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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산으로 가는 盧 교육정책

“2년 동안 갈팡질팡 교육 개혁은 실패했다”

참여정부 교육 브레인 김용일 교수 … “이해할 수 없는 메가톤 사태, 처음부터 100% 잘못”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2년 동안 갈팡질팡 교육 개혁은 실패했다”

“2년 동안 갈팡질팡   교육 개혁은 실패했다”
2년 동안 참았다. 이제는 말해야겠다.”

참여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교육 담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교육 분야 정책기획위원인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사진)는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임명과 사퇴를 둘러싸고 일었던 각종 논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준(準)내부자라는 한계 탓에 지난 2년 동안 교육 분야의 각종 난맥상을 보면서도 말 한마디 못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논쟁의 테이블에 불러 앉힌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 부총리 관련 파문. 김 교수는 “이번 인사는 처음부터 100% 잘못됐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병영 장관을 교체하며 ‘열심히 일해도 항상 바람이 세고… 시끄러운 곳이 있는데, 국민 정서도 달랠 필요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부총리에게 이 혼란을 잠재울 만한 교육 분야에 대한 식견과 관료 장악력, 조직 마인드 같은 기본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고 보지도 않았다.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추진했던 정책들을 보자. 그는 대학의 시장 경쟁력 제고 측면에나 관심 있을까, 교육 전반의 큰 그림에 무관심했던 인물이다. 그에게 ‘시끄러운 국민 정서를 달래는’ 중책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오류 아닌가. 한창 논란이 일었던 도덕성 시비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었다. 이 부총리 카드는 양쪽 모두에서 실패했다.”



“왜 갑자기 ‘대학 개혁’ … 최고로 엉뚱한 사건”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이 부총리를 ‘교육 개혁에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던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면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 천명했던 교육 정책이 아직 남아 있다. 당시의 주된 관심사는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 복지 확대’ 등이었다. 이 가운데 큰돈 들이지 않고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개혁 과제들, 예컨대 ‘학교운영위원회 민주화’나 ‘사립학교법 개정’ 같은 것조차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교육계의 내부적 저항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대학 개혁’이 교육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인가.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불쑥 이 부총리를 임명했다. 이 부총리의 교육철학은 지금껏 드러난 적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에게 맡겨졌던 ‘대학 개혁’은 분명 참여정부의 초기 개혁 과제와 다른 토픽이다. 이 때문에 이 부총리가 ‘참여정부의 개혁’에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이다.”

“2년 동안 갈팡질팡   교육 개혁은 실패했다”

1월5일 임명장 수여식 후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기준 교육부총리(오른쪽).

김 교수는 이 부총리의 임명은 ‘참여정부가 초기의 교육 개혁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버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이 정부의 교육 정책은 충격과 어이없음의 연속이었다. 이 부총리 임명은 그 가운데 최고로 ‘엉뚱한’ 일이다. 이것을 계기로 참여정부가 초기의 개혁 방향을 틀었음이 확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지금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참여정부 교육 정책 2년에 대한 평가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후보 당시의 공약과 인수위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책 실현 여부를 살펴본 결과는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의 민주화, 참여 자치’ 분야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교육 복지’ 분야는 오히려 후퇴하기까지 했다. 2005년도 교육부 예산에서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학교 급식 지원 등 학생 복지 사업과 과밀학급 해소 등 교육환경개선 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평가 분석 보고서의 중간 결론은 ‘2005년 봄까지 개혁 추진 체계상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참여정부가 표방한 정책 내용을 실현시킬 환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부총리 파문으로 인해 이마저 난망해지다니 한마디로 암울할 뿐이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가 애초에 추진했던 교육 개혁이 ‘현재로서는’ 실패 했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개혁 추진 주체의 한계를 들었다.

“노 대통령 당선 직후 반개혁적 인물이 교육 분야 인수위원에 임명됐다는 비판이 일어 교육계가 한동안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의 인선에 대해 민주당 실세들이 주도한 ‘정실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했지만 노 대통령은 끝내 그 위원을 교체하지 않았고, 인수위가 활동을 마칠 때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를 비토했다. 정책 협의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당시에는 그 상황을 보며 ‘우리 교육이 놓여 있는 정치적 문맥이 이렇구나’ 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그쳤는데, 뒤돌아보니 그런 균열과 충돌이 개혁 세력의 입지를 스스로 좁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정부가 교육부 개혁의 한 주체로 삼았던 ‘교육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제 구실을 못한 것도 이러한 난맥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참여정부는 당초 교육부가 교육 정책을 독점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혁신위를 민주적 공론의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교육부와 혁신위 사이의 파트너십은 전무했고, 정책 입안 과정에서 혁신위는 번번이 교육부에 밀렸다. 2003년 8월 혁신위가 구성된 뒤부터 지금까지 혁신위원들이 한 일은 솔직히 나랏돈으로 세미나를 한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이 개혁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난센스 아닌가.”

“상식적 인물로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교육 다시 서”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참여정부의 교육 정책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식적인 인사’라고 제안했다. 참여정부가 당초 세웠던 철학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청와대, 교육부, 혁신위 삼각 편대를 세워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 말 정부가 발표한 ‘교육자치 개선안’은 교육계 내부의 역학 관계와 장애 요인들을 세밀하게 탐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교원양성기관 개편도 기존의 기득권 세력인 사범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질돼 균형 감각을 상실했다. 개별 정책들이 이렇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교육부와 혁신위, 청와대 사이에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분명히 교육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다. 교육계와 시민사회 단체 등의 의견을 조율하며 이를 충실히 구현해나갈 인물을 골라 교육부, 혁신위,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모두 새로 해야 한다. 이들에게 남은 3년의 교육을 맡기지 않는 한 참여정부의 교육 개혁은 난망할 것이다.”

김 교수의 비관론이다.



주간동아 2005.01.18 469호 (p18~1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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