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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의 茶人기행|잠곡 김육

육우의 다경을 소개한 실학자

육우의 다경을 소개한 실학자

육우의 다경을 소개한 실학자

김육 불망비.

김육(1580~1658)의 흔적이 익산 땅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는 중이다. 다행히 눈발은 그치고 도로에 쌓인 눈은 어느새 녹아 있다. 왜 김육의 불망비(不忘碑)가 연고도 없는 익산시 함라면에 세워져 있는지 궁금하다. 불망비라 하면 공덕을 기리기 위해 지역민들이 세워준 것이 분명하다.

김육은 대동법 시행을 주장한 실학자이자 개혁정치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개혁적 성향은 집안 내력의 영향이 크다. 그는 기묘사화 때 조광조와 함께 사사당한 김식의 3대손이자 대쪽 같았던 참봉 김흥우의 아들이다.

대동법이란 잘 알다시피 수천 가지의 공물 대신 쌀로 통일하고 가호에 따라 무조건 받아왔던 세금을 토지 결수의 기준으로 받자는 것. 따라서 땅이 없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다. 김육은 줄기차게 대동법 시행의 이익을 들어 효종에게 주청했다.

“미포(米布)의 수가 남아서 반드시 공적인 저장과 사사로운 저축이 많아져 상하가 모두 충족하여 뜻밖의 역(役) 역시 응할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 김육은 교활한 아전과 방납(防納·관리와 결탁한 업자가 공물을 파는 일) 업자들의 횡포도 고발했다.



“탐욕스럽고 교활한 아전이 색목(色目·공물의 가짓수)의 간단함을 혐의하고 모리배들이 방납하기 어려움을 원망하여 반드시 헛소문을 퍼뜨려 교란할 것이니, 신은 이 점이 염려됩니다.”

대동법 시행 관철 … 백과사전 유원총보 저술

그의 ‘옛 역사를 보며(觀史有感)’란 시를 보면 그의 지극한 애민정신이 더욱 느껴진다.

(전략) 삼대시대 이후로 오늘까지/ 하루도 제대로 다스려진 적 없다오/ 백성들이야 무슨 잘못 있으리/ 저 푸른 하늘의 뜻 알 수가 없네/ 지난 일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오늘의 일이야(從來三代下 不見一日治 生民亦何罪 冥漠蒼天意 旣往尙如此 而況當時事).

김육의 본관은 청풍(淸風), 자는 백후(伯厚), 호는 잠곡(潛谷). 선조 38년(1605)에 사마회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갔는데, 동료들과 광해군 1년(1609)에 청종사오현소(請從祀五賢疏·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등 5인을 문묘에 향사할 것을 건의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문과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당하고 가평 잠곡에 회정당(晦靜堂)을 짓고 은거하게 된다. 이후 서인의 반정으로 인조가 즉위하자 의금부도사가 되고 이듬해 음성현감이 된다.

이때 증광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정언이 되고 다시 안변도호부사로 나가 청나라 침입에 대비했으며 사신으로 명나라를 다녀온 뒤, 예조참의 우부승지를 거쳐 충청도관찰사로 나간다. 도정을 펼치면서 대동법 시행을 관철했고 수차(水車)를 만들어 보급했다. 김육을 실학자라 한 것은 백성들의 살림에 도움이 되는 화폐를 유통시키고 수레를 제조했으며, 시헌력(時憲曆)을 제정하고 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인 유원총보(類苑叢寶)을 편찬했기 때문이다.

나그네가 그의 저술 중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유원총보다. 유원총보는 47권 22책으로 권37은 음식을 집대성한 음식문(飮食門)인데, 차(茶)편이 나오고 있다. 차편에는 ‘다경’의 저자인 육우, 차의 효능, 차의 일화, 차세에 얽힌 얘기 등이 총 1730여 자로 기록되어 다인들에게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정보를 주고 있다.

그렇다. 다인들에게 김육의 유원총보가 소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목의 ‘다부’와 초의선사의 동다송이 차를 개인의 정서에 접목시킨 문학적인 다서(茶書)라면, 김육의 차에 관한 다양한 지식은 사전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망비 앞에 당도한 나그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주변이 너무도 어수선하여 불망비가 초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고 불망비를 세웠을 터.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이를 잊은 채 살고 있다. 나그네는 그런 마음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난감하기만 하다.

☞ 가는 길

익산시에서 황등을 거쳐 함라면 면소재지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영의정 김육의 불망비는 함라파출소 뒤에 서 있다.



주간동아 2006.01.03 517호 (p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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