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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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와 단둥’ 경제특구로 묶일까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4-06-17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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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주와 단둥’ 경제특구로 묶일까

    다리 하나를 두고 단둥과 연결된 신의주. 최근 두 도시를 엮어 경제특구를 만드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2002년 북한이 신의주경제특구를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염두에 둔 모델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특별행정구였다. 홍콩특별행정구는 독자적인 입법·행정·사법권을 갖되 대통령격인 행정장관을 중국에서 임명하는 자치구역이다.

    중국과 홍콩 사이에는 우리의 휴전선에서 볼 수 있는 철책이 있고, 철책 좌우로는 개발이 금지돼 농경지와 수풀만 이어져 있다. 홍콩과 중국을 나누는 사실상의 ‘국경’인 이 철책은 허가된 곳만 뚫려 있는데, 이곳에는 유럽국가에서 볼 수 있는 국경검문소 비슷한 시설이 있어 허가받은 차량만 통과할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본떠 철책을 치고 신의주를 자본주의 실험장으로 만들려 했다. 이를 위해 양빈을 행정장관에 앉히고, 양빈은 신의주를 카지노와 도박 특구로 개발하고자 했다. 이러한 양빈을 중국은 사기꾼으로 보고 강력히 반대했다. 그런데도 김위원장이 이를 무시하고 양빈을 행정장관에 앉히자, 중국은 양빈이 허란춘(和蘭村) 사업을 위해 선양(瀋陽)을 방문했을 때 체포해버림으로써 김위원장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그 후 신의주 경제특구는 된서리를 맞은 듯했다.

    지난 5월 김위원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동아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 건너가 부와 명예를 쌓은 화교 여성 샤르상(54)을 신의주 행정장관에 임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샤르상은 미국에서 요식업을 해 상당한 부를 쌓았고 95년에는 공화당 당적으로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시장을 지낸 여성 사업가이자 정치인이었다. 샤르상은 자신을 신의주 행정장관에 앉히면 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으나 최근 샤르상 행정장관 임명안은 흐지부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랴오닝(遼寧)성이 단둥(丹東)과 북한의 신의주를 묶어 조-중 경제특구를 개발하고자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랴오닝성은 단둥 바로 옆에 있는 동항(東港)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항구가 없어 경제발전에 애를 먹고 있다. 랴오닝성은 동항을 ‘랴오닝성 경제특별지구’로 지정했으나, 동항은 어항으로서만 기능을 할 뿐 상업항으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랴오닝 성장을 지낸 보시라이(溥熙來)가 중국 중앙정부의 무역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장에 임명됨으로써 더욱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위원장이 신의주-단둥 경제특구안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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