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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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엔 보험급여 중단 … “대국민 테러 행위”

  • 최영철 기자

    입력2004-10-15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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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이 남발되는 소화제 처방에는 건강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화기관용 약 급여기준’을 발표하자 의사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럴 바에 건강보험을 없애버리는 게 낫다” 또는 “복지부의 천인공노할 대국민 테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문구상으로는 그리 잘못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 의사들이 왜 이렇게 호들갑 떠는 것일까.

    복지부의 이번 발표에 대한 의사 사회의 분노를 예전처럼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연결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약물과 함께 처방된 소화제는 약으로 인한 위장장애를 막고, 약의 흡수를 빠르게 해 상대적으로 환자의 회복기간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는 것이지, 부작용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다익선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다. 때문에 ‘남발되는 소화제’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왜 이런 고육지책을 꺼냈을까. 답은 간단하다. 날로 불어만 가는 보험재정을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것. 하지만 발상이 너무 단순했다. 복지부의 발표대로 하자면 위가 고장난 것이 증명(내시경 검사를 통해)된 사람에게만 소화제 처방이 가능한데, 다른 약물의 부작용으로 소화기관의 질환이 우려되는 경우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환자의 위가 헐어 구멍이 나도록 지켜보거나, 아니면 환자에게 ‘당신 돈으로 소화제를 사먹으라’고 이야기하라는 것이죠. 소화제 종류에 따라 한 달이나 두 달은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그 이상부터는 안 된다는 규정은 또 무슨 말인지. 게다가 가능한 한 싸구려약(보다 경제적인 약)을 쓰라는 것은 또 뭡니까?”(동인천 길병원 이수찬 원장)

    이제 병·의원을 찾으면 반드시 의사에게 소화제 처방을 호소해야 할 때가 왔다. 돈도 안 되는 일에, 정부로부터 욕까지 먹으면서 소화제를 처방할 ‘천사표 의사’는 우리 주위에 너무나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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