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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 짙은 色의 유혹 ‘고객 녹인다’

초콜릿폰 대박으로 위력 실감 … 신용카드에서 아파트까지 컬러마케팅 경쟁 치열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농도 짙은 色의 유혹 ‘고객 녹인다’

농도 짙은 色의 유혹 ‘고객 녹인다’

컬러테러피로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아파트 광고.

그것이 ‘폰’이란 건 소비자에게 별 의미가 없어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달콤하고 쌉쌀하며, 우아한 ‘느낌’이니까요.”

초콜릿의 컬러와 감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마케팅으로 메가 히트작을 만들어낸 LG전자 ‘초콜릿폰’ 브랜드 관계자들의 말이다.

‘초콜릿폰’은 130만 화소 카메라에 대용량 MP3를 갖춘 휴대전화로 첨단 제품들에 비하면 평범하다.

하지만 휴대전화 시장도 이제는 성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매끄러운 초콜릿 블랙 컬러는 장안의 트렌드 세터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조사 결과 젊은 남성 소비자들이 더 빨리 지갑을 연 것으로 드러나 마케팅 담당자들을 놀라게 했다. 초콜릿 블랙 컬러에 광고 모델 다니엘 헤니와 현빈의 이미지를 더해 메트로섹슈얼 남성들이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콜릿폰에 핑크 레이저가 도전장



여기에 ‘핑크 레이저’가 도전장을 던졌다. 모토롤라사가 2006년의 유행 컬러로 내놓은 제품이다. ‘마젠타’라고 부르는 화려한 꽃분홍색을 채용했는데 어디서나 모토롤라의 바로 그 제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튀는’ 색이다. 모토롤라는 이 반짝이는 컬러를 ‘슬릭 & 섹시(sleek & sexy)’로 해석했다.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몇 달 앞서 출시된 ‘핑크 레이저’는 케이블 TV와 패션잡지 등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들고 다니는 장면이 잡히면서 해외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안달나게 했다. 모토롤라코리아의 민혜원 과장은 “TV와 잡지에 실린 스타 사진에서 ‘핑크’를 보고 국내 출시 일자를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와 일찌감치 히트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농도 짙은 色의 유혹 ‘고객 녹인다’

‘초콜릿 블랙’으로 메트로섹슈얼 족에게 인기를 얻은 ‘초콜릿폰’(왼쪽). 2006년 유행색 핑크로 여성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핑크 레이저’.

색깔을 이용한 ‘자존심 마케팅’은 신용카드 업계에도 거세다. M, S, W 등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알파벳 카드로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을 5배 늘린 현대카드는 2005년에 최상급 소비자인 VVIP용 명품카드 ‘더블랙(The Black)’이 성공한 데 힘입어 2006년 2월에는 5% VIP를 대상으로 한 귀족카드 ‘더퍼플(The Purple)’을 내놓았다. 타사의 황금색이나 은백색 VIP 카드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카드들이다.

‘더퍼플’은 월 1000만원 이상 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며 연회비는 30만원. ‘더블랙’이 사회적으로 이미 성공한 한정 회원(9999명)에게 발급하는(현재 1500장 발행) 데 비해 ‘더퍼플’은 전문직 종사자들과 대기업 부장급 이상에게 발급된다. 광고 카피는 ‘감히 나를!’이다.

“보라는 원래 왕족과 귀족만 쓸 수 있는 색이었죠. 또 보라색 옷은 미인들에게만 어울린다고 하잖아요. ”(오정민, 현대카드M 브랜드관리팀)

농도 짙은 色의 유혹 ‘고객 녹인다’

명품카드 ‘더블랙’(왼쪽)과 귀족카드 ‘더퍼플’.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된다.

귀족카드답게 ‘더퍼플’은 세계 최정상급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파격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위스 화폐를 디자인한 네덜란드의 레옹 스탁이 디자이너. 그는 “보이는 카드가 아니라 ‘느끼는’ 카드를 만들려고 했다. ‘더퍼플’은 푸른색을 더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진보적인 느낌을 강조한 보라색이다. 여기에 투명함과 황금빛을 더해 카드를 쓸 때마다 시각, 촉각 등 오감이 만족하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더블랙’의 디자이너는 이집트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였다.

