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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모 고용 비용 공제해주자고?

‘미세스 퍼펙트’ 독일 여성가족부 장관 법안 발의 … 신랄한 비판 받지만 여성과 가정 새 모델 제시

  • 슈투트가르트=안윤기 통신원 friedensstifter@gmail.com

뭐, 보모 고용 비용 공제해주자고?

뭐, 보모 고용 비용 공제해주자고?

최근 독일에서는 슈뢰더 정부에선 ‘주변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양육 등 가족문제가 주요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연말 출범한 앙겔라 메르켈 내각의 각료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우줄라 폰 데어 라이엔(47)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그의 별명은 ‘미세스 퍼펙트(Mrs. Perfect)’.

폰 데어 라이엔은 기품 있는 집안에서 곱게 자란 인상인데, 실제로도 그렇다. 그는 15년 동안 니더작센 주지사를 역임한 기민련의 저명한 정치가 에른스트 알브레히트의 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총명해서 남들보다 두 살 빠른 18세에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러 최고 성적을 얻었고 뮌스터대학 경제학 석사, 하노버대학 의학 박사·보건학 석사,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 등을 취득했다. 1986년 같은 의학도였으며 현재 의대 교수인 하이코 폰 데어 라이엔을 만나 결혼했고, 이후 99년까지 쌍둥이를 포함해 7명의 자녀를 낳았다. 막내를 낳았을 때 그는 집에서 한 팔로 아이를 안은 채 방송대 강의를 했다고 한다.

폰 데어 라이엔은 경제학, 보건학 등 전공 외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의료인으로서도 활동했으며 1990년부터는 정당에도 살짝 몸을 걸쳤다. 그는 2003년 니더작센 주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돋움했고, 급기야 연방정부의 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7명 자녀 두고 일과 가정서 성공

지성과 미모를 겸비하고 사회적 성공과 다복한 가정을 동시에 이룬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최근 과감한 법안 하나를 발의하면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법안의 핵심은 ‘직업여성의 자녀양육비를 일종의 필수경비로 간주해 세금공제 항목으로 삼자’는 것.



여성이 임신, 육아와 사회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신세대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한다. 독일의 출산율은 성인여성 1인당 1.3명으로 유럽 내에서 최저 수준이다. 성인여성의 3분의 1은 자녀가 없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보모 고용 비용을 국가에서 세금공제 방식으로 일정 부분 부담해주면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사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보모’들을 정규직업으로 승격시킴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대 효과도 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재무부와 공제한도를 연 4억6000만 유로(약 5520억원) 이내로 하겠다는 선에서 절충을 보았다.

이 결정이 나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돼서 연립내각의 한 축을 이루는 사민당 쪽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보모를 고용할 정도면 웬만큼 사는 가정일 텐데 그런 가정에만 세금공제 혜택을 준다면 사회적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 1유로의 양육비라도 모두 세금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사민당의 주장이다.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기사련도 이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법안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소득세를 내는 직업여성이나 맞벌이 부부일 텐데, 그러면 전업주부들은 별도의 소득이 없는 데다가 공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이중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독일 어린이보호협회 회장 하인츠 힐거스는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이 부잣집 부모들에게 선물을 안겨줌으로써 가난한 집 어린이들을 곤경에 빠뜨렸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독일에서 최근처럼 가족, 아동 문제가 정치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폰 데어 라이엔’ 논란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아동학대 조기경보시스템, 자녀양육비 증액 지급, 무료 유치원 운영, 취학 전 어린이 종합의료검진 의무화 등 독일 가족문제 해소를 위한 복안을 연일 내놓고 있다. 전임 총리 슈뢰더가 ‘핵심 사안이 아닌 주변적인 문제’로 치부했던 이슈가 이제는 정치권과 사회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이 독일사회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은 그가 논란이 되는 법안을 제안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여성과 가정의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독일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세스 퍼펙트’의 성공적인 삶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파급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 2006.02.28 524호 (p58~59)

슈투트가르트=안윤기 통신원 friedensstif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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