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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처럼 꿈 먹고 크는 ‘미래형 상점’

경기 일산 ‘토이월드’ 새 비즈니스 모델 … 느슨한 조직연계 소매점 파워브랜드 박차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장난감처럼 꿈 먹고 크는 ‘미래형 상점’

장난감처럼 꿈 먹고 크는 ‘미래형 상점’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에 자리한 장난감 가게 토이월드 내부.

”너,일산 사는 거 맞니?”

“?!”

“서울에서도 일산으로 원정 가는데, 뭣 하러 서울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어휴, 한심하긴. 메모할 수 있어? …더블류 더블류 쩜….”

경기 고양시에 사는 아이 엄마 곽나경씨(34)는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어린이날 선물 사러 백화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촌스럽게, 아직도 백화점에서 애들 장난감 사느냐”는 면박만 들었다.

곽씨가 소개받은 토이월드는 ‘지역 기반형 인터넷 및 오프라인 장난감 가게’다. 이 독특한 상점은, 일산을 중심으로 “토이월드 모르면 동네 엄마들 사이에 왕따가 틀림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광고 전단지 한 장 뿌려본 일 없고, 언론 홍보를 비롯해 이렇다 할 마케팅 한 번 해본 적 없는 장난감 가게가 인터넷 홈페이지 하나와 오프라인 매장(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하나로 새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면서 아이 엄마들을 몸달게 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도시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할인점의 공세로 지방 중소도시의 재래시장과 소매업이 쑥대밭이 된 것처럼, 대도시 골목마다 똬리 튼 가게들은 자본의 공세에 ‘단군 이래’라거나 ‘유사 이래’라는 최악의 매출 부진으로 신음한다. 장난감 가게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절묘한 조화

선거철마다 재래시장을 단장하겠다느니, 주차장을 만들겠다느니 별별 공약이 쏟아지지만 벌써부터 경쟁력을 상실한 터라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약이 실현되더라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영업을 되살릴 ‘획기적인 개선책’은 있는 것일까.

토이월드 측은 “있다”고 답한다. ‘단군 이래’ 또는 ‘유사 이래’ 처음 등장할 ‘새로운 형태의 소매점’으로 경쟁력을 되찾자는 게 토이월드의 해법이다. 토이월드는 이 새로운 형태의 소매점을 ‘미래형 상점’이라고 이름지었다. 아이 엄마들을 몸달게 하는 토이월드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보면서 ‘미래형 상점’의 앞날을 어렴풋이 점쳐보자.

장난감처럼 꿈 먹고 크는 ‘미래형 상점’

한번 관계를 맺은 손님을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인터넷 가게 www.toyworld.co.kr.

#토이월드 왈(曰) “온라인 쇼핑몰이 장사치가 나아갈 길이라고? 천만의 말씀, 오프라인이 없으면 허사라네.”

60만명의 인터넷 회원과 수십억원의 연매출을 자랑하는 토이월드의 시작은 보잘것없었다. 웹비즈니스가 유행이라기에 1998년 200만원을 들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나 홍보하는 방법도 매출로 연결하는 방법도 몰랐다. 홈페이지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돈 먹는 하마’에 그쳤다.

‘미래의 상점’은 2000년 경북 상주시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태어났다. 아마존이니 e토이니 하는 내로라하는 미국 인터넷기업의 거품이 빠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닷컴기업이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설익은 예측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토이월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상상했다.

기차 안의 단상은 ‘인터넷 가게’www. toyworld.co.kr와 ‘동네 가게’ 토이월드로 구현됐다. 아직까지 매출은 인터넷 가게가 한 수 위. 하지만 토이월드는 곧 뒤집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물건을 만져보고 직접 고르는 데 쇼핑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란다. 오프라인 고객은 70% 정도가 일산 거주자고 나머지가 다른 지역, 온라인 매출은 일산 소비자와 기타가 반반이다.

