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장뇌산삼 100만 뿌리 농사 “심봤다”

남양주 수산리 ‘산삼 키우는 마을’… 7~15년산 자라는 산속 ‘관광 코스’로 자신 있게 공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장뇌산삼 100만 뿌리 농사 “심봤다”

장뇌산삼 100만 뿌리 농사 “심봤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수산리 축령산에서 장뇌삼을 캐고 있는 영농법인 남양주 장뇌삼작목반원들.

끝도 없이 뻗어오른 활엽수림을 뚫고 한줌의 광선이 숲 속의 평화를 뒤흔든다. 광선은 나무의 흔들림을 따라 춤추고, 숲은 곧 바람과 햇빛이 만들어낸 빛의 파도로 넘실댄다. 그 즈음 빛의 산란(散亂)을 가르며 긴 여운을 남기는 외침 한 마디.

“심봤다!”

경춘 국도를 타고 남양주 시내를 지나 북쪽으로 20분쯤 비껴 달리면 마을 주민 모두가 산삼을 친자식처럼 기르며 사는 ‘산삼 키우는 마을’이 나타난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수산리. 30가구가 채 되지 않는 마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뇌산삼(長腦山蔘·이하 장뇌삼)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 마을에서 장뇌삼을 기른 지 15년, 이제 장뇌삼이 자신을 길러준 마을 주민들에게 큰 이익으로 보답하고 있다. 장뇌삼(山養蔘)은 천종(天種·자연 그대로의 산삼) 또는 지종(地種·산삼의 씨앗을 먹은 동물의 배설물 속에서 핀 산삼) 산삼의 씨앗을 채취해 깊은 산속에 파종한 뒤 7년에서 수십년 동안 재배한 것. 요즘은 산삼의 씨앗을 산 밖에서 재배한 뒤 묘삼을 깊은 산속에 이식함으로써 장뇌삼의 씨알을 굵게 만든다.

천마산과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예로부터 산삼이 많이 나기로 소문난 지역. 지역 자체가 해발 800m의 고지대인 데다 주변에 인삼밭이 많아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이곳은 옛 농서(農書)에서 말하는 천혜의 환경이다. 물이 풍부하되 습하지 않고, 숲은 서늘하게 음지를 드리우면서도 햇볕이 간간이 쬐는 ‘비습(非濕), 비양(非陽), 비음(非陰), 비한(非寒)’의 조건(임업십육지)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이 바로 수동면 수산리라는 것. ‘수동면’은 ‘물골안’이라는 옛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산의 경사도가 알맞게 형성돼 물이 풍부하지만 고이지 않고,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8대 2의 황금비율로 섞여 있어 적절한 음지를 만들어준다. 북동향의 산은 아침 햇살이 잠깐 들어왔다 간 뒤 오후 햇살은 조금도 머물지 않아 음지식물인 산삼이 살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다.

해발 800m 산삼 재배 최적지



장뇌산삼 100만 뿌리 농사 “심봤다”

5월의 장뇌삼, 산삼 꽃과 열매, 남양주시의 특산물 7년근 장뇌삼(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5월6일 이른 아침, 산삼 키우는 마을을 찾은 취재진을 마을의 촌장 격인 박동준 반장이 반갑게 맞았다. 박반장은 영농법인 남양주 장뇌삼작목반의 반장이자 대표이사로, 국내 최초로 장뇌삼 키우는 기술을 인정받아 올해의 ‘신지식인’에 선정된 인물. 산삼 키우는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채비를 하느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박반장은 “장뇌삼을 심은 곳을 취재진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말을 꺼냈다.

“모두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못 믿더군요. 훔쳐갈 것이 걱정이지만, 이곳에 와서 장뇌삼에 그 어떤 비료나 농약도 치지 않은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쓸데없는 오해도 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아예 장뇌삼이 나는 곳을 등산로로 개발해 관광지화하기로 했습니다. 한편으로 아이들에겐 자연체험 학습의 장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박반장과 작목반이 장뇌삼을 심어놓은 곳은 천마산,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 일대 50만평. 일부는 박반장의 사유지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빌린 산들이다. 얼마나 심어져 있느냐고 물었더니 엄청난 답변이 돌아왔다. “100만 주요.”

