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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너무 잘나가 ‘아웃’시켰나

법무부 장관 전격 경질 국민들 ‘갸우뚱’ … 호남 배려 상징성인가 정권 논리 희생양인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강금실 너무 잘나가 ‘아웃’시켰나

강금실 너무 잘나가 ‘아웃’시켰나
“톡 까놓고 말해서, 도대체 어떤 법무부 장관이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기소권론’ 같은 극단적 정책에 찬동할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기를 바라는가. 도대체 검찰을 장악하라는 건지, 개혁하라는 건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퇴임식이 열린 7월29일, 한 중견 검사는 그의 경질에 대해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평소 강 전 장관에 대해 호감보다는 경계심을 내비친 대다수의 검사들 역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인 28일 아침, 강 전 장관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장관에서 해임됐다(그러나 통보 시기가 전날 늦은 밤이라는 얘기도 있다). 역대 장관 가운데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조치는 모두의 침묵 속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언론마저도 의아한 표정으로 강장관의 퇴임식을 지켜봐야 했다.

“강 전 장관이 누구인가. 참여정부 출범 때 원칙과 개혁, 부드러운 리더십, 남성 지배적인 법 영역을 이끄는 여성 수장으로 상징됐고, 사법개혁과 인권을 위해 조직서열에 흔들리지 않고 개혁 행보를 보인 인물 아닌가.”(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

전례 찾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사건(?)



그런 강 전 장관이었기에, “너무 즐거워서 죄송하다”며 환하게 웃으면서 물러나는 모습이 국민에게 또 한번 충격을 주었다. 강 전 장관의 인터넷 팬클럽에서는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속출했고, 강 전 장관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는 한 무리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는 “떠날 때는 말없이…”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청와대는) 목을 칠 건수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 아닌가. 어떻게 잘못 한번 지적하지 않고 경질할 수 있는지….”

강 전 장관과 대학 때부터 친분을 유지해온 A변호사는 경질 소식을 듣고 곧장 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 전 장관은 통화에서 천연덕스럽게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고 한다.

“진실로 바라던 바이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하다. 3개월 정도 쉬고 싶다. 한 달은 지인들 만나며 놀고, 한 달은 유럽 여행, 특히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을 꼭 가보고 싶다. 나머지 한 달은 책을 읽으며 변호사 복귀를 준비하겠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피곤했던 권력투쟁에 대한 서글픔이 묻어났다고 한다.

이번 인사의 최대 의문점은 왜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인사가 진행됐느냐는 것. 강 전 장관조차 경질되기 약 일주일 전 닷새 휴가(7월19~23일)를 즐기고 돌아왔다. 또 경질 전날에는 8월 말~9월 초로 예정된 국제회의 참석 준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강 전 장관은 주말을 이용해 검찰의 한 고위인사와 만나 향후 법무·검찰 개혁에 대한 새로운 로드맵을 구상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그를 만난 검찰 관계자는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대단히 의욕적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다”고 전한다. 게다가 업무에 복귀한 26일(월)에는 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휴가차 중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에 장관이 경질되는 정상적인 조건은 아니었다.

이번 인사가 얼마나 급박했는지는 신임 법무부 장관의 얘기에서도 드러난다. 28일 오전 10시경 뉴스를 접한 기자들이 신임 김승규 장관의 사무실로 몰려가자, 그는 기자들을 외면한 채 “진심으로 나는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것. 처음에는 그가 오래 전부터 호남 검사를 대표하여 장관 물망에 오른 겸양의 표현으로 이해됐지만, 실제로 통보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는 강 전 장관 경질이 국방부 장관의 후임 인선과 맞물려 급작스럽게 추진된 인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정황들이다.

2003년 말 ‘주간동아’는 참여정부 각 부처 장관에 대한 평가작업을 벌였고, 강 전 장관에게는 통일부 장관에 이은 2위(5점 만점에 평점 4.2)라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당시 평가에 참가한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강 전 장관의 ‘롱런’을 점쳤고, ‘주간동아’는 “특별한 실책이 없는 한 최장수 법무부 장관도 가능할 듯”이라고 촌평했다. 당시 검사들이 제시한 ‘장수 법무부 장관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확고한 대중적 지지(이 점은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검찰과 비교해 최고 장점이다).

② 참여정부 개혁의 아이콘(그의 퇴임은 참여정부 개혁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③ 친위인맥 형성(합리적인 개혁 추진으로 검사들에게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④ 대안 부재론(비검찰 출신 법무장관이 대세라면 그만한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

강금실 너무 잘나가 ‘아웃’시켰나

7월1일 국정현안 조정회의에서 이해찬 총리와 함께한 모습.

