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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차 상생경영 ‘신나는 질주’

지난해 115만 대 판매 사상 최대 실적 … 올 3월엔 정리해고된 직원 전원 복직

  • 손효림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GM대우차 상생경영 ‘신나는 질주’

“노사가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건 2001년 2월14일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당시 노사는 정리해고 문제로 전 국민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교섭을 벌였지만 극적인 타결은 이뤄낼 수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 직원 1725명은 해직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이제 당시를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3월16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부평공장 홍보관.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사장과 함께 정리해고자 전원 복귀를 공식 선언한 기자회견장에서 이성재 노조위원장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약간은 긴장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날 GM대우차는 경영난으로 정리해고됐던 생산직 직원 1725명 중 희망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 정리해고된 직원 전원을 복직시킨 곳은 GM대우차가 유일하다. 이는 지난해 115만 대를 판매해 대우차 시절을 포함,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GM대우차의 ‘기적 같은 회생’으로 가능했다. GM대우차의 회생에는 노사 간 화합을 통한 상생경영이 주요한 밑거름이 됐다.

GM대우차 상생경영 ‘신나는 질주’

2001년 2월10일 경인전철 부평역 임시주차장에서 대우차 정리해고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는 노조원들(위). GM대우차 부평공장 전경.

“회사의 성공 열쇠는 노사 화합”

GM대우차의 노사관계는 여타 기업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끈끈하다. 신차 발표회는 물론 회사 주요 사업을 알릴 때도 어김없이 노사가 함께 자리한다. 지난해 8월 분규 없이 임금 협상을 타결했으며, 올해 1월에는 합동 해맞이 행사로 화합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라일리 사장과 이 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나타냈다. 라일리 사장은 “노조는 경영진의 의지와 사업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 위원장은 “사장님은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조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실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GM대우차는 2002년 출범한 이후 빠른 속도로 정상화돼 판매 대수가 2001년 46만6254대에서 지난해 114만7382대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또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부평공장을 조기에 인수하는 경사를 맞았다.

GM은 2002년 7월 대우차를 인수하며 부평공장을 빼놓았다.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단, △전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할 만큼의 생산량 △매년 4%의 생산성 향상 △GM의 평균보다 높은 품질 △노사 평화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인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부평공장은 ‘대우인천차’라는 위탁 생산업체로 전락했다.

잘 키운 ‘입양아’ 덕 보는 GM

아시아 찍고 미국시장 공략 … GM ‘구원투수’로 등장


GM대우차 상생경영 ‘신나는 질주’

GM대우차 부평공장 조립 라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근로자들.

GM대우차와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GM대우차가 최근 몇 년간 약진을 거듭한 반면, GM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GM대우차를 GM의 ‘구원투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업계를 호령하던 GM은 지난해 회사채 채권이 ‘정크 본드(투자부적격 채권)’로 곤두박질치는 수모를 당했다. ‘잘나가던’ 시절에 노조와 맺은 사원연금 복지체계로 인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고유가 여파로 GM이 자랑하던 대형차 판매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GM은 퇴직자들에게도 의료비 보조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저효율, 고비용’ 기업 구조 때문에 GM은 지난해 4분기에 48억 달러(약 4조8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런 모기업의 상황에 비하면 계열사인 GM대우차의 선전은 놀랍다. GM대우차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모두 114만7382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팔았다. 전년에 비해 14만 대 이상 늘어났다. 2002년 GM대우차가 출범한 이후 최고의 실적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전 대우차 시절을 합쳐도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대우차 부도 직전인 2001년 판매량은 46만6254대였다. 버스와 상용차 공장이 2002년 이후 각각 영안모자와 인도 타타그룹에 팔려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GM대우차의 성장에는 GM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GM대우차의 판매 가운데 105만193대가 수출이다. 완성차 또는 반제품 상태로 수출한 자동차가 전체의 91.5%나 된다. 반면 국내 판매는 9만7189대로 대우차 시절인 2000년의 24만2813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우차 부도로 국내에서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GM대우차는 대부분 GM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준중형차인 라세티는 중국에서 뷰익 엑셀르로 팔리고, 미국에서는 스즈키 포렌자로 팔린다. 또 유럽에서는 시보레 누비라(4도어)와 라세티(5도어), 캐나다 시보레, 아프리카 옵트라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GM대우차는 전 세계에 얽혀 있는 GM의 판매망과 브랜드를 등에 업고 성장했다. 여하튼 GM대우차의 성장에 고무된 GM은 미국 지역 생산을 줄이는 대신 아시아 지역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최근 GM대우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 돌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GM이 GM대우차의 수출 브랜드인 시보레의 판매 호조로 미국 내 시장점유율 급감에 따른 경영난을 상쇄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GM대우차가 수출한 시보레 아베오(국내 판매명 칼로스)다. 오토모티브뉴스는 GM이 중국에 150개의 시보레 딜러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국에서도 GM대우차의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구원의 손길을 뻗쳤던 GM이 이제 오히려 GM대우차에 도움을 청하는 처지가 됐다. GM으로서는 잘 키운 ‘입양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 주성원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swon@donga.com





주간동아 529호 (p40~42)

손효림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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