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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풀뿌리 썩는 자치단체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광역·기초단체장 22곳 포함 107곳 재·보궐 선거 … 여야, 최상 카드 찾기 바쁜 행보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지방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2002년 6월12일 저녁 한 후보가 서울 명동 정당연설회에서 마지막으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또 전쟁이다. ‘6·5’ 재ㆍ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민주당 등 여야는 광역단체장 4곳과 기초단체장 18곳을 포함해 모두 107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니 총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부산 경남 전남 제주 등 광역단체장을 뽑는 ‘남해안 빅4 벨트’.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 결과는 향후 정국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은 이미 지역 여론 등을 감안, 최상의 카드를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부산시장 : 부시장 vs 부시장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되는 지역. 그러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곳곳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총선 패배를 만회하려는 우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영남 교두보 마련에 도전한다. 부산은 그 첫 번째 타깃. ‘4ㆍ15’ 총선에 출마했던 이해성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허옥경 전 해운대구청장이 먼저 우리당 전사를 자임했다. 그러나 중앙당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그들은) 2%가 부족하다”며 오거돈 부산시장권한대행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당 지도부는 “잘하면 승산이 있다”며 오대행의 경쟁력을 평가한다. 5월3일 ‘국제신문’이 부산지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대행은 44.2%의 지지율로 다른 당 후보들을 압도했다.

부산시장 및 경남지사 선거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앙당이 집중력을 높이는 배경이다. 정동영 의장과 부산지역 유일한 국회의원 당선자인 조경태 위원장(사상구)이 중앙과 지역을 유기적으로 엮어가며 대회전을 준비 중이다.



한나라당의 수성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 및 대선, 총선 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부담과 압박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5월7일 박근혜 대표가 부산을 방문, ‘박풍(朴風) 몰이’에 나선 데서도 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맹형규)는 5월5일 부산시장 경선후보로 최재범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허남식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 등 2명을 선정했다.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최 전 부시장과 허 전 부시장은 각각 부산지역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내세워 우세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해온 최 전 부시장이 부산에서 터를 닦아온 허 전 부시장에게 경선 초기 조금 밀리고 있다는 평. 국제신문 여론조사 결과 허 전 부시장의 지지도는 28.0%로 우리당 오대행에 뒤졌다. 그러나 정당을 기준으로 한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자의 53.2%가 한나라당 후보를 꼽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암시했다.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우리당에선 지사대행을 맡아온 장인태 전 행정부지사가 5월3일 부지사직을 사퇴한 뒤 단독 등록,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 장 전 부지사의 출마 뒤에는 ‘주식회사 경남’의 사외이사로 통하는 김혁규 전 지사의 구실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등장도 예상됐지만 제2의 김혁규라야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 경남지역은 지금도 김혁규 카리스마가 살아 숨쉰다. 경남도청을 출입하는 한 중견기자는 “10년간 건설된 ‘김혁규 왕국’ 속에 살아 숨쉬는 ‘김혁규 사단’은 무시 못할 파워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지사의 총리 기용설이 힘을 얻고 있다는 평. 우리당은 “경남의 숙원사업과 한계를 알고 있는 김 전 지사가 총리로 발탁될 경우 그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지사가 필요하다”는 홍보 논리로 한나라당 벽을 넘을 계획이다.

배신자라고 치고 나왔지만 한나라당도 김 전 지사의 영향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다. 당 공천심사위는 권영상 변호사와 김태호 거창군수, 송은복 김해시장 등 3명의 후보 중 1명을 특공대로 선발, 김혁규 사단과 일전을 준비 중이다. 모두 지자체 간부 출신이라는 점이 특징. 하순봉, 김용균, 이주영 의원 등 현역 의원 정치인들의 탈락과 관련해 맹형규 공천심사위원장은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려는 신중함으로 읽힌다. 박근혜 대표와 이강두 정책위 의장 등이 특정 후보를 민다는 설도 있다.

민노당도 ‘성지’나 다름없는 이곳에 유일하게 후보를 냈다. 2002년 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임수태 도당대표가 민노당 대리 전사. 민노당은 선거비용 등을 감안, ‘선택과 집중’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전남도지사 : 민주당 사활 건 총력전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전남지사 보궐선거는 우리당과 민주당의 대결로 압축된다. 우리당은 ‘4·15’ 총선 당시 전남지역에서 압승한 여세를 몰아간다는 계획인 반면, 민주당은 총선 참패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필승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전남지사 보궐선거에서마저 패한다면 당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당은 5월7일 공직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공천을 신청한 10명의 후보들의 공천 적격성 여부 등을 논의한 결과 경선 후보자 4명을 확정한 데 이어 15일쯤 당원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날 확정된 4명의 경선 후보자는 천용택 의원, 고현석 곡성군수, 민화식 해남군수, 조보훈 전 전남도 정무부지사 등이다. 우리당 전남지역 당선자 가운데 서갑원 당선자만 조 전 부지사 지지를 공개 선언한 상태.

그러나 탈락 후보자들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군납업자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천의원이 경선 후보에 포함되고, ‘4·15’ 총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원이 돈을 뿌린 혐의로 구속됐지만 아직 본인의 연루 여부가 불투명한 유인학 전 의원을 배제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창당 공신인 천의원을 전남지사 후보로 내정해놓고 경선 모양만 갖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탈락 후보는 “경선 후보 심사 모양 갖추기에 들러리를 선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공직자격심사위원은 “당 관계자들이 심사 과정에서 당선 가능성 등 현실론을 강조하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당의 결정사항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창근 전 의원, 박준영 전 대통령공보수석, 차봉근 전 전남도의회 의장 등 3명이 후보를 신청한 가운데 ‘필승 카드’로 한화갑 대표가 보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한대표 본인은 “지금은 민주당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출마를 사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5고지 점령하라” 불붙은 미니 총선
우리당은 5월7일 진철훈 전 서울시 주택국장, 송재호 제주대 교수, 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오재윤 전 제주도 기획관리실장 등 4명을 경선 후보로 선정했다. 15일쯤 국민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영훈 제주도의회 의장, 강상주 서귀포시장, 변정일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식으로 공천을 신청한 이는 없다.

무소속인 김태환 제주시장은 현재까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과 우리당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의원의 출마설이 한때 나돌았다. 5월7일 장전형 민주당 대변인은 “제주지역에서는 추의원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안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주소지 이전 등 현실적 한계로 추의원의 제주지사 후보 출마는 말 그대로 구상으로 끝날 전망이다.



주간동아 435호 (p44~45)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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