100만 뿌리. 모두 심은 지 7년에서 15년 된 장뇌삼이니 개당 10만원으로 잡아도 1000억원대가 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었다.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물었더니 담담하게 “30억원”이라고 답했다. 장뇌삼의 씨앗, 즉 종자 값만 한 되에 600만원이란다. 장뇌삼의 씨앗은 일반 인삼의 종자가 아니라 산에서 자란 산삼의 씨앗이기 때문에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게 박반장의 설명. 하지만 지난해 남양주 장뇌삼작목반은 장뇌삼을 팔아 주민들에게 2000만원씩의 일당을 나눠주고도 3억5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장뇌산삼 100만 뿌리 농사 “심봤다”

영농법인 남양주 장뇌삼작목반의 반원들(왼쪽)과 장뇌삼 기르는 기술로 국내 최초로 ‘신지식인’에 선정된 박동준 반장(대표이사).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장뇌삼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산삼은 심산계곡에서만 난다고 했던가, 곧게 뻗은 활엽수림 사이로 간간이 새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숲 사이를 1시간가량 걸어 올라갔을까, 갑자기 작목반의 김학춘씨(37)가 큰 소리로 외친다.

“어, 산삼 밟았어요.”

아래를 보니 기자가 산삼을 밟고 있는 게 아닌가. 다급히 발을 떼고 자세히 보니 긴 줄기에 잎이 다섯 개, 거기다 막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게 산삼이 확실했다. 파보니 새끼손가락보다 약간 가는 8년근 산삼이 자태를 드러냈다. “심봤다”며 좋아하는 기자에게 작목반의 사람들이 옆을 보라며 가리켰다. 사방을 둘러보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주위 반경 5m 안에 산삼 줄기가 수백 개나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이런 광경이 산에 올라가고 능선을 따라가면서 수백 곳이 더 나왔다. 산의 한쪽 귀퉁이만 돌았는데도 그 정도인데 4개 산에 흩어진 곳을 모두 돌면 100만 주가 있다는 게 거짓은 아닌 성싶었다. 그런데 7~8년 된 산삼을 캐면서 다른 것보다 눈에 띄게 작은 산삼을 발견했다.

“그게 바로 지종산삼이란 거죠. 여기 것들은 모두 꿩의 배설물에서 나온 조복(鳥腹)산삼으로, 사실은 우리가 꿩에게 산삼의 씨앗을 먹여 그 배설물을 묻어둔 것이지요. 조복삼은 묘종을 이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장뇌삼보다 작습니다. 그렇지만 희귀성으로 따지면 장뇌삼보다 높아 수십 배는 더 비싸죠.”

나중에 확인해보니 정말 산 아래 작목반 사무실 옆에는 커다란 꿩 사육사가 따로 있었고, 수백 마리의 꿩이 산삼씨를 먹고 배설물을 내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박반장과 작목반은 두 종류의 산삼을 기르는 것일까. 박반장은 “국내에서는 장뇌삼보단 조복삼을 더 고급으로 치는데 외국에서는 산삼도 큰 것이 대우를 받기 때문에 국내용은 조복삼으로 키우고, 국제용은 이식한 장뇌삼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장뇌산삼 100만 뿌리 농사 “심봤다”

장뇌삼은 분재로도 인기만점(위). 남양주 작목반이 조복산삼의 씨를 얻기 위해 기르는 꿩.

현재 장뇌삼의 경우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비료와 농약을 쳐 장뇌삼의 부피를 크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양주작목반은 ‘크기를 크게 하면서도 농약과 비료는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했다. 농림부가 남양주작목반의 장뇌삼에 친환경마크를 인증해준 것이나 남양주시가 이곳 장뇌삼을 특산물로 지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 박반장은 “유혹은 있었지만 단호히 거절했고 외국산삼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산삼 재배지역을 관광지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에서 내려와 작목반의 온실에 가니 참나무 화분에 산삼 분재가 자라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산삼 분재’였다. 산삼 꽃과 열매의 화려함을 이용해 관상용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 상품. 이미 안면도 꽃박람회와 고양 꽃박람회에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터였다.

국제적으로 우리 산삼의 효능을 인정받고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박반장과 남양주작목반은 장뇌삼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사람에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경상도 일원을 제외한 전국(제주도 포함)에 남양주작목반을 벤치마킹한 장뇌삼작목반이 생겨났을 정도.

“최소한 산 1000평에만 장뇌삼을 길러도 억대 부자가 될 수 있는데 국토의 65%가 산인 나라에서 농민에게 국유림 빌려주기를 주저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되겠습니까?”

박반장이 취재진에게 거듭 강조한 말에서 뒷북만 치고 있는 우리 임업정책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었다.



주간동아 435호 (p52~5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67

제 1367호

2022.12.02

청약 초읽기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둔촌주공’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