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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체론’ 태풍 … 작아진 일본 ‘巨人’

프로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안팎 시련 … 구단주 사퇴 이어 다른 구단·팬들 불만 폭발

  •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해체론’ 태풍 … 작아진 일본 ‘巨人’

부와 명예를 쥐고 일본 프로야구계에 군림해온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최근 ‘해체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구단주인 요미우리(讀買)그룹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78) 회장이 최근 구단주를 사퇴한 일을 계기로 자이언츠 팀의 독주에 대한 타구단과 타구단 팬들의 오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자이언츠(巨人)는 이름 그대로 일본 프로야구계를 쥐고 흔들어온 ‘거인’이다. 발행 부수가 1000만부에 달하는 요미우리신문, 민방업계 정상을 오르내리는 니혼(日本)TV, 대형 출판사인 주오코론신샤(中央公論新社), 계열지인 호치(報知)신문 등 요미우리 계열사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고 있다. 이 같은 든든한 재력을 바탕으로 자이언츠는 일본의 내로라하는 최강 타자와 투수를 싹쓸이하다시피 끌어 모아 드림팀을 구성해왔다. “1번 타자부터 9번 지명타자까지 모두 다른 구단에서는 4번 타자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구단 측, 대학 선수에게 뒷돈 줘 ‘물의’

그런데 와타나베 구단주의 안하무인, 오만방자한 태도가 이러한 명성에 먹칠을 한 것이다. 1991년 요미우리신문 사장, 요미우리그룹 회장에 오른 와타나베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에 편승해 신문 부수를 대폭 늘리며 아사히신문(800만부)을 따돌리고 확고부동한 판매 부수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96년 자이언츠 팀 구단주에 취임한 이래 일본 내 손꼽히는 실세로 군림하면서 거만한 태도와 발언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왔다. 하지만 정면에서 비판하는 이가 많지 않아 와타나베의 ‘막가는 발언’의 강도는 점점 더 심해졌다.

8월13일 와타나베 회장은 요미우리 구단 관계자가 유망한 대학팀 투수에게 뒷돈 200만엔(약 2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구단주를 사퇴했다.



프로야구계의 제왕 행세를 해온 그를 물러나게 만든 주역은 다름 아닌 ‘우익 단체’ 회원들. 평소 천황제를 떠받들며 국수주의적 과격 행동을 ‘정의 구현’으로 믿고 있는 단체라 어쩐지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한다.

‘사건’은 7월27일 벌어졌다. 자이언츠팀 사무실에 90년 나가사키 시장을 저격했다가 체포돼 12년간 실형을 마치고 3년 전 출소한 우익단체 회원 등 3명이 나타나 구단 관계자들에게 고함을 쳤다.

“메이지 대학 쭛쭛투수와의 사이에 금전이 오갔다. 아마추어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 아니냐.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우익단체 회원들은 와타나베 구단주의 오만한 태도, 맹주인 체하는 거인 팀의 방자한 태도에 분노해 금전수수 관계를 캐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프로야구선수회 회장을 깔본 사건이 비리를 캐게 된 직접적인 동기라고 한다.

“선수 신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합병 문제에 관해 구단주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프로야구선수회 회장의 말을 듣고 와타나베 구단주가 “버르장머리 없는 소리, 분수를 알아야지. 고작 선수인 주제에…”라며 깔아 뭉개버린 것. 구단주를 사퇴한 뒤에도 그는 팀 간부들을 모아놓고 “일이 이리 된 것은 모두 너희들 탓이다. 모두 모가지다, 모가지!”라며 성깔을 부렸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와타나베가 요미우리 구단주를 사퇴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요미우리신문 부수 감소에 대한 책임이란 말도 나돈다. 7월 프로야구선수회 회장을 모욕한 발언이 알려진 뒤 요미우리신문 판매소에는 독자들의 항의와 구독 중지 요청이 쏟아졌다고 한다. ‘권력 지향이 강한 마키아벨리스트’로 불려온 그이지만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는 것.

