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9

2006.04.04

카드 불법대행에 80억원 부당이익

군인공제회 나라사랑카드 사업 … 국방부와 현행법상 계약 불가, 적자 발생 허위보고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3-29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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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불법대행에 80억원 부당이익

    2005년 10월 군인공제회관에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를 받는 군인공제회 김승광 전 이사장.

    특수공익 비영리법인(사단법인)인 군인공제회(조영호 이사장)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방부의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불법으로 대행하고, 향후 10년간 8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제휴은행으로부터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는 3월 초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에게 “매년 8억원씩, 10년간 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허위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은 그동안 종이로 제작된 ‘병역증’ 또는 ‘전역증’과 은행통장을 한 장의 전자(스마트)카드로 통합하는 사업이다. 병역 의무자가 징병검사를 받을 때 지급받는 전자카드 한 장으로 군 입대와 복무, 제대, 예비군 때까지 신분증을 대신하도록 하고 여기에 현금 및 체크카드 등 금융카드 기능을 추가한 것.

    이 사업은 군 복무 의무를 수행해야 할 대한민국 모든 남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국방부와 병무청이 지난해 3월부터 추진해왔다. 본격적인 사업 시행은 2007년 1월로 예정돼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 내년 1월 시행 예정

    군인공제회가 이 사업을 대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9일 국방부 및 병무청과 ‘나라사랑카드 관리운영대행 약정서’를 체결하면서다. 군인공제회는 약정서 체결 바로 다음 날인 10일 곧바로 사업 제휴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10개 시중은행 가운데 입찰공고에 참여한 은행은 신한은행 단 한 곳뿐. 군인공제회는 신한은행과 한 달여 뒤인 6월22일 가계약에 이어 12월19일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문제점은 사업 전반에 걸쳐 드러났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방부와 병무청이 군인공제회와 체결한 ‘관리운영대행 약정서’ 자체가 현행법상 이뤄질 수 없는 계약이라는 것.

    국방부 법무관실에 따르면 ‘대행’과 ‘위탁’은 전혀 다르다. 대행은 행정기관이 권한을 행사하면서 그 실무를 대행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실무에 따른 법률적 효과나 책임은 행정기관에 있다. 여기서 행정기관이 정부라면, 대행기관은 정부 산하기관에 해당한다.

    반면 위탁은 행정기관의 권한 중 일부를 하위기관이 아닌 동등한 수준의 다른 행정기관이나 법인 또는 민간기관 등에 맡기는 것이다. 법률적 효과나 책임은 일차적으로 수탁자에게 있다. 이때 위탁계약자 선정은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국방부와 군인공제회가 체결한 관리운영대행 약정서는 이 두 가지 중 어떤 경우라도 문제다. 대행계약이라고 해도 문제고, 위탁계약이라고 해도 문제인 것.

    대행계약은 군인공제회가 국방부 산하기관이어야 가능하다. 군인공제회 측은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국방부 산하기관이라고 주장한다. 군인공제회 홍보팀 양성기 차장은 “군인공제회법 및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관한 대통령령 등에 근거할 때 군인공제회는 국방부 산하기관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 관리기본법’에 규정된 정부 산하기관 적용범위에 군인공제회는 포함되지 않는다. 법 규정상 정부 산하기관은 ‘정부로부터 출연금 또는 보조금 등을 받는 기관 또는 단체’를 말한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정부로부터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회비로만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다. 국방부 직제상에도 군인공제회는 포함돼 있지 않다. 직제상 국방부의 산하기관은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쟁기념사업회 등 3개 기관이다.

    행정자치부 조직기획팀 임종건 주사는 “정부 산하기관은 정부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출자금이나 지원을 받은 기관으로 통상 특수법인 형태로 만들어져 정부의 업무 중 일부를 대행한다”면서 “군인공제회는 국방부의 지도감독을 받지만 민법에 근거를 둔 민간기관으로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간기관·산하기관 ‘왔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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