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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흥미진진 ‘5·31 목장의 결투’

빛바랜 보랏빛 전략 vs 2% 부족한 카리스마

서울시장 선거 康다르크 뒤집기냐, 클린吳 굳히기냐 … 오 후보 지지도 우위 속 강 후보 측 “이미지 공격”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빛바랜 보랏빛 전략 vs 2% 부족한 카리스마

빛바랜 보랏빛 전략 vs 2% 부족한 카리스마

4월14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 후보.

한나라당이 혼란스럽다. 하루걸러 터지는 악재 때문이다. 4월13일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비리 의혹에서부터 5월4일 고조홍 의원이 경기 포천시장 후보 공천 신청자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에 이르기까지 온갖 공천비리가 당을 감싸고 있다. 박계동 의원의 성추태 동영상은 카운터블로에 해당하는 대형 악재.

과거 같으면 판세가 요동치기에 충분한 이슈들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유권자들은 무덤덤하다.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변화가 없다. 잠시 출렁대다가 40% 전후의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더피플’이 한 인터넷 언론과 공동으로 5월2~3일 서울시민 1182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49.5%로, 열린우리당 24.2%의 두 배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도는 55.8%로, 28.8%의 지지도를 보인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를 거의 2배 차로 앞섰다.

법조인 출신·개혁성·참신성 등 강점 이미지 겹쳐

이런 흐름을 지켜보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심정은 착잡하다. 정동영 당의장의 근심도 깊어간다. 뜨지 않는 ‘강금실호’가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과연 ‘강금실‘ 효과는 생명을 다한 것일까.



4월 초, 드라마틱하게 정계에 입문한 강 후보는 약점이 거의 없는 후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도덕적 결점이 없었고 녹록지 않은 정책 대안과 내공을 암시하는 데도 성공했다. 보랏빛으로 감싼 신비주의는 그의 이미지를 최고조로 부각시켰다. 그런 현상을 언론은 강풍(康風)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강풍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다.

빛바랜 보랏빛 전략 vs 2% 부족한 카리스마

4월5일 강금실 후보가 시장 출마 선언식장인 정동극장으로 가고 있다.

원인은 간단했다. 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K 씨의 분석에 의하면 한나라당 오 후보 때문이다. 오 후보는 강 후보의 천적이다. 오 후보는 강 후보가 가진 모든 강점을 가지고 있다. 법조인 출신에다 환경운동과 개혁성, 참신함 등에서 강 후보와 겹친다. 강 후보로서는 도무지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웬만한 것은 오 후보가 비교우위에 섰고, 결국 이미지 싸움에서 밀렸다.

정계 입문 한 달째인 강 후보는 정치적 감각이 오 후보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는 고저장단의 리듬을 탈 때가 많다. 남이 앞으로 나갈 때 뒤로 물러설 줄 알고, 명분을 내걸고 반대로 내달릴 때도 있어야 한다. 이런 불가측성과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를 통해 국민은 열광하고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강 후보의 정치적 보폭은 항상 일정했다. 언제 어디를 가든, 그의 말과 행동은 예측이 가능했다. 감동을 받기 위해 강 후보를 따라다니던 팬들은 같은 이미지만 연출하는 강 후보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우리당 관계자들은 감동 없이 치른 경선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사학법을 명분으로 한나라당이 여야의 국회 대치를 유도해 시선을 분산시킨 측면도 있었지만, 경선에 나선 강 후보의 캐릭터가 무미건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강 후보 캠프는 강 후보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강하는, 강 후보의 콘텐츠를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법론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 지도부가 ‘경악할’ 패착을 반복해 강 후보의 발걸음을 더디게 할 때, 강 후보는 당에 뭔가 메시지를 줘야 했다. 그러나 강 후보는 보고만 있었다.

강 후보는 5월3일 TV토론 등을 통해 전략적 마인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강 후보가 몇몇 질문에서 핵심에서 벗어난 답변을 하는 모습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과연 준비된 후보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토론 스타일도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여성성을 활용해 풍부한 표정을 짓고 이를 통해 토론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강 후보의 첫 번째 패착은 보랏빛 전략이다. 이 전략은 맹형규, 홍준표 후보를 겨냥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그들이 없는 선거판에서 이 전략은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후보가 오 후보로 바뀌면서 강 후보는 새로운 이미지가 절실했다.

