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7

2004.08.12

자연은 농사 가르치고 땅은 밥상 만들고

  • 입력2004-08-06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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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은 농사 가르치고 땅은 밥상 만들고
    “도시에서는 죽겠다던 남편이 힘이 넘쳐 일을 하고, 아이들이 들판에서 뛰어놀며 자라는 재미. 직접 농사를 지어 싱싱할 때 먹는 맛. 그냥 도시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자존심. 생면부지의 젊은이지만 어찌 먹고살 거냐고 걱정해주시는 마을 어른의 따뜻한 눈길. 귀농한 이웃과 나누는 공감대. 그 덕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1996년 도시를 떠나 전북 무주 산골에 정착한 귀농인 장영란씨(45·사진). 남편과 함께 500평의 논, 1000평의 밭을 부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그이가 현대판 ‘농가월령가’ 혹은 ‘산림경제’가 될 만한 ‘자연달력 제철밥상’(들녘 펴냄)을 펴냈다. 이 책은 자연달력에 맞춰 농사짓고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삶을 달력의 형태로 소개하고 있어 훌륭한 자연교과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절기에 맞춰 그때의 농사짓기, 민속놀이와 제철 밥상, 간명하게 정리한 자연달력, 그 달의 요리 등을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준다. 이를테면 입춘의 경우 2월5, 6일쯤이라 겨울 기운이 한창이지만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안다. 날씨는 분명 영하의 겨울이지만 땅에서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기운이 느껴짐을. 입하에는 서리가 완전히 사라져 본격적인 녹음의 계절이 오고, 8월 초인 입추에는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겨울에 먹을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하는 때다.

    자연은 농사 가르치고 땅은 밥상 만들고
    입춘 밥상은 봄나물 ‘샤브샤브’다. 땅이 풀리니 냉이, 광대나물, 점나도나물을 한 소쿠리 캐어 데치고 무쳐 먹는다. 칡뿌리 캐면 매끄러운 칡수제비 만들고, 언 감자로 전분 만들어 1년 동안 쓴다. 소금물에 메주를 띄우며 장 담글 준비를 하는 것도 이때다. 표고버섯 재배에 사용할 참나무를 베고, 비닐하우스 세워 모종 기를 준비를 하면 까치가 집 앞 나무에 까치집을 짓는다.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인 딸과 아들은 주변의 자연을 교과서 삼아 공부하고 정규 학교를 가지 않는다. 논밭이 학교고 뒷산이 운동장이며 집이 교실이다. 그래서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특강 선생님으로 대접받는다.



    장씨 가족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농사짓기에서나 생활에서나 만만한 게 없었다. 김매기할 때 풀을 매는 게 아니라 채소 싹까지 뽑아내기도 했고, 부부싸움 끝에 장씨가 집을 나간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무엇이 참된 평화인지,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장씨는 서강대 국문과를 나와 사회운동과 대안교육운동을 했던 활동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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