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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킹메이커 작업 중이야

‘3選 트리오’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 박근혜 대표 등 주류와 각 세우며 동상이몽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한나라당 킹메이커 작업 중이야

한나라당 킹메이커 작업 중이야

박근혜 대표는 수도권 3선 중진한테서 ‘대안’으로 확실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7월 하순 9박10일의 일정으로 올 가을 군에 입대하는 아들과 함께 지리산 태백산 설악산을 돌았다. 이의원은 ‘부친의 과오’라는 박근혜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정면으로 건드린 뒤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박대표 지지자들에게서 거센 공격을 받던 터였다.

기자들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까지 두고 떠난 산행은 여러 추측을 낳았다. “마음고생이 심해 미국으로 외유를 떠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대표 사이에 벌어진 ‘정체성 논란’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등. 그러나 이의원이 열흘 동안 산행에 나선 것은 온전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국회에 들어온 뒤로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오랜만에 쉬고 싶었을 뿐이다.”(이의원)

이의원이 명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박대표는 삼복더위 속에서 ‘꿀맛 휴가’ 대신 ‘외환(外患)’에 시달려야 했다. 박대표가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의심한다”며 모처럼 청와대를 향해 날린 직격탄이 “부친의 과오를 사과하고 ‘독재시대의 장물(정수장학회)’을 내놓으라”는 카운터펀치로 돌아온 것.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허물과 잘못은 박대표가 어차피 맞닥뜨려야 할 뇌관이다. 박 전 대통령은 박대표의 정치적 후광이자 덫이다. 후광에 힘입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이 됐다면 앞으로는 덫을 피해나가야 한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박대표가 부친의 과오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우(內憂)는 박대표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보다 먼저 ‘박정희 뇌관’을 건드린 게 이의원이었다. 이의원은 대표 경선 직전 “유신독재 핵심세력의 딸이 야당의 대표가 되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 “대선에 나가면 100전 200패”라는 거친 발언으로 박대표를 공격했다.



박대표 2기 당직 인선에서 배제

과오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의원과 박대표는 ‘물과 기름’이다. 앞으로도 섞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의원은 재야 출신으로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원내총무를 지낸 3선 의원.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했고, 감옥생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이의원은 독재정권 시절 수감 생활과 관련해 박대표와 ‘악연’도 갖고 있다. 유신시절 이의원이 세 번째 구속되기 직전의 일이다. 이의원은 지방을 여행하다 우연히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가 이곳에서 물고기를 방생했다’고 쓰여진 ‘큰 비석’을 목격한다. 비석에서 멀지 않은 곳엔 댐을 건설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기리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이의원은 비석 크기의 차이에 분노했고 “물고기 몇 마리를 방생한 것을 가지고 기념비를 크게 만들어놓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일꾼들을 기리는 비석은 형편없이 만들어놓았다”며 유신정권을 공격했다. 정권의 2인자격인 ‘퍼스트레이디’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이의원은 결국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된다.

이의원은 앞으로도 박대표가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를 국민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한 박대표를 겨냥한 칼날을 거두지 않을 태세다. 박대표는 이의원을 최근 당직개편에서 한직인 문화예술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으나 이의원은 “비주류가 당직을 맡을 이유도 없고 전화 한 번 없이 마음대로 결정했다”면서 거절했다. 그는 “특정인 때문에 한나라당이 유신잔당 이미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의원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비주류다. 그는 김문수 홍준표 의원과 함께 ‘3선 트리오’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와 각을 세우고 있는 3선 트리오는 비주류답게 재선 중심으로 짜여진 ‘박대표 2기’ 당직 인선에서 거의 배제됐다. 그러나 3선 트리오는 사실 제각각이다. 3명의 의원 역시 하나로 묶이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한나라당 킹메이커 작업 중이야

197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유신찬반 국민투표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세 의원은 모두 영남 출신인 데다 킹메이커를 꿈꾸고 있으며 여권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차이점이 적지 않다. 민중당 출신인 이, 김의원은 한나라당의 최대 세력인 영남지역 의원들이 정서적으로 가깝게 여기지 않는다. 반면 홍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영남지역 의원들이 거리를 두지 않는다. 박대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조금은 다르다. 굳이 순서를 따진다면 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 순으로 반감이 약해진다.

3선 트리오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청와대와 여당이 상대하기 쉬운 박대표를 파트너로 선택했다”면서 ‘박근혜 필패론’을 내세웠으나, 박대표가 당선된 뒤로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와 아이들’이 당을 움직인다고 비판하던 홍의원은 “박대표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대표가 대안이 된다면 또다시 당과 나라를 위해 대여 투쟁의 선봉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 다만 박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야당답지 못한 게 거슬릴 뿐이다.

“유신정권 과오 박대표가 털어야”

김의원은 요즘 지역구에 파묻혀 산다. 기실 김의원은 박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 김의원은 박대표한테서 당직을 제안받았으나 심사숙고 끝에 고사했다. 박대표 지지 여부와 당직의 무게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제가끔 ‘킹메이커’를 꿈꾸는 3선 트리오는 모두 50대 야당 중진이다. 이들은 15대 때 국회에 들어온 뒤 치러진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기회를 한 차례도 맞이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느끼는 절박함은 크다. 2007년에도 정권을 잡지 못하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터라 선뜻 박대표를 지지하지 못한다. 이들은 박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의 과오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박대표 스스로 해결해야지 절대로 당이 나서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킹메이커 작업 중이야

노무현 대통령은 7월29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지역발전토론회에 참석해 ”과거 유신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래로 갈 것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정체성’ 논쟁 후 박대표의 당내 입지는 오히려 강화된 느낌이다. 박대표의 느슨한 대여 관계 설정에 불만을 가져온 영남 보수파 의원들이 ‘잠재적 우군’으로 떠올랐고, 재선 그룹이 대거 당직에 합류하면서 친정체제도 확립했다. 박대표 주변에선 ‘박정희 논쟁’에 대해 “여권이 칼을 너무 일찍 뽑아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 됐다. 오히려 대선주자로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대표 중심체제의 미래는 선명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태세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허물과 잘못은 두고두고 박대표를 괴롭힐 전망이다. 수도권 출신 한나라당 한 의원은 “정수장학회를 꼬집은 것은 우리당이 맛보기로 보여준 잽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박대표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우리당은 이 지적처럼 유신독재를 반찬으로 한 박대표 흠집내기를 일단 정수장학회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3선 트리오가 당이 박대표의 개인 문제를 방어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들의 병역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이회창 전 총재 시절의 학습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의 의원은 “박대표는 유신 말기 사실상 2인자였다. 박대표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유신정권의 과오를 스스로 털고 가지 않으면 유신시대를 비판하는 TV 프로그램 몇 번으로 두 번의 대선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간동아 447호 (p22~2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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