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2016.06.15

경제

미국의 일자리, 10년의 교훈

고령화와 IT 혁신이 핵심 원인…변화 방향에 걸맞은 대책만 효과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leebuh@hri.co.kr

    입력2016-06-10 17: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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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되고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는 등 고용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 최근 한국이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고민 중 하나다. 실제로 국내 신규 일자리 수는 2014년 50만 개를 넘어선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올해 들어 10%를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일자리 대책과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더욱 우울한 점은 국내외 어디를 살펴봐도 일자리에 관한 한 부정적인 전망만 가득 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적으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저성장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세계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화’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에 따르는 수요 부족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대 이하로 떨어뜨리면서 고용 창출력 역시 크게 약화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현재 진행되는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은 물론, 그동안 국내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 노릇을 했던 제조업의 공동화도 고용 규모 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외부 상황도 만만치 않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고용시장의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르는 일자리 축소가 첫 번째다.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4차 산업혁명을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한 디지털 혁명(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물리적·디지털적·생물공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시대’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는 기존 세계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총 50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모두 지금이 고용위기라고 하지만 미래에는 이보다 더 치열한 일자리 전쟁이 벌어질 테고, 현재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 이상은 꿈꿀 수 없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사라진 직업, 생겨난 직업

    그러나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변화를 먼저 맞이하고 있는 외국 사례를 통해 정책 대안을 찾고 당면한 현실에 대처한다면 현실을 무조건 우울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직업별 고용구조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이유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일자리 구조는 고령화 같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기존 직업군에서는 2005년에 비해 2015년에 개인보호 및 서비스(개인 간병인, 아동양육시설 종사자, 헤어디자이너), 보건의료 및 의료기술직군(간호사, 자격 실무 및 직업 간호사, 약사 보조원)에서 약 245만 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그래프 참조). 이는 같은 기간 창출된 전체 신규 일자리의 약 32%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 및 의료기술직군에서는 전문 간호사 등 8개 직업, 의료지원직군에서는 채혈사 등 2개 직업이 새로 생겨나면서 총 44만 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고령화에 주목해야 일자리를 얻을 공산이 커진다는 뜻이다.

    둘째, 고용구조는 산업구조 변화에도 빠른 속도로 반응한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고도화가 진전되면서 미국에서는 생산직군에서 118만 개, 사무·행정직군에서 94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그래프 참조). 그 대신 사업 및 금융직군과 컴퓨터 및 수학직군에서는 총 267만개 일자리가 창출돼 생산직군과 사무·행정직군에서 소멸된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특히 컴퓨터 및 수학직군에서는 정보보안 분석가, 웹 개발자, 컴퓨터 네트워크 설계사, 컴퓨터 네트워크 지원 전문가 등 4개 직업이 새로 생겨났고 이로 인해 55만 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더욱이 이 직군은 연봉 수준이나 증가세도 높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산업구조의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간파하는 이들만이 일자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임금만 놓고 보면 신규 직업이 기존 직업에 비해 일자리 수준이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볼 때 미국에서 신규 직업의 평균 연봉은 약 6만9000달러(약 7987만 원)로 기존 직업(4만8000달러)의 1.4배 수준이다. 특히 마취 전문 간호사, 컴퓨터 네트워크 설계사, 전문 간호사의 연봉은 10만 달러가 넘고 정보보안 분석가, 유전학 전문가, 웹 개발자의 연봉도 7만 달러 이상으로 신규 직업의 평균 연봉을 상회한다. 이왕이면 새로 등장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젊은이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가 있는 한국’ 만들려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직업별 고용구조 변화는 사회구조나 산업구조가 변함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로 창출되는 직업과 관련 일자리 수준 역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사례를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미국과 한국의 사회구조나 산업구조에는 큰 차이가 있고, 현 경제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먼저 일자리 창출 대책의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사회구조나 산업구조 변화는 중·장기에 걸쳐 진행되므로, 이와 관련한 대응책은 산업 구조조정이나 급격한 경기변동 같은 단기 사안에 대한 대응책과 분명 달라야 한다. 물론 단기 대응책이 바뀌어 중·장기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산업 및 사회구조 전반의 중·장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직업과 일자리 수요에 대한 정밀한 예측 작업이다. 특히 앞서 살펴봤듯 사회구조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보건·의료·보안·보육 비중이, 산업구조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과학기술 및 융합 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들 유망 분야의 직업을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긍정적 방향의 대응이 중요한 만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생산직이나 일반 사무직 등 축소가 불가피해 보이는 직업군에 대한 고용안전망 강화가 그 첫 번째다. 공공부문 고용 컨설팅이나 고용지원제도를 확충하는 대책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일자리 제공이야말로 복지의 출발점이다. 이와 관련한 산업을 창출하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정책적 대응으로 일자리에서만큼은 ‘미래가 있는 한국’이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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