. 이 소용돌이는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소용돌이의 중심에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 여론조사상 열린우리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이길 수 있는 곳은 대전과 전북 등 두 곳뿐이기 때문이다.

만일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대로 나타난다면 열린우리당은 당장 책임론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앞세운 민주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텃밭인 호남 세 곳과 제주도를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참패하자 대선후보 교체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여권은 극심한 내부 혼란을 겪었다. 대선후보가 이미 확정돼 있었는데도 후보 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이 제기될 만큼 패배 후유증이 깊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5·31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패배는 물론 호남마저도 광주·전남을 민주당에 내준다면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설 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고, 현시점에서 여권 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정동영 의장을 향한 당내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게 정치 현실이다.

정동영 의장 정면 돌파·유시민 장관 등 젊은 세대 등장도 경우의 수



이 경우 여권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 의장의 정면 돌파, 둘째 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한 정계 개편, 셋째 고건 전 총리 영입, 넷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젊은 세대의 깜짝 등장이 그것이다.

먼저, 행정부에서 복귀한 뒤 2월 당의장에 선출된 정 의장이 대안 부재론을 앞세워 정면 돌파할 가능성이다. 이는 여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지방선거 후 노 대통령 탈당설과 맞물려 있다. 당이 노 대통령을 밟고 일어서지 않고서는 차기 정권 창출은 어려운 만큼 노 대통령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의 중재안을 거부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면 돌파론은 수도권 선거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는 전제라도 최소한 충족해야 가능한 카드로 보인다. 현실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무리가 따른다. 지방선거 참패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어 정 의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일 먼저 나올 주장은 민주당과의 합당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현 여권에 대한 민주당의 구원(舊怨)이 너무 깊어 합당이 곧바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목은 따라서 고건 전 총리 영입이라는 또 다른 변수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현재 여권의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돼 있는 정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수를 넘어선 지지도를 얻은 적이 거의 없다. 반면 고 전 총리는 2004년 탄핵정국이 끝나고 총리직을 물러난 뒤부터 2년 가까이 줄곧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고건 영입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합집산, 합종연횡 … 특A급 5·31 후폭풍

4월20일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정동영 당의장(오른쪽)과 김근태 최고위원.

그러나 고 전 총리의 결정적 약점은 열린우리당 일각의 바람과 달리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대신 선거 뒤 여권이 흔들릴 때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는 점이다. 여당 일각에서 고 전 총리의 ‘무임승차’ 가능성에 비판적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바로 이 대목 때문에 젊은 세대 차기후보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여권 일각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40대 중반의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힘이 더욱 실리기 시작한 이 얘기의 중심에는 영남 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두관 최고위원 등이 있다. 그러나 ‘영남 출신 젊은 후보론’은 2002년 영남 출신인 노 후보를 앞세워 정권을 재창출하면서 한 번 사용한 카드인 만큼 2007년 대선에서는 그 효과에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 여권의 흐름은 앞서 얘기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독립변수가 아니라 서로 얽혀 돌아가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어 빅뱅의 결과는 연말쯤이나 돼야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복잡한 내부 사정과 달리 한나라당은 빅뱅보다 현 구도 속에서의 승부 쪽으로 흐름이 정리될 확률이 높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라는 확실한 ‘투 톱’에 손학규 경기도지사라는 ‘예비 카드’를 보유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수도권 선거 패배라는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현 구도를 대선후보 선출대회 때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수도권 패배하지 않는 한 현 체제 유지할 듯

따라서 박 대표가 대표직을 떠나고 이 시장과 손 지사가 현직을 떠나 당에 돌아온 뒤 세 사람이 상임고문으로 추대될 7월 전당대회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승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경우 선거를 진두지휘한 박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당내 대세를 장악하는 결정적 계기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어서 본격 승부는 전당대회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에도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과 보름 만에 오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어낸 새정치수요모임을 중심으로 한 당대 소장파의 파워가 그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소장파가 대선체제를 관리할 대표를 선출하는 7월 전당대회에서 ‘일’을 내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대표 경선이 박희태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원내대표 간 양자 구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젊은 세대인 오세훈, 김문수 후보가 각각 당선된다면 당내 역학구도도 상당 수준 바뀔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소장파가 당권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야의 내부 흐름과 별개로 지방선거 후 본격화할 개헌 문제도 빅뱅의 실마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내각제 개헌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지만 5년 단임제가 4년 중임제로 바뀌거나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는 등 권력구조가 바뀐다면 이는 각 정치세력이나 예비후보 간 이합집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이래저래 5·31 지방선거 이후 정국은 열린우리당을 축으로 변신과 ‘헤쳐 모여’를 거듭하면서 2007년 12월의 대선을 향하겠지만, 흐름의 마지막은 지역구도를 근간으로 한 세력 재편 쪽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간동아 535호 (p20~21)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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