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9

2005.01.18

쫄깃쫄깃 참꼬막 ‘군침 절로

  • chjparis@hanmail.net

    입력2005-01-14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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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쫄깃쫄깃 참꼬막 ‘군침 절로

    제철을 만난 새조개 샤브샤브. 싱싱한 새조개를 바지락으로 우려낸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다.

    제철 음식을 먹는 것처럼 즐거운 일은 없다. 철 따라 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이런 즐거움 중 하나이리라. 그것도 남도 바닷가에서 건져올린 해산물을 맛깔스런 전라도 음식 솜씨로 요리해 내놓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서울 노량진에 있는 ‘순천식당’이다. 벌교가 고향인 식당 주인은 빈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에도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예로 들어가며 음식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이 집은 ‘태백산맥’ 음식 기행의 서울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꼬막 한 접시부터 주문했다. 이 집에서는 그 유명한 ‘벌교 참꼬막’으로 시작하는 게 정석이다. ‘꼬막 맛 떨어지면 죽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꼬막은 전라도에서 즐겨 찾는 음식이다. 그런데 그 전라도에서도 알아주는 꼬막이 바로 벌교산이다. ‘고흥 쪽 해변에서도 보성만(灣) 일대에서도 꼬막은 난다. 그러나 벌교 꼬막에는 그 맛이 미치지 못해 옛날부터 타지 사람들이 먼저 알고 차등을 매겼다’고 ‘태백산맥’은 말하고 있다. 게다가 꼬막은 찬바람이 불면서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 봄철 알을 품기 전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꼬막은 약간 덜 익혀야 제 맛이 난다. 다시 조정래의 손을 빌려보자.

    ‘그 다음이 삶는 일이었다. 솜씨는 이때부터 필요한 것이었다. 감자나 고구마를 삶듯 해버리면 꼬막은 무치나 마나가 된다. 시금치를 데쳐내듯 핏기는 가시고 간기는 그대로 남아 있게 슬쩍 삶아내야 한다. 그 슬쩍이라는 것이 말 같지 않게 어려운 일이었다. 알맞게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반드르르 돌게 마련이었다. 양념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꼬막 껍데기를 까는 데 너무 힘을 주면 오히려 잘 안 까진다. 양 엄지손톱으로 살포시 누르듯 해야 벌리기가 쉽다. 시작부터 막걸리 사발이 연신 비어간다.

    쫄깃쫄깃 참꼬막 ‘군침 절로

    벌교가 고향인 김용안 김인자 부부가 주인으로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예로 들어가며 꼬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데 주인이 방금 전 벌교에서 새조개가 올라왔다며 싱싱하기가 이를 데 없다고 귀띔했다. 운 좋게도 날을 잘 맞춰 왔다. 당연히 다음은 ‘새조개 샤브샤브’다. 새조개는 다리가 새부리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내해의 수심 5∼30m의 진흙 바닥에 살며 다리를 이용해 점프하듯이 헤엄쳐서 멀리까지 움직인다. 새조개 또한 요즘이 제철이다. 그래서인지 식탁마다 새조개 풍년이다. 새조개는 서해안에서 많이 나는데, 주인 말에 따르면 남해안 새조개가 흙이 들어 있지 않아 상품에 속한다고 한다.



    새조개 다리를 바지락 등으로 우려낸 담백한 육수에 야채와 함께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 육수가 끓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새조개 다리 날것을 초장에 묻혀 먹는 것인데 주변의 의심스런 눈초리들이 금방 호기심으로 바뀌어 접시에 있던 다리 몇 개가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다. 싱싱하다. 살짝 데친 다리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씹는 동안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우러나오는데 꼬막의 강한 맛과 비교해 다소곳하다. 데쳐낸 맑은 국물을 먹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시원하다.

    쫄깃쫄깃 참꼬막 ‘군침 절로

    그 유명한 벌교 참꼬막. 전라도에서도 벌교산을 최고로 친다.

    뚝딱 없어진 새조개에 입맛을 다시다가 ‘산낙지연포탕’으로 옳겨갔다. 따로 연포탕 육수 없이 새조개를 데친 국물에 쪽파, 무채, 마늘 등을 넣어 살아서 꿈틀거리는 세발낙지를 데쳐 먹는다. 꿈틀거리는 낙지를 보자 날것으로 먹지 못하는 아쉬움이 생기지만 살짝 데친 낙지가 이를 충분히 보상해준다. 죽은 큰 낙지를 넣어 먹는 연포탕과 달리 가느다란 낙지 다리가 탱탱하게 다가온다. 국물은 새조개와 낙지의 향이 어우러져 묘한 맛을 낸다. 마늘 쪽파 때문에 맛이 강해지고 낙지의 먹물이 녹아 색깔이 진해진 국물이 갯내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연신 담백한 것을 먹고 나니 강한 맛을 느끼고 싶다. ‘간재미 초회’가 입맛을 당긴다. 간재미는 가오리의 서해 지방 사투리로, 언뜻 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무게가 1kg 미만이고 코가 둥그스름해 홍어와 완연히 구분된다. 홍어와 달리 간재미는 대부분 삭히지 않고 생으로 야채와 함께 무쳐낸다. 삭힌 것은 홍어와 달리 속탈이 날 수 있으니 찜으로 해먹어야 한다. 야채와 함께 초장에 무쳐낸 간재미 초회는 생홍어 무침을 먹을 때의 느낌을 어느 정도 살려준다. 봄철이 제철이지만 겨울에도 그리 나쁘지 않다. 삭힌 홍어 무침에 익숙한 사람들은 맛이 밍밍하다고도 하지만 꼬들꼬들 씹히는 맛과 새콤함이 어우러져 상큼한 맛이 혀를 자극한다. 막걸리 병이 계속 쌓이고 누룽지로 마무리하고 나니 속이 든든하다.

    반찬으로 나온 전어 내장으로 만든 돔배젓과 멸치 형님뻘 된다는 디뽀리를 넣어 끓인 무 찌개도 이 집에서 놓쳐서는 안 될 음식이다. 5월부터 7월까지는 서대회 무침, 가을철에는 전어회, 겨울철에는 키조개 구이와 매생이를 맛볼 수 있다. 홍어삼합과 홍어내장탕에서 남도의 맛을 즐기는 것도 좋다. 짱뚱어탕, 연포탕, 갈치조림 등도 식사로 준비되어 있다. 음식 나르는 아주머니들의 말추임새도 음식 맛을 돋워준다. 늘 손님이 많으니 예약하지 않으면 발걸음 돌리기 십상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요리사와 손님이 동시에 갖춰야 할 덕목이 시간엄수라고 했다. 예약을 하고 뒤늦게 취소하는 이는 이런 덕목이 있나 싶기도 하다.



    쫄깃쫄깃 참꼬막 ‘군침 절로
    ‘순천식당’

    위치 :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대방역 방향으로 조금 가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뒤 2층

    연락처 : 02-817-3222

    추천 메뉴: 벌교참꼬막 1만4000원, 산낙지연포탕 1인분 1만5000원, 새조개 샤브샤브 3만5000원

    영업시간 : 낮 12시~오후 10시

    휴무 : 매주 일요일, 신정 이틀, 명절 연휴

    주차 불가, 신용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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