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9

2006.04.04

슬픈 몬스터들의 즐거운 나들이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6-04-03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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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몬스터들의 즐거운 나들이
    순간순간의 어떤 느낌들, 혹은 슬픔과 기쁨, 불안이나 공포 같은 감정들은 도대체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런 감정들을 통제하지 못할까.

    서울 인사동 두아트 갤러리(4월9일까지, 02-738-2522)에서 열리고 있는 이승애의 전시는 우리에게 슬픔의 ‘몬스터’들을 보여준다. 이것들은 (알고 보니) 이상한 촉수들과 가느다란 머리카락 같은 신경줄, 분비선들, 액체를 담는 주머니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스토리 속에서, 상상의 피조물인 이 몬스터들은 대부분 인간의 몸속에서 기생하듯 살아가며 각각 특정한 임무가 있고, 심지어 운명도 있다.

    그중 이름 하여 ‘애적슨’이란 것이 있다. 작가의 스토리에 따르자면, 애적슨은 ‘인간 종족 세포의 고통 지역에서 슬픔 영역의 신경을 자극, 조절하는’ 몬스터다. 애적슨은 인간마다 각기 기원이 다른 슬픔과 그 원인에 해당하는 상상의 피조물인 셈이다. 주인이자 숙주이자 분신일 수도 있는 인간이 느끼는 슬픔처럼 애적슨 또한 슬픔의 여러 감정들을 독백으로 표현한다. 애적슨의 독백은 고독하고 불안하며, 우울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애적슨이란 정체 모를 괴물같이 생긴 상상의 피조물, 그것은 과연 슬픔이라는 감정에, 혹은 그것의 주체인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슬픔이나 고통의 구성물? 대체물? 인간의 고통을 만들어내는 ‘내 안의 몬스터’?

    최근 국내 젊은 작가들의 팬터지, 엽기소설 혹은 팬터지물로 분류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에 이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인형, 에이리언 같은 괴물들, 식물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생명체들, 그것들은 엽기적이거나 흉측하다. 하지만 이 상상의 피조물들은 세상과 벽을 쌓고 사는 심심하고 나약한 인간에게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고, 분신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현실에서 풀지 못하는 감정의 수수께끼나 소통의 부재, 부적응이나 이상과의 갈등 등에 대해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어떤 존재가 있다고 상상하고 싶은 것일까. 그래서 어쩌면 현실 도피의 상상적 결과물들일 수도 있는 이 몬스터들이 우리 곁을 떠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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