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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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3박자 ‘정보·시간·돈’

  • 최준철/ 웰시아닷컴(wealthia.com) 머니마스터

    입력2003-04-30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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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의 3박자 ‘정보·시간·돈’

    주식시장과의 ‘협상’에서 이기는 자만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주식시장을 기업의 소유권이 거래되는 M&A(인수합병) 시장으로 인식한다면 주식시장은 거대한 협상 테이블과도 같다. 갖고 있는 주식을 현금화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쪽에는 현금을 주고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협상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의 협상은 무엇을 의미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협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가기 전에 ‘가치투자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아이디어를 빌려 주식시장을 단순화해보자. 그레이엄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주식시장을 의인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미스터 마켓은 ‘주가 아저씨’ 혹은 ‘주식시장 아저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미스터 마켓은 매일매일 투자자에게 주식을 내밀고 가격을 제시한다.

    주식투자, 협상의 법칙 세 가지

    주식투자에서의 협상력이란 주식을 가치에 비해 값이 떨어졌을 때 최대한 싸게 사서 가치보다 올랐을 때 최대한 비싸게 파는 능력을 말한다.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의 저서 ‘협상의 법칙’에 소개된 몇 가지 협상 기술을 통해 ‘주식투자, 협상의 법칙’을 만들어보자.

    1) 정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협상할 때 나는 상대를 알지만 상대는 나를 모를 때 나의 협상력은 배가된다. 정보는 그만큼 협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또 정작 중요한 정보는 잘 주지 않는 얄미운 존재가 미스터 마켓이다. 가치투자자가 미스터 마켓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에 대한 정보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2) 시간

    시간은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시간이 많은 쪽이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마련이다. 허브 코헨은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양보 행위나 해결 움직임은 마감 직전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미스터 마켓은 주식시장이 존재하는 한 시간을 엄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오늘 오후 3시면 물러가는 것 같아도 다음 날 오전 9시면 다시 투자자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는 투자자의 마감시간을 알고 있다. 급하게 주식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낮은 가격만 제시한다. 시간이라는 면에서 미스터 마켓은 투자자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는 넉넉한 시간과 긴 안목으로 미스터 마켓을 압도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주식을 사기 전부터 시간을 가지고 쭉 지켜본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자에게 투자는 주식을 사는 순간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가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둘째는 장기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자는 절대로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는다. 철저히 여윳돈으로만 투자해서 장기적인 복리수익을 향유한다.

    셋째는 ‘뜨거운 주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미스터 마켓은 투자자를 조바심 나게 만든다. 소위 ‘폭등주’를 선보여 오늘 아니면 절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여 엄청나게 비싼 값을 지불하게 만든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는 미스터 마켓의 가게 구석에 처박혀 있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종목을 계속 지켜본다.

    3) 힘

    미스터 마켓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현금이다. 미스터 마켓이 기분이 좋을 때는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 것이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 투자자에게 심술을 부릴 때 투자자가 협상력을 높이려면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협상

    주식투자를 협상의 관점에서 살펴보다 보니 주식시장과 투자자가 마치 적대적인 관계인 것처럼 비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주식투자는 ‘네거티브 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 게임’이다. 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서 자금을 공급받아 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소유권을 사서 기업이 만든 부가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협상을 통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구매해 보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시세차익과 배당으로 기업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협상을 통해 기업의 소유권을 산 똑똑한 주주를 장기적 주주로 맞이할 수 있다. 투자자 모두 정보, 시간, 힘의 세 가지 협상의 법칙을 잘 기억해 좋은 기업의 똑똑한 주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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