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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식약청 ‘쓰레기 만두’ 파문 이방인 태도 … 수사 알고도 리콜 방치 면피용 해명 급급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에서 발견된 썩은 단무지 자투리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6월10일 네티즌과 여론의 빗발치는 요구 끝에 불량 만두 제조업체들을 공개한 뒤, 만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냉동만두에서 시작된 만두 기피현상은 이제 전체 냉동식품과 손만두 판매식당으로까지 번져가는 상태다. 급기야 식약청의 공개 대상업체에 들어간 불량만두 제조업체 대표 신모씨(35)가 공개 3일 만인 6월13일 한강에 투신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정부의 식품 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해 12월 조류독감 파동에서 보았듯이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공포’는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부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한다. 당시 정부와 농협의 눈물겨운 홍보에도 꿈쩍하지 않던 닭과 오리 고기의 소비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의 조류독감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내리자(2월27일) 극적으로 반전됐다.

불량만두에 대한 국민의 불신 증폭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식품에 대한 인·허가권과 감독권, 단속권을 가진 식약청은 불량만두 제조업체의 공개와 제품회수, 처벌과정에서 국민들이 던진 ‘원초적 의문’에 즉답을 회피하거나 때론 거짓말을 하며,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불량 식재료를 사용해 사익을 챙기려 했던 업자들의 ‘고의성’이 확연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생산자 편에 선 듯한 식약청의 태도는 의혹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13일 투신자살한 신씨는 죽기 전 각 방송사와 인터넷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식약청의 이런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단무지 자투리를 원료로 해서 만든 무말랭이

국민 불안 원초적 의문 애매모호로 일관

식약청 발표 이후에도 계속되는 국민들의 ‘원초적 의문’은 일단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불량’으로 지목된 무말랭이 만두소는 진짜 쓰레기인가. 쓰레기가 맞다면 몸에 얼마나 해로운가. 또 이 무말랭이로 만든 만두는 모두 불량만두인가.



식약청 심창구 청장은 6월10일 밤 MBC TV 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불량 만두소에 들어간 중국산 무말랭이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경찰이 수사한 내용이라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재료의 건전성과 식품의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불량식품으로 인정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즉 인체 유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찰이 보기에 유해할 우려가 있으니까 단속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성 답변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식약청은 불량만두 수사 및 단속과정에서 ‘이방인’이었던 셈이다. 이날 밤 TV를 본 일부 시청자들은 “죄의 내용도 모르면서 어떻게 처벌하고 죄인을 공개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심청장뿐 아니라 식약청 직원 대부분이 이런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염분을 빼기 위해 사용한 물은 식용이 불가능한 폐우물물이었다.

식약청은 경찰청의 수사 발표 다음날인 6월8일 공식 보도자료를 냈으나 여기에는 경찰청 외사과가 조서에서 밝힌 핵심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경찰이 6월7일 식약청으로 통보한 수사결과의 핵심은 “단무지와 만두소 제조업체인 으뜸식품이 ‘부패한’ 중국산 단무지 자투리를 마실 수 없는 우물물에 헹궈 소금기와 색깔, 단맛을 모두 뺀 후 삶고 탈수하는 과정을 반복해 국산 만두소용 무말랭이로 둔갑시켰다”는 내용과 “이런 ‘쓰레기 만두소’가 국내 25개 냉동만두업체에 공급됐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무말랭이 완제품에서 대장균과 세균이 다량 검출돼 식품으로 사용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감정결과도 함께 이첩했다. 이는 식품위생법상 ‘위해식품 등의 판매금지조항’(제4조 1호, 제74조)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정적인 증거로, 업체들은 이런 무말랭이를 만두소의 원료로 가공해 1999년 11월부터 2004년 4월9일까지 3192t이나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6월10일 불량만두 제조업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심창구 식약청장

