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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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들 자리싸움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15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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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들 자리싸움
    사진 한 장 때문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미지가 형편없이 구겨졌다. 이시장은 7월3일 히딩크 감독의 명예시민증 수여식장에서 아들과 사위를 불러 히딩크와 기념사진을 촬영케 했다가 분노한 시민과 네티즌들의 벌떼 같은 공격을 받아야 했다. 머리를 조아렸지만 나중에 거짓말한 사실까지 드러나 취임 초기부터 시장으로서의 위상이 곤두박질쳤다. 국민들에게 벅찬 희망과 감동을 준 월드컵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처럼 웃지 못할 정치인들의 해프닝이 숨어 있다.

    관람석을 놓고 벌인 전직 대통령의 기싸움은 압권이다.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4강전이 열린 6월25일 저녁,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로열박스. 김대중 대통령과 전두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부부동반으로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같이한 이들이지만 그 자리에 앉기까지는 YS와 조직위, 전 전 대통령측의 3각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문제는 “독재자와 자리를 함께할 수 없다”는 YS의 고집이었다. YS는 이날 자신의 관람석이 전 전 대통령과 나란히 붙은 것을 알고 월드컵 조직위에 재배치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해 조직위는 어쩔 수 없이 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떼어 재배치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연희동 한 관계자는 “애도 아니고…”라고 노골적으로 비웃으며 아예 상대를 안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전인 6월4일 부산에서의 한국과 폴란드전. 이날은 여권 핵심부 처사에 YS가 분노했다. 당초 YS 측근들은 YS가 부산경기 관람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관람 의사를 정부 당국에 전달했다. 그러나 문광부 최고위층에까지 전달된 YS의 부산경기 관람 의사는 정부측으로부터 무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YS가 부산에 내려와 경기를 볼 경우 한나라당 안상영 부산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고 이를 우려한 여권 핵심부에서 ‘관람 의사’를 외면했다는 것. 그러나 조직위에서는 티켓을 보냈지만 ‘배달’이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월드컵 기간중 차량 2부제 시행과 관련해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감시를 당했다. 6월12일과 14일, 90~95%의 참여율을 보이던 차량 10부제가 20일 80%대로 떨어진 것이 발단이었다. 월드컵의 성공을 기원하던 한 열혈시민은 2부제를 지키지 않은 고위공직자를 확인하고 곧바로 여권 고위층에 민원을 제기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이 문제와 관련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월드컵 관람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부부 동반으로 몇 백만원 하는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한다는 소문이 나돈 것. 월드컵은 끝났지만 뒷얘기는 아직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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