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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 명화 도둑질은 식은 죽 먹기?

뭉크의 ‘절규’ 무방비 상태서 털려 … 유럽 미술관들 예산 부족 탓 첨단 보안시설 꿈도 못 꿔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문화 명화 도둑질은 식은 죽 먹기?

8월22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뭉크미술관에서 도둑맞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의 걸작 ‘절규’를 둘러싼 가장 큰 미스터리는 ‘절규’가 이미 10년 전에도 한 번 어이없이 절도당한 적이 있으며, 이처럼 도둑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작품인데도 그림의 보안 경비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강렬하고 불길한 색조로 휘감긴 하늘과 그 아래에 양손으로 귀를 감싼 인물을 그린 뭉크의 ‘절규’는 인간의 실존적 공포를 표현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해마다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뭉크미술관을 찾고 있으며, 많은 미술사가와 심리학자들이 이 근대적 인물상이 진짜 무서워한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해마다 수백건씩 그림 도난

추정가 800억원이라는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노르웨이의 국보급 회화임이 틀림없지만, ‘절규’는 한낮에 너무나 쉽게 도둑들의 손에 넘어갔다. 도둑들은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비원을 총으로 위협하고 벽에 걸린 줄을 자른 뒤 뭉크의 또 다른 걸작 ‘마돈나’와 함께 ‘절규’를 벽에서 떼어갔다. 그림이 강제로 떨어졌는데도 비상벨은 전혀 울리지 않았으며,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지 1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범인들은 액자와 도주 자동차를 버리고 그림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뭉크는 1893년 처음 ‘절규’를 그렸고, 이후 약간 다른 버전으로 3점을 더 그렸다. 처음 그린 작품은 오슬로국립미술관에 있고, 두 점이 뭉크미술관에서 전시되다 이번에 그중 한 점이 도난당했다. 또 다른 한 점은 개인 컬렉터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도둑맞은 그림은 국립미술관에 있던 원본으로 한밤에 전시장에 침입한 도둑이 단 50초 만에 훔쳐 달아났는데, 어찌나 훔치기가 쉬웠던지 도둑은 ‘절규’가 걸려 있던 자리에 ‘경비 허술에 감사함’이라는 낙서를 하고 사라졌다. 마침 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이라 이 사건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희대의 그림 도난사건이 일어나자 반(反)낙태주의자들은 범인을 자처하며 텔레비전에 반낙태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으면 그림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등 사회 및 국제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범인은 이전에도 뭉크의 작품 ‘뱀파이어’를 훔쳤던 폴 엥거라는 전직 축구선수로 밝혀졌다. 범인은 미국 게티미술관 관계자로 위장한 도난 미술품 전문 형사에게 속아 거래를 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당시에도 허술한 경비가 전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됐지만, 뭉크미술관의 보안 장치도 이보다 나을 게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미술관들이 값을 따질 수 없는 미술품 안전에 이처럼 소홀한 이유는 많은 미술관들이 국가 예산에 의존해 근근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보안장치나 시설은 꿈도 꾸기 어렵다. 특히 미술품을 관광산업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의 중소 규모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오래된 건축물의 부속품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도둑이 들어오지 않기만 바라는’ 처지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미술품 절도는 ‘마약과 무기 판매 다음가는 빅 비즈니스’로 꼽힌다.

1992년 도난 미술품을 등록하여 유통을 막고 회수된 미술품의 진위를 가리려는 취지로 설치된 ‘실종미술품등록소’에는 현재 1만5000점이 등록돼 있으며, 그 가운데 45%는 회화이고 도난 장소는 개인주택이 54%지만 박물관(미술관)도 12%에 이른다.

‘실종미술품등록소’에 따르면 해마다 수백건씩 그림 도난사건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범인의 정체와 그림의 운명도 알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훔친 그림은 일단 암거래 시장에서 원래 가격의 7% 정도의 ‘헐값’에 중간업자나 화상에게 넘어간다. 이들은 경찰과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날 갑자기 훔친 그림의 ‘다른 버전’으로 경매에 내놓아 비싸게 팔아버린다.

미술품 도난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1911년에 루브르박물관에서 일어난 ‘모나리자’ 실종사건이다. ‘모나리자’는 2년 뒤 플로렌스에 있는 한 호텔방 옷가방에서 발견됐는데, 범인은 다름 아닌 빈센조 페루지아라는 루브르박물관 전 직원이었다. 이탈리아 사람인 빈센조는 “이탈리아 미술품을 약탈한 나폴레옹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림을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7개월 동안 감옥에 있던 빈센조가 이탈리아에서 영웅이 됐음은 물론이다.

도난 뒤 오리무중인 걸작도 많아

문화 명화 도둑질은 식은 죽 먹기?

루브르박물관에서 사라졌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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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에서 사라졌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모와 실패’

1990년에는 미국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경찰관 복장을 한 두 남자가 보안 훈련을 한다며 들어와 마네와 렘브란트, 드가 등의 작품을 훔쳐 달아났는데 여전히 그림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 벌어진 큰 절도사건으로는 2003년 스코틀랜드 드럼란리그 성에서 추정가 600억원인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유화 ‘성모와 실패(Madonna with the Yardwinder)’가 관람객을 가장한 4인조 강도에게 도난당한 일이다. 경찰의 수사에도 아직 그림과 범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또한 같은 해 영국 피트워스미술관에서는 고갱의 ‘타히티 풍경’등 인상파의 걸작과 피카소 작품 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하루 만에 근처 화장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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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 되돌아온 ‘공주의당금동보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미술품 도난사건으로는 1967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된 국보 제119호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범인의 제보’로 한강 철교 아래에서 찾아낸 기록과 2002년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국보 제247호 ‘공주의당금동보살’ 등 4점을 도둑맞았다 되찾은 일이 있다. 이 사건은 언론에 크게 알려지면서 장물업자가 구입을 취소했다는 소문이 나 범인들의 꼬리가 잡힌 경우다.

미술품 절도는 장물이 ‘예술품’이라는 특수함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낭만적인 소문들이 따라붙곤 한다. 미술품 절도사건이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즉 대부호인 미술품 애호가가 그림을 혼자 감상하고 싶다거나 연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훔쳤다-팔지 않는 물건이므로-는 것이 대표적인 얘기다. 미술품 거래 전문가들은 “미술품 도둑들은 모두 돈을 노린 범죄자들이다. 미술품을 훔치지 않으면 다른 걸 훔치고 있을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설령 누군가 미술품을 단지 혼자 보기 위해 훔쳤다면, 그 탐욕스러움에서 생계형 도둑보다 죄질이 더 나쁜 것도 물론이다’(조명계 전 소더비 서울지사장, 인디펜던트지, 월스트리트저널지 인용).





주간동아 451호 (p62~63)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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