하지만 ‘와타나베 쓰네오, 미디어와 권력’이라는 책을 펴낸 우오즈 아키라(魚住昭)씨는 주간지 아에라와 한 인터뷰에서 “1000만부 신문의 힘을 바탕으로 일본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최대의 보람”이라며 “원래 그에게는 ‘고작해야 야구’ ‘고작해야 구단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구단주 사퇴가 별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구단주의 사퇴가 ‘거인팀 해체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일본 프로야구계가 ‘거인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병폐 때문이다. 이번에 금전 수수 사실이 드러난 메이지 대학 투수만 해도 이미 요미우리 자이언츠 입단 의사를 굳힌 상태였다. 200만엔은 스카우트와 관련 없는 ‘용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일로 한 유망주의 야구인생이 틀어졌다. 이 투수는 최근 대학야구팀에서 탈퇴하고 낙향했다. 최고속도 154km의 직구와 다채로운 변화구를 던지는 정통파 투수로 6월 일본대학선수권대회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친 한 유망주가 자이언츠의 ‘돈 장난’에 멍들고 만 셈이다.

日 프로야구 인기 시들 ‘총체적 위기’

‘거인 해체론’은 인기스타들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일본야구에 대한 관심 하락,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이후 높아진 프로축구 열기의 영향에 따른 관객 감소, 프로야구 경기 TV 중계 시청률 저하 등 일본 프로야구계의 총체적 위기에 따른 일련의 구단 합병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2003년도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중 단 3개 팀이 흑자를 냈다. 흑자 규모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18억5000만엔, 한신 타이거스가 13억엔, 히로시마 컵스는 8000만엔에 그쳤다. 최근 합병 계획을 발표한 긴테쓰 버펄로스와 오릭스 블루웨이브는 각각 41억엔, 30억엔의 적자를 냈다. 이승엽 선수가 소속된 롯데 마린스도 35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와타나베 요미우리 구단주는 긴테쓰-오릭스 합병 계획이 발표되자 두 팀을 합병해 현재 12개팀 2리그제를 10개팀 1리그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요미우리와 같은 센트럴리그 소속인 히로시마 컵스 구단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1리그제로 전환하면 적자폭을 줄이는 데 그나마 기여해온 요미우리 팀과의 경기 중계권(홈 주최 1경기당 1억엔) 판매수익이 경기 수 감소로 크게 줄기 때문이다. 현재 14개 경기에서 8개 경기로 줄면 6억엔의 수입이 그냥 날아갈 판이다. 2003년도에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으나 하루아침에 적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야구 경기 TV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면서 ‘요미우리와의 경기 중계권 1억엔’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20%를 넘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 시청률이 올해 4월 15%, 6월 13.6%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2.6%포인트 하락했다. 급기야 8월8일에는 올림픽 야구대표팀으로 우수 선수가 대거 빠진 탓까지 겹쳐 5%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달러박스’로 여겨지던 자이언츠팀과의 경기 시청률이 이렇게 낮으리라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요즘 요미우리 홈구장인 도쿄 고라쿠엔(後樂園)돔에 가보면 관람석에 빈자리가 눈에 많이 띈다. 몇 해 전만 해도 웃돈을 주어야 살 수 있던 티켓이 요미우리 전이었다.

1리그제 10개팀에 대한 기존 구단의 반발 때문에 등장한 것이 요미우리 자이언츠 분할론이다. 팀을 2개로 나눠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에 각각 한 팀을 두면 긴테쓰-오릭스 합병 후에도 현재처럼 2개 리그 12개 구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이에 응할 리가 없다. 하지만 야구계 전체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각 구단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당분간 집중적으로 흔들 것임이 틀림없다.

와타나베 회장의 구단주 사퇴와 이어 등장한 거인 해체론은 개인이나 조직이나 견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힘만 집중되면 자멸의 길이 멀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거늘.



주간동아 451호 (p52~53)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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