날로 치열해지는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서 컬러테러피 마케팅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아파트가 있다. 코오롱건설의 ‘하늘채’. ‘하늘채’ 광고는 ‘컬러가 힘이다’라는 문구와 천재소년 송유근 군의 파란색 방을 보여주어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를 자극한다. 코오롱건설은 이를 위해 아예 컬러공학연구소를 설치했다. ‘모든 에너지는 색을 갖고 있으며, 이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주거공간에 도입한다’는 것이 웰빙 컬러테러피의 기본 컨셉트. 아이들은 예술형·집중형·천재형 등으로, 부부는 하모니·킹덤·다이아몬드·슈거 등으로 나눠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게 한다. 예를 들어 재운(財運)은 다이아몬드 컬러를, 부부 애정은 슈거 컬러를 쓰면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는 식이다.

이 같은 컬러마케팅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정서적 즐거움과 팬터지를 경험하기 위해 물건을 산다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전제로 한다. 80년대 이후 이 이론이 설득력을 얻자,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도 검은색과 흰색이 각각 독점했던 자동차와 가전제품(‘백색가전’)에 노랑·연두·분홍 등이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단순히 파격적이고 화려한 색깔을 사용하는 것을 컬러마케팅으로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녹색 케첩이나 파란색 콘플레이크를 신기해했지만, 사먹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색 자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색의 팬터지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컬러마케팅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가 바로 그런 것이죠. 소비자들을 조사해보면 자신의 감성에 어필하는 색과 디자인을 ‘세련’됐다고 느낍니다. 뜻밖에도 그것은 화려하고 인공적인 색이 아니라 자연스런 색이에요.”(차하나, 크리에이티브에어 ‘초콜릿’ 광고 진행)

이것이 ‘소비자 경험 디자인(customer experience design)’이다. 샤넬의 검은색, 에르메스의 주황색, 티파니의 스카이블루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통해 컬러를 경험하면서 브랜드와 컬러를 동일하게 인식하게 된 ‘소비자 경험’ 컬러마케팅의 예다.

재미있는 것은 ‘초콜릿폰’은 원래 초콜릿 모양으로 디자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브랜드팀과 광고팀에서 이것을 ‘초콜릿폰’으로 불러주기 전까진 돌출된 키패드를 없앤 ‘슬림 블랙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레카의 순간처럼 ‘초콜릿’이란 이름이 떠오르자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것이 초콜릿을 닮았다고 믿고 구입한다는 점이다.

“IT 제품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를 바랐어요. 기자간담회를 없애고 명품 패션쇼가 자주 열리는 W호텔에 연예인들과 트렌드 세터들을 초대해 뮤지컬 퍼포먼스를 열었어요. 연예인들에겐 관행적 ‘대접’을 하긴 했지만, 패션에 가장 민감한 연예인들이 초콜릿폰을 보고 마음을 움직여 큰 힘이 됐지요. 신문은 애니콜 이미지가 강해 입소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패션지를 홍보 타깃으로 삼았고요.”(조다솜, ‘브이콤’ 초콜릿폰 홍보대행사)

사실 패션업계의 마케팅 방법을 먼저 들여온 건 ‘핑크 레이저’였다. 모토롤라는 코트의 미녀 마리아 샤라포바,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는 패리스 힐튼 등 스타들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사진을 통해 제품을 홍보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마리아 샤라포바는 모토롤라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소비자 높아진 안목·자유로운 감성의 표현

한 광고제작자는 “사람들은 고립되면서 물건에 더욱 애정을 쏟는다.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짜파게티폰’ ‘밀크폰’(‘화이트초콜릿폰’) 같은 애칭으로 부르면 그것은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컬러마케팅”이라고 말한다.

진화한 컬러마케팅은 화장품과 자동차 등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최근 출시된 GM대우의 자동차에는 ‘모래바람색’ ‘진주색’이 있고, 르노삼성에는 ‘애틀랜틱’(블루) 컬러가 있다. 색조 화장품에서는 ‘파랑’ ‘빨강’ ‘분홍’이 사라지고, ‘M’ ‘디어존’ ‘랑데부’ ‘바하마 마마’에 ‘효리핑크’ ‘소영’색이 생겨났다. 사지 않으면 ‘색맹’과 다름없다.

‘컬러마케팅’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과 자유로운 감성의 요구에 따른 현상이다. 동시에 현대 자본주의사회에는 상품을 소비하고 경험하는 ‘나’만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색’이 구매의 기준으로 갈수록 위력을 떨치는 시대다.



주간동아 2006.02.28 524호 (p62~63)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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