토이월드는 온라인을 배제하면 앞으로 소매점은 겨우 호구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미래수익 모델은 오프라인에서 찾고 있다. 온라인 소비자가 오프라인 소비자가 되고 오프라인 소비자는 온라인 소비자가 되는 토이월드의 온-오프라인 융합 효과는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인터넷 비즈니스를 가미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방증한다.

#토이월드 왈(曰) “고객이 읽고 놀고 즐길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소비자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라.”

“‘미래의 상점’에서는 고객과의 관계가 모든 것이다. 거래에만 치중하면 고객을 얻는 데 든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우연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을 단골로 묶어두려면 뭔가 특별한 혜택을 줘야 한다.”(토이월드 김동구 사장)

토이월드의 인터넷 회원은 특별하다. 회원들은 토이월드 홈페이지에서 또래의 엄마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아이 키우기를 주제로 수다를 떤다. ADSL을 타고 진열된 1만여개의 상품은 언제든 클릭만 하면 집으로 배달되고 몸이 근질근질하면 아이를 데리고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유아용품을 구입한다.

장난감처럼 꿈 먹고 크는 ‘미래형 상점’
토이월드는 회원을 이렇게 모았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인터넷으로 더 쉽게 쇼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온라인 회원 가입을 권유한다. 온라인 회원들에게 마일리지 적립 등 차별적 혜택을 주면서 온라인 구매를 독려한다. 온라인 구입에 익숙해지면 고객들은 자연스레 오프라인 매장이 그리워진다.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토이월드에 매료된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회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토이월드와 고객들은 인터넷 가게를 매개로 생활 속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터넷 가게의 역할은 고객과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토이월드는 생각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고객을 즐겁게 하는 부차적인 도구로 웹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이월드 왈(曰) “남의 물건 떼어다 판다고 브랜드를 무시하면 안 된다. 소매업도 결국 파워브랜드 싸움이다.”

야후와 AOL의 브랜드 가치는 나이키 펩시에 버금간다. 당신이 토이월드의 반복 구매자라면 그곳에서 어떤 물건을 사건 토이월드가 브랜드다.

장난감처럼 꿈 먹고 크는 ‘미래형 상점’

토이월드에선 베이비헤로스 같은 유아 명품을 비롯해 1만여 종의 유아용 장난감을 구입할 수 있다.

토이월드는 제조사 수입사 유통사에서 물건을 떼어온다. 쇼콜라 베이비헤로스 같은 이른바 ‘유아 명품’에서부터 할인점 백화점 등에 납품되는 상품 등 거의 모든 브랜드의 물건을 갖춰놓았다. 그러나 토이월드 소비자들은 쇼콜라나 베이비헤로스가 아닌 토이월드에서 유아용품을 구입했다고 말한다.

소매점들도 파워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게 토이월드의 생각이다. 파워브랜드 아래 느슨한 조직으로 연계된 브랜드 소매점이 바로 토이월드가 꿈꾸는 ‘미래의 상점’이다.

기실 토이월드의 꿈은 일본에서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 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체인 시스템이 각광받는 소매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웹으로 연결된 느슨한 체인의 점주들은 수직적 프랜차이즈 관계가 아니라 같은 브랜드의 간판을 내건 수평적 파트너들이다. 일본에선 재래시장 상인들이 연대해 시장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벌써부터 시작됐다.

토이월드도 파트너를 찾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토이월드’라는 간판을 내걸고 유아용품을 팔 동업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닭고기 프랜차이즈처럼 중간 도매상 역할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토이월드 브랜드, 토이월드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도구로 장사를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워브랜드를 가진, 인터넷으로 연결된 느슨한 온-오프라인 체인의 운동구점 식료품점 속옷가게가 과연 토이월드의 상상처럼 ‘미래의 상점’이 될 수 있을까? 피터 킨은 저서 ‘닷컴의 수익혁명’에서 “다음엔 무엇일지, 늘 상상하라”고 조언했다. 토이월드가 상상하는 ‘미래의 상점’이 과연 어떤 결과를 거둘지 자못 궁금하다.



주간동아 435호 (p48~4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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