더욱이 강 전 장관은 수많은 개혁과제를 뚝심으로 추진해나가며 검사들에게 존경의 대상으로까지 부각됐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들은 이번 불명예 퇴진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강 전 장관 퇴출에 대한 수많은 해석 가운데 최종적으로 ‘호남 민심 달래기용’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각 시점이 노대통령의 전남 방문 이틀 전이라는 점에 주목해보라. 부산상고 출신 국방부 장관(윤광웅)을 임명하긴 해야겠는데 호남 출신 각료가 부족하다는 점은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대검 중수부장 출신 B변호사)

‘고비처’ 설치 청와대와 갈등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의 최대 고민은 국가 정체성 논란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아닌 ‘호남 민심 이반’에 집중된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7월23일 광주를 방문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지역 인사들에게서 ‘호남 소외’에 대한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점과, 최근 문재인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역시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호남발 역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정황에서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검찰개혁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인식한 노대통령이 차기 개혁 대상을 국방부로 설정하고, 호남 민심까지 아우르는 일석이조의 처방으로 강 전 장관을 희생시켰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해석 역시 ‘호남’과 맞물려 돌아간다. 당장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검찰총장 인사 때문이라는 것. 이미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을 통한 검찰개혁의 한계를 절감하고 차후에는 검찰총장을 통한 검찰개혁으로 방향을 틀어잡았다. 그런데 후임 총장에 대한 윤곽은 마무리됐지만 그 또한 영남인사라는 점이 고민일 수도 있다. 결국 영남 출신 검찰총장을 내세우기 위한 모양새를 위해서라도 호남 법무부 장관이 필요했다는 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강 전 장관이 참여정부에서 차지한 위치는 매우 독특했다. 이른바 노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지지자들은 대개 강 전 장관의 팬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민변 중견 C변호사)

강 전 장관이 경질되자 이번에는 그가 경질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이유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른바 청와대와의 심상찮았던 갈등 국면들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 이미 지난 6월 고비처 설치를 놓고 우리당과 논쟁을 벌인 강 전 장관은 노대통령에게서 몇 차례에 걸쳐 공개적인 면박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됐다.

강 전 장관에 대한 대립각은 여당 쪽에서 드세게 포착됐다.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시작해 최근의 고비처 논란까지 강 전 장관을 더 이상 우군(友軍)으로 평가하지 않는 발언들이 쏟아져나온 것.

“검찰이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심장부에까지 칼을 들이대는데 법무부 장관이 방패막이 되지도 못하고….”(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

“검찰을 장악하라고 보냈더니 일을 시끄럽게 만들고….”(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고비처는 개혁 프로그램의 결정판인데, 공개적으로 검찰 편들기나 하고….”(우리당 법사위 소속의원)

사실 우리당과 강 전 장관의 대립은 4·15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의지까지 들먹이며 강 전 장관의 서울 강남지역 출마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권력에 대한 초연함을 내비친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 전 장관의 항명을 ‘대망론(大望論)’으로 여기는 시각조차 생겨났다.

“1년 6개월 개혁 단칼에 부인”

당시 국가정보원과 대검찰청 정보 부서들은 하나같이 “감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꺾을 수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고, 이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법무부 정기인사를 거부하고 강 전 장관과 직접 권력 다툼을 벌이게 만드는 빌미로 작용했다. 이른바 끊임없는 법-검 갈등의 불씨를 청와대가 제공한 셈이다.

결국 우리당의 핵심인 이해찬 의원이 국무총리로 부임하면서 강 전 장관의 임기는 수명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우리당 일각에서는 “강 전 장관 경질은 정권논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강 전 장관이 지나치게 법조인적인 논리를 펼친 점과 높은 개인적 인기가 정권의 지지로 연결되지 못했던 점도 경질의 원인으로 회자된다.

강 전 장관의 퇴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한 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강 전 장관 경질이 노대통령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 참여연대와 여성단체 역시 불세출의 여성장관 퇴임에 아쉬운 목소리를 더하고 검찰개혁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강 전 장관과 함께 일했던 법무부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을 더 이상 공직에서 볼 수 없으리란 생각에 서글프다”고 말한다.

과연 강 전 장관은 정권논리의 희생양일까. 그의 절친한 친구인 A변호사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이번 인사로 설사 호남의 민심과 검사들의 마음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결국 지난 1년 반의 개혁 성과를 단칼에 부인했다는 점에서 노대통령은 완전히 빈털터리로 돌아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주간동아 447호 (p36~38)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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