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3

2002.12.12

에~취 재채기·콧물 누가 좀 말려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10명 중 1명 고통 … 부모 어느 한쪽이 환자면 자녀도 걸리기 쉬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2-05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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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취 재채기·콧물 누가 좀 말려줘!

    ‘계절의 불청객’ 알레르기성 비염은 원인 치료, 가족력을 꼼꼼히 따지는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

    환절기만 되면 재채기와 맑은 콧물 때문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겪는 회사원 이모씨(35). 10여년 전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해온 그는 최근 자신의 아이들(5, 7, 9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없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이 모두 자신과 같은 증상을 보여 혹 유전성이 아닌지 의심됐기 때문. 진단 결과 첫째와 셋째 아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둘째 아이는 단순 비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알레르기란 일반인은 반응을 하지 않거나 경미하게 반응하는 화학적, 물리적 자극에 대해 병적으로 반응하는 체질을 통칭하는 의학적 개념. 이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한다.

    임신중 식사 주의, 모유가 좋아

    알레르겐이 코 점막을 통해 체내에 들어오면 몸은 일종의 방어 물질인 ‘면역 글로불린 E(IgE)’ 항체를 생성하는데, 이것이 코 점막 내 비만세포에 달라붙어 코를 간지럽게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알레르겐이 계속 유입되면 알레르겐과 항체가 결합해 콧속에서 히스타민 등의 화학 매개체가 분비되고, 이것이 염증 물질을 콧속으로 모여들게 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

    에~취 재채기·콧물 누가 좀 말려줘!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환경을 깨끗이 하고 적절한 습도 유지 및 환기가 필요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증상만으로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즉 평상시 재채기, 물 같은 콧물, 코 막힘, 가려움증(4대 증상) 등이 있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일 확률이 90% 이상이다. 그 밖에 비경검사, 코 내시경 검사, 피부반응 검사와 혈청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데,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성이 더욱 높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씨 가족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알레르기성 비염은 유전적 소인이 강한 병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50% 이상이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가족력이 있다. 그러나 알레르기에 대한 유전성이 있는 사람 중에서 실제로 알레르기 환자가 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해맑은 이비인후과 이화식 원장은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다면 자녀 중 절반이,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면 세 자녀 중 한 명꼴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게 된다”며 “양친 혹은 부모의 어느 한쪽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으면 자녀도 이 병에 걸리기 쉬운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어떤 특정 질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에 노출된 횟수가 적고, 환경인자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이 질환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16년 동안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아온 정모씨(29·여)는 첫 임신을 한 뒤부터 걱정이 떠날 날이 없다. ‘알레르기는 유전된다’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 자신이 겪은 고통을 아이에게까지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한 정씨는 유전자 진단을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알레르기는 유전 형식이 확실하지 않고 책임유전자도 밝혀져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증상 발현에 관한 유전자 진단을 할 수 없는 단계.

    에~취 재채기·콧물 누가 좀 말려줘!

    정상인의 코 내부와 알레르기 환자의 코 내부(위부터).

    다만 정씨처럼 임산부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태어날 아기의 알레르기성 질환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임신중의 식사 내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유아 시기의 인공적 영양 수급이 알레르기의 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우유보다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 모유 수유시에도 어머니가 섭취한 단백질이 4~6시간 후 모유 속에 녹아 배출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식사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모유에 섞인 단백질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알레르겐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화식 원장은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영·유아에게는 최소 6개월간 모유를 먹이고, 실내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좋다”며 “집 안에서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등의 항원 회피요법 등을 착실히 실행함으로써 아이의 알레르기 질환 유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환자들의 상당수가 완치가 어렵다고 지레짐작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극복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알레르기는 결코 퇴치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다. 원인 물질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회피요법과 약물치료, 면역요법, 수술요법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중 회피요법은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을 찾은 후 그 물질에 대한 노출을 가급적 피하는 방법. 이는 알레르기의 증상을 훨씬 완화시킬 뿐 아니라 완벽하게만 피한다면 완치도 가능해 가장 중요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가 원인인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엔 증상 발현이 예측 가능하므로 약물 투여로 증상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알레르기 환자는 회피요법과 약물요법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가족력이 있다 해도 아버지와 자녀의 원인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씨 자녀들의 경우도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해 원인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원인을 발견하면 회피요법과 병행해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비강 분무제’를 투약한다. 이런 약물요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이화식 원장은 “수술만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완치시킬 수는 없지만 다른 치료와 수술을 병행함으로써 알레르기성 비염과 이에 동반된 질환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절제술, 전기 응고술, 동결수술, 레이저 수술, 고주파 온열수술, 그리고 최근에 시행되고 있는 아르곤 플라스마 응고술 등을 시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알레르기성 비염. 이번 겨울, 단순한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는 원인 치료, 가족력을 꼼꼼히 따지는 치료로 알레르기라는 ‘천형(天刑)’을 벗어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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