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2002.07.18

남자가 임신하면 엄마야 아빠야

  • < 정규덕/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 >

    입력2004-10-15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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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임신하면 엄마야 아빠야
    각종 환경호르몬에 의해 남성의 정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보고된 바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30세 남성의 정액 1ml당 평균 정자 수가 1940년대에는 1억1000여만 마리에서 90년대에는 절반인 6500여만 마리로 45%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오는 2005년쯤엔 3000여만 마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성의 정자 수 감소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불임’. 실제로 1ml당 정자 수가 2000만 마리 이하의 남성인 경우 무정자증 혹은 희소 정자증으로 분류, 인공수정을 통한 불임시술을 받아야 하는 것.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최근 현대의학은 인공수정에 의한 ‘남성 임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남성 임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인터넷을 통해 남성 임신 후보자를 모집했다. 일반 남성들도 ‘내가 만일 임신한다면…’ 하는 상상을 한번쯤 해보았을 테지만 실제로 임신에 도전한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 그러나 무려 500여명에 이르는 남성들이 ‘임신’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결과는 4명의 후보를 선발하는 데 그쳤지만 만일 ‘남성 임신’이 성공만 한다면 ‘엄마’가 되기를 희망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성과 여성의 성까지도 바꾸는 현대의학의 힘을 볼 때 ‘남성 임신’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배태를 남성의 복강 특정 부위에 넣은 뒤 여성호르몬을 수시로 주입, 정상 여성의 임신과 동일한 환경을 유지해 주면 ‘남성 임신’이 가능해지는 것. 다만 출산 시 따르는 고통과 위험이 여성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여 ‘엄마’가 되는 일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남성 임신’이 종교적으로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인지는 몰라도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나 열정적인 부성애로 임신을 간절히 희망하는 남성들에겐 희소식임이 분명하다. ‘엄마’ ‘아빠’에 대한 개념에 약간의 혼동은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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