상황이 이런데도 식약청은 6월8일 낸 첫 공식 보도자료에서 불량 무말랭이가 들어간 만두소는 불량만두소로 인정했지만, 불량 만두소가 들어간 만두는 불량만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불량 만두 제조업체가 공개된 6월10일 보도자료에서도 계속된다. ‘불량 무말랭이 사용 만두제조업소 점검 결과 및 조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엔 불량만두라거나 쓰레기 만두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으며 모두 ‘불량 원료를 사용한 만두’라고 표현돼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식약청은 만두 자체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불량일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8개 만두 제조업체에 제품 자진 회수 지시를 내린 셈이 된다. 식약청의 이런 태도는 ‘끓이면 비병원성균은 모두 죽는다’는 논리에 따른 것. 일부에서는 식약청의 이런 어정쩡한 태도가 포르말린 골뱅이 판결 때처럼 불량만두를 둘러싼 시비가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면피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경찰은 6월7일 수사결과 발표 때까지 으뜸식품에 대한 수사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식약청장의 주장에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2월 말 으뜸식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때부터 비록 공식문서가 오간 적은 없지만 모든 상황을 식약청이 알고 있었다는 게 경찰청의 주장. 경찰청은 증거로 식약청의 지시를 받는 경기 파주시 식품위생팀이 3월9일 경찰청 외사과 수사팀의 으뜸식품에 대한 압수수색에 동참했던 점을 들었다.

불량 우려로 18개 제품 회수 조치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불량식품에 대한 식약청의 안이한 대응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심지어 식약청은 5월4일부터 사흘간 으뜸식품을 포함한 무말랭이와 단무지 업체 9개사에 대한 자체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 단속에서 식약청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투리 단무지를 무말랭이와 만두소로 만들어 판매한 맑은식품, 형제식품, 푸른들식품 등을 적발해 각 시군에 행정처분을 지시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식약청 중앙기동단속반의 한 직원은 “불량 무말랭이 업체에 대한 점검은 자체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된 것일 뿐 경찰청의 수사와 무관한 것”이라며 “으뜸식품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도 그때 우연히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당시는 으뜸식품의 이모 대표가 사라지면서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진 때로, 식약청이 경찰의 수사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면 갑작스레 무말랭이 제조회사 점검에 나설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으뜸식품 대표 체포에 실패한 경찰청 외사과는 6월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신들이 직접 수사한 으뜸식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업체에 대해서는 모두 식약청에서 올린 수사의뢰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경찰은 으뜸식품을 포함해 이들 업체 모두에 대해 가장 강력한 처벌 조항인 ‘위해식품 등의 판매금지조항’(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5월 중순 각 시도에 5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지시를 하면서 ‘위해식품 등의 판매금지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그보다 처벌이 미미한 ‘기준과 규격 위반’ 조항만을 적용했다. 즉 으뜸식품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만두소는 ‘인체에 유해할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정한 것이다. 대신 시설물 노후, 생산일지 구성 미비 등 형식상의 규정 위반을 적용했다. 이들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15일에서 20일, 이마저도 하루 8만원의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 경찰청이 직접 행정처분을 지시한 으뜸식품은 영업정지 2개월에 품목생산 정지 1개월 7일을 받았다. 이와 관련 자살한 만두제조업체 대표 신사장은 죽기 전 언론과 한 인터뷰를 통해 불량 무말랭이 납품업체인 으뜸식품이 지난 2001∼2003년까지 파주시청으로부터 위생불량으로 행정조치를 3차례나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당국이 으뜸식품의 무말랭이 유통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어쨌든 6월7일 경찰청의 비공식 통보 내용을 직원 실수로 홈페이지에 올렸다 1시간 만에 내린 식약청은 ‘불량만두 제조업체를 공개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딪히자 서둘러 으뜸식품의 불량 만두소가 공급된 25개 만두 제조업체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이틀간의 조사를 거친 뒤 10일 오전 이를 발표했다.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식약청이 불량만두 제조업체를 공개하면서 불량 만두소가 들어가지 않은 업체를 따로 공표하지 않아 냉동만두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한 관계자는 “식약청의 발표내용 중 경찰청이 넘겨준 자료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은 25개 만두제조업체 중 천일식품 부평공장이 무혐의로 드러난 것과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불량 만두소를 공급받은 대기업 CJ가 추가된 것밖에 없다”고 전했다. 식약청은 또 이틀 동안 으뜸식품으로부터 2003년 이후 불량 무말랭이를 공급받아 만두소로 사용한 12개 업체 중 재고를 보관하고 있는 3개 업체의 재고량 20t을 현지 압류 조치하고, 54t은 업체 스스로 자진 회수(자발적 리콜)하게 했다. 나머지 업체가 이미 유통한 물량에 대해서도 업체의 자발적 리콜을 지시하는 한편, 업체의 리콜을 돕기 위해 회수 폐기 대상 만두제품의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와 소매상들이 자발적으로 반품하게 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불량만두의 리콜을 전후해 두 가지 큰 잘못을 저질렀다. 우선 식품에서 자발적 리콜업체는 정부의 공표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소비자보호법은 기업 스스로가 아닌 정부가 공표하기 위해선 강제적 리콜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약청의 김병태 식품관리과장은 “강제적 리콜을 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론의 추궁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자발적 리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즉 여론에 떠밀려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과연 식약청은 강제적 리콜을 실시할 시간이 없었을까?

