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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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소녀기사 “철녀가 별거냐”

루이 9단(정선):박지은 3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3-03-14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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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소녀기사  “철녀가 별거냐”
    10년 이상 세계 여류 바둑계를 평정하고 있는 ‘철녀(鐵女)’ 루이 나이웨이 9단이 19세 토종 소녀기사 박지은 3단에게 정선(定先·한쪽이 늘 흑을 가지고 선수로 두는 치수)으로 주저앉는 수모를 당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타이젬이 마련한 세계 여류 최강 치수고치기 10번기에서 박지은 3단은 정선 혹은 두 점까지 밀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루이 9단을 오히려 정선으로 떨어뜨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때까지 두 기사의 공식 전적은 8승2패로 루이 9단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에 걸쳐 벌인 이번 치수고치기에서 두 기사는 종합전적 5대 5의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2연승시 한 점씩 치수를 고치기로 한 규정대로 후반전에 7·8국을 연승하며 치수를 변경한 박 3단이 백을 쥐고 둔 나머지 대국도 1승1패로 선방함에 따라 정선으로 끝난 것. 비록 장외 이벤트 대국이긴 하지만 ‘여자 이창호’라는 루이 9단을 상대로 박 3단이 망외의 성과를 올린 것은 우리 여류 기사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종 소녀기사  “철녀가 별거냐”
    는 10번기 최종국. 루이 9단으로선 이 바둑에서 질 경우 두 점으로 치수고치기가 끝날 판이니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반면, 이미 정선 치수를 굳혀놓은 박 3단은 ‘밑져야 본전’인 피날레다. 백1은 이런 여유로움이 빚은 패착. 흑10까지 백은 아무 소득이 없으며, 그렇다고 중앙 백대마의 안전에 보탬이 된 것도 아니다. 직후 흑 ‘가’의 훅 한 방으로 그로기에 몰리기 때문이다. 처럼 일단 실리를 확보한 뒤 백5로 대마를 손질했으면 해볼 만한 형세였다. 247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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