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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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찾아 … 맛집 찾아 … 그리고 맛 이야기 찾아

  • 입력2003-04-30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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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 찾아 … 맛집 찾아 … 그리고 맛 이야기 찾아
    “먹자고 하는 일인데….” 하루에 두세 번씩 내뱉게 되는 말이지만 ‘먹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몇 번이나 있을까. ‘내 가방 속의 샐러드’(한국씨네텔 펴냄)는 식탁 위에서 펼쳐진 화려한 지적 유희다. 녹슨금이라는 필명을 쓰는 저자는 10년차 방송작가로 ‘생방송 세상의 아침’을 맡으면서 명사들의 식탁을 엿볼 기회를 얻었다. 지휘자 정명훈의 ‘김치찌개’, 만화가 박광수의 ‘굴 차우더 수프’, 방송인 이숙영의 ‘쑥전병’, 성악가 김동규의 ‘모차렐라 치즈 오르되브르’, 한비야의 ‘우갈리’. 아침 식탁 앞에 앉을 때 떠오르는 만 가지 상상이 ‘와삭’ 하고 씹히는 샐러드처럼 경쾌하게 전개된다.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더하는’ 스파이스 걸 이숙영씨가 나른한 봄을 쑥 향기로 깨우고, 아프리카 난민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비야씨가 옥수수와 소금 한 숟가락으로 한 끼 식사를 준비한다. 따뜻한 아프리카식 죽을 삼키며 우리돈 2만원이면 아프리카 난민 한 가족이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세계를 무대로 사는 정명훈씨는 매콤 시원한 김치찌개에서 예술적 영감을 충전받는다. 카사노바가 하루에 50개씩 먹었다는 굴, 박광수씨는 정력 강화효과가 뛰어난 굴로 수프를 만들며 야릇한 상상에 빠진다. ‘내 가방 속의 샐러드’는 레시피 부분은 아주 짧고, 이야기는 긴 이상한 요리책이다.

    이양지의 ‘참 쉬운 건강 밥상’(디자인하우스 펴냄)은 미식의 바다에 빠져 있던 한 요리연구가가 탐식과 결별하고 건강식으로 바꿔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상에 맛있는 요리는 한이 없지만 건강에 좋은 재료를 가지고 건강에 좋은 방법으로, 간단하고 맛있게 만들려는 고민과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눈을 유혹하고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맛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 않은가. 일본에 거주하며 요리연구가에서 식생활 전도사로 변신한 이양지씨는 첫째도 밥, 둘째도 밥, 셋째도 밥이라고 말한다. 밥과 된장국, 김치의 양을 전체 음식의 60%가 되도록 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식생활이 개선된단다. 그에 따르면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인들은 축복받은 국민이다.

    맛 찾아 … 맛집 찾아 … 그리고 맛 이야기 찾아

    굴 차우더 수프.

    ‘찾아라! 맛있는 TV’(중앙M&B)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5분(점심은 아직 이르고 아침 거른 직장인들이 출출해지는 시간)에 방영되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제작진이 만든 책이다. 고기, 해물, 한식, 국물, 면 종류별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소문난 집들을 골라냈다. 물론 아무리 소문난 맛이라도 모든 사람의 입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식사시간은 다가오고 서로 눈만 마주치며 ‘어디로 갈까’ 고민할 때 도움이 된다. 즐겁고 건강하고 재미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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