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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후보 인터뷰 ②

“보수·진보 모두 설득할 수 있다”

최병렬 의원 “대표 되면 디지털 정당으로 변신 … 재벌개혁 목소리 높일 터”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보수·진보 모두 설득할 수 있다”

“보수·진보 모두 설득할 수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은 한마디로 ‘원조 보수’다. 제5공화국 시절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단 한 번도 보수의 테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이런 그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개혁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했다. 그만큼 시대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의원은 또 ‘최틀러’라는 언론계 시절 별명 그대로 ‘강경 원칙주의자’로 정치권 인사들에게 각인돼 있다. 그는 항상 자신이 나름대로 정한 ‘원칙’에 철저했다. 그래서 관선 서울시장이나 노동부 장관 재직시 ‘확실하게’ 일한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자세가 정치권에서 ‘사람 모으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4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최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런 선입견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4월30일 경선캠프 오픈 행사를 겸해 공식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라며 “내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을 완전히 사이버 정당, 디지털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개혁적 보수주의자’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개혁은 보수도 진보도 할 수 있다. 근래 우리 정치에는 세 가지 개혁이 있었다고 본다. 첫째 의원 후원회제도가 정착된 것이다. 후원회가 없을 때는 합법적으로 돈을 모아서 정치에 쓸 기회가 없었다. 둘째 공직선거 후보 선출에 개방형 경선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대권과 당권의 분리다. 나는 이런 것들이 우리 정치의 진정한 개혁이고, 이런 개혁이 ‘보수적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최의원은 보수정당 한나라당이 개혁적 목소리를 내야 할 분야가 재벌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대목에서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경하게 재벌경영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당은 국민들에게 친재벌 정당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재벌도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 근로자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게 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발언권은 없지만 노조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는데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 당은 재벌 일가의 증여나 상속에 관한 포괄과세제에 대해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했다. 아버지가 재벌총수라고 새파란 친구가 한 것도 없이 합법적으로 몇 천억원의 재산을 가지는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가능한가. 증여상속에 대한 포괄적 과세가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조세법정주의라는 미명하에 정의롭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부동산 등 보유재산에 대한 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기득권층이 선진국형으로 세금을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재산이 많으면 좀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서서히 단계적으로 확실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

-당대표가 되면 당장 두 가지 당내 도전에 직면할 것 같다. 한나라당 내 진보성향 의원으로부터는 민정계 출신의 보수적 당대표라는 비난이 나올 것 같고, 보수성향 의원들은 앞서와 같은 최의원의 개혁노선에 불만을 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양쪽을 다 설득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민정계다. 하지만 5공화국 때는 전국구 국회의원 3년 한 것밖에 한 것이 없다. 당권 후보 중에는 5공 때부터 정권의 핵심이었던 사람도 있고, 또 5공 치하에서 2중대라 불린 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도 있다. 그들이 나를 욕할 자격이 있나.”

최의원은 지난해 4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당헌 개정 때 절대 권력자였던 이회창 당시 총재에 맞서 외롭게 당권 대권 분리를 주장해 이를 관철한 장본인이다. 당시 최의원은 총재 주변 ‘왕당파’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았는데, 왕당파 대부분은 최근 다른 당권주자 진영에 가담한 상태. 이를 의식한 듯 최의원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1년 전 내가 대권 당권 분리를 얘기할 때 이 당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을 들어준 사람이 있나. 어떻게 나를 ‘수구 골통’이라 할 수 있나. 당시 누가 나한테 동조하고 한마디 조언이라도 해줬나. 오히려 반대편에 서 있지 않았나.”

“보수·진보 모두 설득할 수 있다”
-‘이회창식 리더십’과 구분되는 ‘최병렬식 리더십’은?

“이회창식 리더십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생각은 없다. 나는 분명한 사람이다. 나는 중도우파 개혁노선으로 분명한 색깔을 낼 것이고,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바꿀 것이고 당내 의사결정 구조를 상향식, 개방형으로 만들 것이다.”

최의원은 분명한 입장 표명과 실천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중도우파의 개념과 대북정책을 설명할 때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중도우파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다. 이 원리를 타협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도 복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력 자체에 문제가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튼튼한 국방이 필수다. 미국과의 방위 약속도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대북관계에서는 이중의 원칙이 있다고 본다. 휴전선에는 몇 백만 대군이 한국전쟁 때의 10배가 넘는 화력을 갖추고 대치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강력한 국방력은 필수다. 주적 개념도 분명히 해야 하고 국정원은 국정원다워야 한다. 반면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고 북한주민은 우리 동포 아닌가. 굶어 죽지 않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북한이 원치 않아도 어린아이 이유식은 공수해줬으면 좋겠다. 농약도 주고 비료도 주고,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단 지금은 핵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현금을 줘서는 안 된다. 핵문제를 해결한 뒤 마샬플랜 같은 북한 재건프로그램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4·24 재보선 이후 정계개편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개혁신당론이 흘러 나오고 한나라당 내 개혁파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에 대해 최의원은 “인위적 정계개편에는 반대하지만 이념 성향에 따른 정계개편에는 적극 찬성하며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좌든, 우든 후보의 성향과 관계없이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됐다. 그러니 정치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선진국은 다 이념정당화돼 있지 않나.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노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지역당문제 해소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이를 전제로 내년 총선 후 다수당에게 내각구성권을 넘기겠다고 했는데….

“중·대선거구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중·대선거구제를 받아들이면 우리가 손해인데 어떻게 받아들이나. 총선 앞두고 손해 될 짓을 하는 정당이 어디 있나.”

-중·대선거구제에 반대한다면 다른 지역당 극복방안 있나.

“나는 독일식 선거제도를 선호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호남은 특수지역이다. 특수지역에는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를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나라당 같으면 전북 한 자리, 전남 한 자리, 광주 한 자리 정도는 지역특성을 고려한 전국구 비례의석을 따로 배정하고 이 지역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전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전북에서 득표율이 제일 높은 사람, 전남에서 득표율이 제일 높은 사람, 광주에서 득표율이 제일 높은 사람에 한해 지역구에서 떨어지더라도 전국구 비례대표로 뽑자는 것이다. 독일의 콜 수상도 매번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비례대표로 의회에 들어갔다.”

현재 한나라당 당권경쟁은 크게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병렬 강재섭 서청원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서청원 의원의 출마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경선에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최의원도 얼마 전 서의원을 겨냥, “대선 결과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서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이 된 지금, 최의원은 “공개적으로 (책임론) 얘기는 안 했다. 일반론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나는 듯했지만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최근 들어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6월17일 전당대회 이후 자칫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감정적이라는 얘기다. 과연 한나라당은 별탈 없이 당권경쟁을 치러낼 수 있을까. 또 최의원은 생애 첫 당권 도전에서 어떤 결실을 얻을까.



주간동아 383호 (p34~35)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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