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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외국인 아내 “못 살겠다, 갈라서자”

2004년 이혼 건수 1611건으로 2년 만에 4배 껑충 … 남편은 위장결혼 탓, 아내는 가정폭력 탓 서로 ‘네 탓’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한국인 남편·외국인 아내 “못 살겠다, 갈라서자”

한국인 남편·외국인 아내 “못 살겠다, 갈라서자”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이혼의 귀책사유가 한국인에게 있으면 국내 거주기간이 2년이 안 돼도 국적을 부여하면서 이혼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조선족 여성 리모(35) 씨는 지난해 5월 결혼생활 2년 반 만에 한국인 남편과 갈라섰다. 2003년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그해 가을 한국에 들어와 살림을 차렸는데, 신혼 초부터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이혼을 결심한 것이다. 남편은 “중국 년들은 두들겨 패야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으니 너도 맞아야 한다”며 심하게 구타했고, “죽이겠다”며 방문을 잠그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는 것. 리 씨는 남편을 피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머문 적도 있다.

전북 지역에 사는 백모(43) 씨는 이달 ‘사라진 아내’와 이혼했다. 백 씨는 지난해 5월 국제결혼소개소를 통해 필리핀으로 건너가 아내(28)를 만났고 7월부터 고향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두 달 뒤 아내는 갑자기 사라졌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확인해본 결과 아내는 필리핀으로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내의 행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백 씨는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으로부터 이혼 결정을 받아냈다.

법정 다툼 땐 언어소통 불편한 아내 측 불리

국제결혼을 한 부부의 이혼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혼 급증’의 진원지는 한국남성과 외국여성 부부. 통계청이 처음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2년 401건이던 외국인 아내와의 이혼 건수는 2004년 1611건으로 무려 4배 이상 늘었다(표 참조). 통계청은 3월30일 2005년도 이혼 건수를 발표할 예정인데 2000건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혼율 또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2003년 3%에 불과했던 외국인 아내와의 이혼율은 2004년 6.2%로 갑절 이상 뛰었다.

혼인무효청구소송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미 혼인신고를 마치고 비자를 발급받아줬는데도 입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러한 경우는 한국남성이 결혼 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외국여성의 가족이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등 주로 돈과 관련한 갈등 탓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김진남 변호사는 “심지어 입국과 동시에 사라져 공장이나 식당 등에 취업하는 외국인 아내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 남편-외국인 아내 부부의 이혼은 협의이혼보다 재판이혼의 비율이 높다. 이는 외국인 아내가 가출한 상태에서 이혼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인데, ‘아내의 가출’을 두고 남편과 아내의 입장 차이는 매우 크다. 한국인 남편들은 “아내가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위장결혼을 했다”며 억울해하고, 외국인 아내들은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과 무시, 경제적 궁핍을 참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

10살 연하의 베트남 여성과 결혼, 아내가 신혼생활 2개월 만에 가출한 조모(35) 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다 가출한 걸로 봐서는 처음부터 도망갈 생각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 초 결혼생활 3개월 만에 가출해 서울의 한 외국인상담소로 찾아온 필리핀 여성 A(24) 씨는 “술만 마시면 손찌검하기 일쑤라서 더는 한집에서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정경훈 간사는 “남편들은 절대 폭력을 휘두른 적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하면서 “위장결혼 여부도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아내들에게서 그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남 변호사는 “신혼여행 다녀와서 갈라서는 부부들도 많은 게 결혼생활이기 때문에 두세 달 같이 살고 가출했다면 위장결혼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외국인 아내 “못 살겠다, 갈라서자”

농촌 총각들의 신붓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국제결혼을 장려하기도 한다.

이들 부부의 이혼법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이혼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일이다. 2004년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이혼의 귀책사유가 한국인이면 국내 거주기간이 2년이 안 돼도 배우자에게 체류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 여성들은 이혼 후 모국으로 돌아가기보다 한국에 남아 돈을 벌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법정 다툼에서 한국 남성들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언어 소통이 불편하고 한국 법정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 외국 여성이 법률 도움을 받아 재판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정경훈 간사는 “외국 여성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시민단체가 더 많아져야 하고 홍보 또한 확대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양육권 다툼에서도 양육 의사가 있는 한 한국 남성이 더 유리한 입장이다. 양육권을 주장하는 한국 남성들은 △외국 여성이 낳은 아이라도 아이는 분명 한국인이며 △외국 여성이 모국으로 아이를 데려갈 것이 염려되고 △엄마가 아이를 기르면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주장을 동원해 양육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법원은 양육권 다툼을 벌이는 국제결혼 부부에게 ‘아내에게 양육권을 주는 대신, 아내는 양육비 청구를 포기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아름다운재단 소라미 공익변호사는 “양육권을 가진 쪽에게 양육비를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양육비를 포기하라고 한 배경에는 ‘아이를 무기 삼아 한국에 살면서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법원의 의심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성급한 결혼 결정이 문제”

한국 남성-외국 여성의 결합이 이혼이라는 파국으로 쉽게 치닫는 일차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성급한 결혼 결정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많은 경우 한국 남성들은 국제결혼소개소를 통해 외국으로 건너가 며칠 만에 결혼 여부를 결정한다. 배우자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아예 생략돼버리는 셈이다. 서울가정법원 송현종 가사조사관은 “결혼생활에 대해 가졌던 환상이 결혼과 동시에 무참히 깨지면서 갈등을 겪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 여성들이 갖는 ‘코리안 드림’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깨져버리기 일쑤다. 외국 여성들은 ‘부자 나라’로 시집오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국제결혼을 하는 대다수 한국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형편이라 크게 실망한다는 것.





주간동아 529호 (p34~35)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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