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9

2006.04.04

WBC 스타 vs 특급 용병 ‘누가 잘 할까’

2006 프로야구 개막 임박 … 컴백한 호세, 한기주 등 거물 신인 활약도 관심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hotmail.com

    입력2006-03-29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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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 잔치였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났다. 그리고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아직 잔디가 파란빛을 머금기 전이지만 프로야구는 3월 18일부터 시범경기전에 돌입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을 비롯한 WBC 코칭스태프가 한 달 가까이 소속팀 사령탑을 비웠고, 간판 스타들 역시 WBC의 피로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WBC는 이벤트다. 팀과 감독, 선수들의 명운은 정규 시즌에 달려 있다. WBC 여운에 취해 있을 틈이 없다. 모두가 우승을 갈망하고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올 시즌. 그들의 소리 없는 전쟁을 현재 진행 중인 시범경기를 통해 전망해봤다.

    WBC는 한국 프로야구 2006 시즌에도 많은 흔적을 남겼다. WBC 덕을 크게 본 팀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선수 개인적으로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린다.

    두산, 김동주·홍성흔 부상으로 ‘울상’

    최훈재 두산 타격코치는 “정말 라인업 짜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4번 타자 김동주가 WBC 대만전에서 어깨가 빠져 전반기 출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팀 공격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의 공백은 너무나 크다. 홍성흔 역시 발목 부상이 악화돼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시범경기에 나서기 어렵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당분간 김동주를 잊어야 한다. 홍성흔도 4월까지는 포수로 쓰기 어려워 보인다. 지명타자로 기용할 생각이다. 지난 스쿠미 스프링 캠프에서 두 선수의 타격감이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였는데…”라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게다가 두산은 WBC 출전 선수 모두가 이미 병역 문제를 해결한 터라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직접적인 효과도 없다.



    KIA도 2루수 김종국의 부상 탓에 고민이다. 김종국은 멕시코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하다 왼쪽 어깨를 다쳤다.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정밀진단 결과 3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재활훈련 기간까지 더하면 5월 이후에나 그라운드에 설 전망. 대신 KIA는 WBC에서 이종범이 전성기 시절의 날카로운 배팅을 보인 점과 좌완투수 전병두가 큰 경기 경험을 쌓은 것이 위안이다. 특히 전병두는 병역 문제까지 해결돼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 열풍을 시즌까지 이어갈 태세다. 감독의 입지가 굳어지면 팀 전력이 상승하게 마련. 게다가 WBC에서 김태균과 이범호가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3위에 오른 한화는 특별한 전력 손실이 없는 데다 WBC 불펜 에이스 구대성과 자유계약선수(FA) 김민재까지 영입했다. 팀 분위기는 벌써부터 정점에 올라 있다.

    삼성 역시 WBC 수혜를 본 팀이다. 마운드의 두 축 배영수와 오승환이 병역 문제를 해결한 덕분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하려던 배영수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오승환도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평가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입대 예정이던 현대 정성훈도 마음 놓고 야구를 하게 됐다.

    LG는 WBC와 상관없이 내실을 다져온 덕에 지난주 시범경기 1위를 달렸다. WBC에 참가했던 박용택은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해 시범경기에서라도 열심히 뛰어야겠다”며 귀국하자마자 경기에 나설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다.

    팀 전력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외국인 선수다. 올 시즌 각 팀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기대치를 채워주고 있다. SK와 KIA는 외국인 타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SK는 일본인 선수 시오타니의 활약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파워를 갖춘 메이저리그 타자를 데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SK는 재주 많은 내야수를 영입하는 실험을 했다. 지금까지는 대성공. 3번 또는 4번 타자로 뛰는 시오타니는 시범경기 타율 5할을 오르내리며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 착실하게 적시타를 때려주고 있다. 3루 수비도 안정적이고 베이스러닝도 기민하다. 잔재주가 많은 선수는 리그가 바뀌면 상대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오타니는 정밀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덕분에 적응이 빠르다.

    또 다른 SK 용병 피커링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키 198cm, 체중 125kg의 거구인 그는 힘만 앞세우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을 하고 있다. 시범경기 데뷔 이후 5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더니 곧바로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피커링은 “시범경기 때는 한국 투수들의 공을 그저 보고 있을 뿐”이라며 더 큰 활약을 예고했다.

    KIA 3루수 서브넥도 영양가 높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4할대 타율에 홈런이 벌써 3개. 중거리 타자인 줄 알았는데 손색없는 파워까지 갖췄다. 서정환 KIA 감독은 “3루수여서 장타력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쳐주고 있다. 적응이 빠른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롯데 타선의 핵심 호세와 마이로우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 중이다. 3, 4번에 배치돼 함께 4할대 타율을 자랑하며 정신없이 불방망이를 터뜨리고 있다. 이대호와 함께 중심 타선을 이루면 롯데 라인업은 어디에 내놔도 자신감을 가질 만한 화력을 갖추게 된다.

    한화는 검증된 두 용병 타자 데이비스와 클리어를 라인업에 포진했다. 그러나 3할과 25홈런을 보장하는 데이비스는 1할대 타율에서 허덕이고 있다. WBC에 참가했던 김민재 대신 유격수를 맡은 클리어의 방망이도 영 신통치 않다. 시즌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선수들이니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표도 그런대로 괜찮다. LG 아이바는 지난 18일 현대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무난하게 막았다. LG 선발 텔레마코는 24일 롯데전에 나서 컨트롤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구위는 합격점을 받았다. 삼성의 새 외국인 선수 브라운은 아직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부터 ‘까다로운 투수’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국내 무대에서 검증된 투수인 그레이싱어(KIA), 캘러웨이(현대), 하리칼라(삼성), 리오스 랜들(이상 두산) 등은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한 명당 2~3억원, 숙식 지원비까지 포함하면 5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영입한다. 1~2년 내로 당장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반면 신인 스카우트는 10년을 내다본다. 물론 지난해 오승환처럼 데뷔부터 돌풍을 일으킨다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올해는 유독 거물 신인들이 많이 입단했다. 선두주자는 역시 역대 최고 계약금인 10억원을 받은 KIA 한기주. 고졸 신인인 그는 3월22일 대구 삼성전 첫 등판에 시속 150km짜리 광속구를 뿜어냈다. 3이닝 동안 안타를 1개도 맞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내성적인 한기주는 마운드에 서면 싹 달라진다.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상대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찔러넣는 공격적인 피칭을 보였다. 이미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았고 구위만 봐도 올 시즌 10승은 낙관하는 분위기.

    계약금 7억원을 받은 유원상(한화)은 유승안 전 한화 감독의 아들로 일찌감치 이름이 알려진 신인. 그러나 아직 프로 적응이 덜 된 듯하다. 22일 LG전에서 ⅔이닝 동안 3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도 142km에 그쳤다. 유원상의 실전 피칭을 처음 본 김인식 감독은 “공이 높이 들어오고,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한기주, 유원상과 함께 고교 마운드를 호령했던 롯데 나승현(계약금 3억원)은 아직까지 들쭉날쭉한 피칭을 하고 있다.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현대와의 시범경기서 첫 등판해 1⅔이닝 동안 상대 4타자를 상대로 볼넷 1개만을 내주고 무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던졌다. 그러더니 24일 LG전에서는 홈런 2방을 맞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현대 왼손 신인 이현승은 배짱 있는 피칭으로 눈도장을 받았고, KIA 신인 손영민도 등판을 거듭할수록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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