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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동아 LG 국제만화페스티벌’

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일민미술관 1층의 ‘벨기에 현대만화작가전’ 전시장.

한번쯤 해볼 만한 피서법 중 하나는 대학가에 있는 만화방을 찾는 것이다. 복잡한 도심, 대개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는 만화방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세상이다. 방의 4면 벽은 각종 만화책들로 가득 차 있고, 입구에는 만화책이면 만화책, 커피면 커피, 쥐포에서 자장면까지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주인 아저씨(요즘은 청년 만화 마니아)가 역시 최신 만화책을 보며 앉아 있다. 미니스커트 대학생에서 넥타이맨 아저씨들까지,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시간은 멈춰선다.

만화를 보는 즐거움은 상당 부분 이런 만화방의 분위기 덕이다. 그래서 매년 여름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만화 페스티벌 기획자들의 목표는 만홧가게 혹은 만화방과 가장 흡사한, 만화의 코스모스를 창조하는 것이다.

동아 LG 국제만화페스티벌은 일단 그런 점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일민미술관 1층과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이 만화 페스티벌은 ‘벨기에 현대만화작가전’(1층)과 ‘국제만화페스티벌’(2층)로 나뉘는데, 각각의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편안하고 익숙한 만화방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경쟁 부문 당선작들과 온라인 만화전으로 이뤄진 2층의 '동아 LG 국제만화페스티벌' 전시장.

흔히 범하게 되는 만화 페스티벌 연출에서의 오류, 즉 온갖 요란한 ‘장난감’들을 가져다놓는 바람에 관객들의 만화 감상이 오히려 불편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반성과 노력의 결과다.

‘벨기에 현대만화작가전’은 ‘개구쟁이 스머프’와 ‘땡땡’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만화 전통과 신인들의 실험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오늘날 만화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만화를 ‘낳은’ 벨기에 만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팽창한 어린이 교육용 만화 잡지들을 토양으로 해 성장했다. 풍부한 경제적 지원 덕분에 만화 작가들은 깊이 있는 내용과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었고 이 같은 전통 속에서 미국이나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예술적’ 만화가 발전해왔다. 전시장의 만화는 비록 프랑스어 텍스트를 읽지 않는다 해도 벨기에 만화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쾌한 상상나라 도심 피서지로 제격

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동아 LG 국제만화페스티벌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성강의 ‘오늘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 페스티벌인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작가이자 무대미술가(파리에 있는 지하철 역 ‘기술과 작업’이 그의 디자인이다)인 프랑수아 쉬탕은 몽환적 상상력으로 유명한데, 전시장에서는 사진에 펜으로 그린 만화를 합성한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충격적인 미니멀리즘’의 어린이 만화를 그리는 조제 파롱도는 단순한 선으로 자동차를 그리고, 면을 파리 지도로 채워넣는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로 그의 즐거운 상상력은 금세 전염된다. 대조적으로 제랄딘 세르베란 작가는 단순한 목판화의 선을 통해 소외된 사람의 슬픔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이밖에 에르제의 ‘땡땡’과 에르만, 장반암, 이슬레르 등 세계적 만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고필헌의 온라인 만화.

2층의 국제만화페스티벌은 1997년에 시작한 공모전 수상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현재 만화와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 만화세계로 구성된다. 극화 부문 대상은 사실적인 화면과 영화적 구성을 갖춘 이장희의 ‘귀면와’가 받았고, 빈민 문제를 다룬 남철의 ‘혼탁한 도시’가 우수상을 받았다. 어둡지만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공감이 간다.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성강의 ‘오늘이’에게 돌아갔다. 이성강은 ‘마리이야기’로 안시만화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스타. 우수상을 받은 류 구와하타의 ‘무다리’도 재미있다. 카툰 부문은 중국 작가인 지아 다추안의 ‘동서양의 교접’이 대상을 받았다.

온라인 만화전에 나온 작품들로는 ‘짱’ ‘라그나로크’ ‘바람의 파이터’ 등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만화들이 있는가 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만 인기 있는 만화를 소개받는 기회도 있다. 온라인에서 ‘메가쇼킹 만화가’, ‘사류B급변태 만화가’로 알려진 고필헌의 만화는 짧은 시간에 ‘웃기고야 마는’ 괴력을 발휘한다.

만화의 역사를 몰라도, 그리고 만화의 미학을 알지 못해도 즐거운 전시다. 이것이 바로 만홧가게의 풍경인 것이다. 8월22일까지. 문의 02-2020-2055



주간동아 447호 (p82~83)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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