경찰청의 주장대로라면 식약청이 25개 만두제조업체에 불량 만두소를 제공한 으뜸식품의 불법을 알아챈 것은 3월. 설사 식약청의 주장대로 5월4일 자체 단속에서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경찰수사 발표 때까지는 한 달간의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식약청은 5월 초 으뜸식품에 대한 자체 단속에서 경찰의 수사상황을 파악하고도 이업체로부터 만두소를 공급받은 25개사에 대해 리콜을 권고하지 않았다. 당시 만두 제조업체들이 자발적 리콜 권고를 거부했다면 식약청은 강제적 리콜을 지시하고, 절차에 따라 이들 업체의 명단을 경찰의 수사발표에 맞춰 공표하면 상황은 매끄럽게 종료될 수도 있었다.

만두소보다 ‘리콜 불량’ 기가 막혀

경찰들이 6월13일 밤 반포대교 남단에서 투신자살한 만두 제조업체 (주)비전푸드 신영문 사장의 시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5월 행정처분 내렸어도 피해 감소

더욱이 식약청은 5월 초 단속에서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2개 단무지 제조업체와 3개 무말랭이 만두소 제조업체에 대해 행정처분만 지시했을 뿐 제품수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또 불량 만두소가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유통경로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청 외사과는 이에 대해 “맑은식품과 형제식품, 푸른들식품에서 생산된 불량 만두소의 일부가 만두 전문점과 왕만두 체인점 등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해 관련 자료를 식약청에 넘겼다”며 “만두소의 대부분이 영세한 일반 만두식당에 무자료로 거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경찰청은 이들 업체의 거래내역을 중부지방국세청에 통보했다. 즉 으뜸식품의 불량 만두소가 국내 냉동만두 제조업체로 흘러간 반면 나머지 업체의 만두소는 대부분 영세한 일반 만두식당에 무자료로 공급됐다는 이야기다. 식약청이 만일 5월에 이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함께 자발적 리콜을 권유했다면 불량 만두소의 유통을 조금이라도 빨리 막을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약청은 6월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만두소를 만들어 파는 일반 만두식당의 만두가 이번 불량 만두와 무관함을 밝힌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 만두가게 주인 김모씨(41)가 문제의 3개 업체에서 공급받은 불량 만두소로 만두를 빚는 장면을 직접 시연해 보이며 양심선언을 하면서 식약청은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김씨는 “지금도 3개 회사에서 공급하는 불량 만두소를 주문하면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며 “만두 값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산 썩은 무말랭이를 만두소의 80% 이상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만두를 가족에게 절대 먹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처벌 강화나 단속인원 확충 등의 대책보다는 단속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또 축산물, 농산물, 수산물, 원재료, 완성품에 대해 각기 다른 단속기관이 각기 다른 법에 따라 단속하는데 효율이 오를 리 있나요. 사문화한 리콜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삼진 아웃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모든 식품의 안전과 관리에 대한 내용을 망라할 통합 식품관리법 제정 등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부처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뜯어고치지 못해 그렇지요.”(열린우리당 전문위원 K씨)

벌써 올해에만 대통령의 입을 통해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업체와 사람을 발본색원해 엄벌하라”는 지시가 두 번이나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을 진정으로 새기고 실천하는 공무원은 별로 없는 듯하다.



주간동아 2004.06.24 440호 (p46~48)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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