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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미의 버림받은 동심들 ‘거리로’

빈곤·가족 붕괴 영향 4000여만명 아이들 거리에서 생활 … 마약·에이즈·범죄에 고스란히 노출

  • 멕시코시티=한동엽 통신원 boracap@hanmail.net

남미의 버림받은 동심들 ‘거리로’

남미의 버림받은 동심들 ‘거리로’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살아가는 멕시코의 버려진 아이들.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는 “남미의 아이들 4000여만명이 거리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75%가량은 가족이나 돌아갈 집이 있지만 나머지 1000여만명은 거리에서 먹고 자며 생활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구걸하거나 교차로에서 자동차 유리창을 닦거나, 또는 거리에서 작은 공연을 해 빵 살 돈을 구한다. 저녁이면 버려진 건물이나 공원, 시장의 한 귀퉁이에서 잠을 잔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남미의 슬픈 자화상인 ‘거리의 아이들’이다. ‘거리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15살 미만의 아이들’을 일컫는 ‘거리의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계획도, 미래의 가치도 없다. ‘생존을 위한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 및 의료 서비스는 이들과 다른 세상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유엔 중남미경제위원회(CEPAL·Comision Economica Paara America Latina)는 지난해 칠레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중남미 전체 인구 가운데 약 43.9%인 2억2500여만명이 빈민층이며, 이중 1억명이 원주민”이라고 밝히며 남미가 처한 빈민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소녀들 빵 한 조각에 몸 팔기도

과테말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70%가량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극빈층에 해당하며 유아의 6.4%가 5살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 온두라스는 전체 인구의 80%가 이러한 극빈상태에 놓여 있다. 멕시코도 먹을 것조차 구할 수 없는 극빈층이 242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며,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는 10명의 어린이 가운데 3명이 거리에서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세기를 이어온 원주민 빈민문제, 심각한 빈부격차 등 남미 내부에서부터 곪아온 상처에 ‘가족 붕괴’라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며 아이들이 거리로 쫓겨난 것이다. 니카라과의 한 연구소는 ‘거리의 아이들’을 전쟁고아, 버려진 아이, 환각제 중독자 그리고 가족 해체로 인해 거리로 나온 아이들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절반이 넘는 ‘거리의 아이들’이 본드·마리화나·마약 등에 중독돼 있으며, 멕시코의 경우 이 수치가 70%를 웃도는 실정이다.

남미의 버림받은 동심들 ‘거리로’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었던 멕시코의 5살 소녀 카렌 테파스가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고 있다.

사회봉사단체인 카사 알리안자의 과테말라 지부는 한 연구를 통해 “‘거리의 아이들’ 중 42%가 가출한 아이들이며 39%가 버려진 아이들, 그리고 25%가 가난 때문에 거리로 쫓겨난 아이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가출한 아이들의 62%는 ‘가족의 정신적 학대’(32%), ‘부모의 육체적 학대’(30%) 등의 이유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거리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로 전락하고 ‘사회정화’라는 미명 아래 공권력이나 시민들에 의해서 죽음에까지 이른다. 물론 이들에게 가해지는 공권력이란 이름의 폭력은, 거리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더라도 ‘사회정화’로 불리울 뿐이다. 1990년 4명의 경찰관의 폭력에 의해 살해된 과테말라의 13살짜리 소년 나아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남미의 현실이며, 지난 한 해 동안 온두라스에서 557명, 과테말라에서는 294명의 ‘거리의 아이들’이 살해당했다. 물론 이 통계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치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에이즈(AIDS)는 1990년대 이후 ‘거리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또 다른 원인이 됐다. 거리의 소녀들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빵 한 조각과 바꾸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순간 의사한테 “에이즈가 뭐냐”고 묻는다. 성교육은 물론 어떠한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미의 버림받은 동심들 ‘거리로’

쓰레기 더미에서 입을 옷을 찾고 있는 멕시코의 고아 소녀들.

온두라스의 미우렐은 비록 ‘거리의 아이’이긴 했지만 평범한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터미널의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한 어느 날 밤, 버스 운전사한테서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비를 피해 잠을 자고 음식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1년 뒤 16살의 미우렐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엔은 “현재 온두라스에는 약 1만4000명의 아이들이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10년까지 4만 2000여명에 달하는 고아가 더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에는 11만8000여명의 ‘거리의 아이들’ 가운데 4%가량이 에이즈 양성반응자”라고 밝힌 바 있다.

에이즈 검사 150명 중 70%가 양성

그러나 정부 발표와 달리 “110여만명이 넘는 ‘거리의 아이들’이 멕시코에 존재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며, 멕시코시티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를 실시한 후안 디아스는 “멕시코시티의 과우떼목구에서 무작위로 선발한 150명의 ‘거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를 한 결과 70%가 양성반응을 보였다”며 심각성을 경고했다.

남미의 버림받은 동심들 ‘거리로’

멕시코의 한 시민이 거리에 쓰러져 잠든 ‘거리의 소년’을 외면한 채 걸어가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유아 성폭력, 그리고 이미 사회 어두운 곳에 자리잡은 ‘유아 매춘시장’의 존재와 에이즈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수많은 ‘거리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에이즈 양성보균자의 출생’이라는 더 큰 사회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보호활동은 1980년경부터 시작됐으며, 민간단체의 활동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인 민간단체로 카사 알리안자가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에 5개의 지부를 두고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한편 의문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한 법적 활동, 인권 보호를 위한 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외에 멕시코의 ‘텔레톤’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공동구호활동, 방송국 및 대학 연구소 등에서 진행하는 지속적인 모금운동과 교육 및 의료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통해 일부 ‘거리의 아이들’이 보호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거리의 아이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의 냉대와 폭력, 환각제와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다. 이들은 가해자가 없는 살인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 수감하는 니카라과의 감옥에서는 이들에 대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부분의 ‘거리의 아이들’은 사회로부터 ‘청소돼야 할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

비록 정부나 민간단체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거리의 아이들’이 부패한 공권력, 인권유린, 경제침체의 악순환, 실업의 증가, 가족해체, 절대빈곤의 원주민 등 남미 국가들이 떠안고 있는 부조리한 사회구조에서 잉태된 것이기에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해답을 찾을 때까지 ‘거리의 아이들’은 남미 대륙 어느 거리에선가 차갑게 식어갈 것이다.



주간동아 2004.06.24 440호 (p62~63)

멕시코시티=한동엽 통신원 boraca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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