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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의주 특구’ 이번엔 진짜 열릴까

경제개방 재추진 관련 7가지 소문 떠돌아 … 도로 확장 보수·주택단지 조성은 확인

  • 손광주 북한전문가·데일리NK 편집인

‘신의주 특구’ 이번엔 진짜 열릴까

‘신의주 특구’ 이번엔 진짜 열릴까

중국 단둥시 진장산공원에서 바라본 압록강 철교와 신의주. 신의주 너머 들판 뒤편의 시가지가 남신의주다.

지금 신의주는 경제개방 소문에 휩싸여 있다. 신의주 경제특구를 재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발표했으나 그해 9월 중국이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을 구속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중국은 양빈의 불법자금을 문제 삼았지만 내막은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추진하면서 호텔과 카지노를 주요 산업 중 하나로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의주 카지노를 통해 달러 현금을 확보하려 했다.

신의주는 중국 단둥과 지척이고, 랴오닝성과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중국은 랴오닝성 주민들이 카지노에 빠져들 것을 우려해 양빈을 구속한 것이다. 만일 신의주 경제특구에 카지노 산업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중국은 특구 설치를 수용했을 것이다.

4년 가까이 흐른 지금, 신의주는 또다시 특구설에 휩싸여 있다. 1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뒤부터다.

지금 신의주에 떠도는 특구 재추진과 관련한 소문은 대략 7가지다.

김일성 생일 전후해 중대발표 ‘소문’



첫째, 특구 개발을 위해서는 도로·항만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인데, 최근 들어 신의주에 도로 확장·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신의주에서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둘째,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개방 특구를 운영하자면 성분이 좋지 않은 주민들을 소개(疎開)하는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남(南)신의주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 중이라는 것이 다. 이 역시 사실로 파악되고 있다. 신의주가 개방되면 주민 일부는 다른 지방으로 옮기고, 일부는 남신의주에 거주시킨다는 것이다. 신의주와 남신의주를 잇는 도로 건설이 계획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자본은 중국 정부가 대고, 노동력은 북한이 제공한다고 신의주 내부 소식통은 전한다.

셋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을 전후해 북한에서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내용은 신의주에 곧 대형 건물이 건설되는데 중국인, 한국인 등 모든 외국인에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단, 북한에 10만 달러 이상 투자한 사람만 해당된다고 한다. 이것이 본격적인 개방에 대비한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 차원’이라는 소문도 있다.

넷째, 신의주 옆에 ‘비단섬’이 있는데 이곳을 특구로 개발한다는 소문이 최근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비단섬에는 인민군 해양경비대 본부가 있고, 약 120세대가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비단섬에서는 어떠한 개발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다섯째, 단둥에서 동강 쪽으로 가다보면 량토우(浪頭)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과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는 계획이 있다고 한다. 이 소문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총 공사비의 70%는 중국, 30%는 북한이 책임지는데 북한이 부담할 30%의 자금은 중국이 보증을 서고 중국의 모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리를 건설하는 이유는 신의주 개방을 앞두고 신의주 시가지에서 서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1일 자유시장’이 들어서면 주요 교통로로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의주 특구’ 이번엔 진짜 열릴까

중국 동강에서 바라본 비단섬. 개발의 징후라곤 없다.

여섯째, 3월18일을 전후해 단둥에서 신의주 개방과 관련한 북-중 책임자 단위 회의가 열린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단둥시 관계자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일곱째, 올해 7월부터 신의주에 ‘1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문이다. 이 역시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단둥을 오가는 북한 무역일꾼들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볼 때 신의주 특구에 관련된 소문은 무성하지만 ‘확인’된 것은 두세 가지 정도다. 신의주에 도로 확장·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남신의주에 주택단지가 조성 중이라는 것. 나머지는 2002년 신의주 특구 개발계획 발표 당시 떠돌던 소문과 유사하다. 그러나 2002년과 지금은 북한을 둘러싼 내·외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3월18일 장성택 북한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장 제1부부장은 2년가량 실각 상태에 있다 지난해 말 현업에 복귀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자강도 강계시 현지지도에 동행한 것이 파악되면서 과거 김 위원장의 최측근 보좌역으로서의 지위를 상당 부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중국 방문은 김 위원장의 ‘측근 실력자’란 점에서 주목된다.

장 제1부부장의 방중은 1월 김 위원장 방중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한, 광저우, 선전 등 중국의 개방도시를 먼저 돌아본 다음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김 위원장 중국 방문 목적은 △양국 간 경제협력 본격화 등 포괄적인 북-중 관계의 복원 △김정일 위원장의 개혁개방 제스처 대외 시위 △핵문제(6자회담), 위폐 문제에 대한 북-중 협의 등이었다.

장 제1부부장의 방중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방중 결과를 측근 실력자로서 좀더 ‘구체화’하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장 제1부부장은 중국의 개방도시를 시찰하고 수행 경제관료들과 함께 중국의 경제 관련 당 관료, 기업가들을 만나 경제개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 제1부부장의 정치적 비중을 감안하면 양국 간 경제교류 문제뿐 아니라 북-중 양국의 정치·외교 현안 문제도 거론됐을 것이다. 경제 분야 실무 차원이라면 박봉주 총리나 노두철 부총리를 보내도 된다. 김 위원장이 굳이 당 최측근인 장 제1부부장을 보낸 이유는 조선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간의 당 대 당 사이에 중요한 전략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 압박하자 중국 쪽으로 튄다?

현재 북-중 간 당 대 당 사이에 논의해야 할 사안은 경제교류 외에도 6자회담, 위폐 문제를 비롯한 대외관계 등이 있다. 특히 3월7일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위폐 문제 등에 관한 북-미 접촉 후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른 사실이 포착되었고, 이에 따라 이 국장이 북-미 접촉의 결과를 제한적인 범위에서 중국 측에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북·미 접촉에서 북한은 ‘위폐협의체’ 설치 등 4가지를 제의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중국 측에 전달할 김 위원장의 의중이 정확히 무엇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과 최근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북-중 관계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위폐 문제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중국 측의 외교적 도움을 요청하고,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르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이 김 위원장 체제를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몰아가면서 총체적 ‘북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지금 김 위원장은 핵문제, 위폐, 마약, 위조의약품, 위조담배 등 각종 불법행위로 궁지에 몰려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는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압박이라는 급소를 찌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이 김 위원장을 압박하니까 김 위원장은 중국 쪽으로 ‘튀고’, 중국은 김 위원장 체제를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몰아가면서 골치 아픈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가파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아주 예민한 ‘성감대’가 바로 신의주다. 이 때문에 4월 중순경까지는 신의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529호 (p16~17)

손광주 북한전문가·데일리NK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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