보랏빛은 강남의 귀족문화를 연상시키는 본질적 한계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 후보는 한동안 보랏빛 환상에 갇혀 시간을 허비했다. 정치기획사인 민 기획 박성민 대표는 “보랏빛이 그를 강남의 귀족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5·31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약 3주. 콘텐츠를 보강하려는 강 후보 캠프의 발걸음이 바쁘다.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정 의장을 비롯 당 지도부는 강 후보의 이미지 변신을 통해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예정이다. 메시지 전달 능력의 보강과 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것. 트레이드마크인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당분간 벗어던지라는 요구다. ‘검사들과 맞장을 뜨던 강금실 장관식의 카리스마를 보여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네거티브 전략도 불사 … 오 후보의 보안사 복무 문제 거론

고민하던 강 후보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 후보는 경선을 전후해 ‘퍼플 레이디’를 벗어던졌다. 대신 ‘전사 잔다르크’로 거듭났다.

손도 대지 않을 것 같던 ‘네거티브’ 전략도 구사할 기세다. 강 후보는 이미 첫 번째 네거티브 전략을 던졌다. 오 후보의 보안사 군복무 문제를 거론한 것.

어떻게 보면 네거티브 전술은 예정된 수순이다.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후보일수록 네거티브 전략에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네거티브 선거는 아무래도 오 후보 쪽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풍(吳風)의 정점에 선 오 후보 측은 초조한 빛을 보이지 않는다. 느긋하다. 클린 이미지에 기반한 그의 대중적 인기는 여전히 위력적이고 오풍은 당분간 난공불락이라는 주장이다.

강남을 주축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절대지지층은 오풍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캠프에 합류하면 강남불패는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후보 측은 “강 후보의 추격 범위를 벗어났다”고 자신한다. ‘오풍’이 약화돼 지지율 거품이 빠지더라도 정책 부문을 강화하면 굳히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 후보 측은 “정책이 바탕을 이룬 지지도는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오 후보 측은 이명박 시장의 도움을 통해 서울시정연구소의 정책 자료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려감도 없지 않다. ‘오풍’ 뒤에 감춰진 단점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홍 의원이나 맹 전 의원과 달리 태생적으로 불안 요인이 많은 후보다. 오 후보의 고공행진 속에서도 ‘오세훈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대로라면 오 후보는 강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이길 듯하다. 그러나 우리당은 오 후보의 인기를 ‘거품’이라고 단정한다.

오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백지상태의 이미지다. 그의 클린 이미지는 너무 뚜렷하다. 살짝만 건드려도 깨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재원 당 기획위원장은 “깨끗한 이미지는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 “여당이 준비하고 있는 각종 공작적 폭로물에 오 후보가 무방비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의 깨끗한 이미지가 ‘오풍’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미지에 포위될 수 있음을 경고한 말이다. 민 기획 박 대표도 “오 후보의 이미지는 관리된 이미지라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 후보 측 “공작적 폭로물에 노출돼선 안 돼”

오 후보는 지금까지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고 다행히 강풍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공통분모가 많은 탓에 상대를 공격할 포인트가 많지 않다. 한 측근은 “강 후보를 공격하면 그것이 곧바로 부메랑이 된다”고 말했다. 강 후보에 대해 이미지 정치, 혹은 준비 안 된 후보라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3일 TV토론에 나선 오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너무 온화한 이미지로 비쳐졌다.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데 실패한 것이다. 우리당 한 관계자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니라 카리스마가 없다”고 혹평한다. 오 후보 캠프는 다음 TV토론에서 오 후보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 중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기조는 유지하되, 필요할 경우 상대방과 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형적 한계 외에 콘텐츠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TV토론을 통해 보여준 오 후보의 정책 이해도도 합격점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

오 후보로서는 강 후보보다 이런 지적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 후보는 강 후보보다 행정 경험이 짧다.

연일 터지는 공천비리와 성추문은 오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와 상충된다. ‘악재가 호재 되고, 호재가 악재 된다’는 역설의 심리에 기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지만 유권자들은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다. 강 후보와 오 후보의 대회전의 승자는 과연 누굴까. 변신을 시도하는 두 후보의 움직임이 선거 중반의 관전 포인트로 등장하고 있다.



주간동아 535호 (p12~14)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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