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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4050세대’ 추억으로의 초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4050세대’ 추억으로의 초대

“야, 지배인이 거기서 왜 기태를 툭 쳐?”

“그냥 버릇이에요.”

“그게 아니지. 기태는 지금 지배인이 시킨 게 못마땅한 거야. 그러니까 뭔가 맘에 안 드는 자세로 서 있는 거라고. 그걸 보고 지배인이 한 대 ‘딱!’ 치는 거지.”

‘4050세대’ 추억으로의 초대

주연배우 이정열(가운데 자전거 탄 사람) 등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출연진들이 송골매의 \'세상만사\'에 맞춰 역동적인 오프닝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6월10일 오후 9시 서울 서대문구 서울뮤지컬컴퍼니 연습실. 7월3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연습이 한창이다. 연출가 이원종씨는 한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배우들의 감정선을 꼼꼼하게 지도하고, 바로 재연습을 시켰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연습은 그렇게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1월31일부터 4월18일까지 팝콘하우스에서 공연된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업그레이드한 작품.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우리 영화와 가요를 이용해 대중성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긴장감 없는 구성, 허술한 무대장치 등 창작 뮤지컬의 고질적 한계는 여전하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이번 공연은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해 브로드웨이 작품에 버금가는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겠다”(서울뮤지컬컴퍼니 김용현 대표)는 제작사의 의지로 다시 이뤄진 것. 그래서일까. 연습장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열기는 유난히 뜨거웠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올 봄에 ‘맘마미아’가 공연된 곳이거든요. 해외 대형 뮤지컬의 성공신화가 아직 남아 있죠. 그곳에서 한국 뮤지컬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다들 각오를 다지고 있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뮤지컬 넘버를 직접 작곡하는 등 이번 작품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주인공 성우 역의 가수 이정열은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진짜 사고 한 번 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던 고교 시절, 학교 밴드에서 만난 친구들이 ‘어른’이 되며 겪는 좌절과 방황을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작품. 고달픈 현실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하는 ‘성우’, 음악을 좋아하지만 여자 꼬시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는 ‘정석(주원성)’, 순정을 바쳤던 때밀이 아가씨를 정석에게 빼앗기고 밴드를 떠나는 ‘강수(추상록)’ 등 주인공들의 면면은 영화의 그것과 똑 닮아 있다. 하지만 충주고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 구성원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함께 밴드를 하고, 그들과 비슷한 비중으로 충주여고 밴드 ‘버진 블레이드’가 등장하는 점은 새롭다.

고교 밴드 멤버들 어른이 된 후…

빼어난 보컬 실력을 자랑하는 배우 김선영이 ‘버진 블레이드’의 리드보컬 ‘인희’ 역을 맡았고,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에서 주연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영주가 자신만만한 밴드 리더 ‘길주’를 연기한다. 음악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보험설계사가 되지만, 주어진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드러머 ‘영자’ 역에는 뮤지컬 유린타운 등에 출연한 박준면이 캐스팅됐다. 이정열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연 때와 같은 멤버들이다. 초연 당시 “다른 건 몰라도 배우들의 실력과 뮤지컬 넘버만큼은 끝내준다”는 평을 들었던 이들은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도 역시 8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와 팝송들을 노래한다. 송골매의 ‘세상만사’로 시작하는 다이내믹한 오프닝부터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로 끝나는 에필로그까지, 퀸(Queen)의 ‘We Will Rock You’,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 한영애의 ‘누구 없소’, 전인권의 ‘행진’ 등 추억의 노래들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간다. “초연 때 노래가 시작되면 객석에 앉아 있는 중년 관객분들이 다 따라 불렀어요. 공연장 전체가 하나가 됐던 벅찬 순간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잊을 수가 없었죠.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연 끝 무렵에는 아예 관객의 대부분이 40, 50대들이었어요.”(김영주) 그래서 이번에는 작품 앞에 ‘7080 뮤지컬’이라는 이름까지 달았다.

‘4050세대’ 추억으로의 초대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멤버들은 창작 뮤지컬의 성공이라는 '무모한' 꿈을 간직하고 사는 또 하나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들이다.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 그때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 뛰는 이들을 위한 뮤지컬이라는 의미다. 자신도 송골매의 음악을 흥얼거리며 고교 시절을 보냈다는 연출가 이원종씨는 “꿈을 간직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고되지만 따뜻한 삶을 생생히 그려낼 것”이라며 “초연 때 1막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었던 2막을 화려하게 재구성했고, 무대장치와 코러스도 대폭 늘렸다. 청춘을 기억하는 4050 세대에게 멋진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앞에 놓인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한 대형 뮤지컬들만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창작 뮤지컬들은 ‘호황 속의 불황’을 톡톡히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 뮤지컬의 성공이라는 ‘무모한’ 꿈을 품은 채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이 또 다른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아닐까. 그들에게 “진실하게 가꿔가는 꿈은 언젠가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관객들뿐이다.



주간동아 2004.06.24 440호 (p84~8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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