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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뒷이야기|투수에서 타자로, 타자에서 투수로

포지션 바꾸니 ‘인생 대역전’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포지션 바꾸니 ‘인생 대역전’

포지션 바꾸니 ‘인생 대역전’
운명은 우연한 기회에 바뀐다. 대타자로, 명투수로 성공하는 것도 어느 순간 선택한 길에 따라 결정되는 법. 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얘기다.

한국인 선수로는 여섯 번째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봉중근. 고교 시절 그는 타자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신일고 재학 시절 안치용, 채상병 등과 함께 중심타자로 활약하던 봉중근은 대형 왼손 타자로 스카우트의 눈길을 끌었다.

운명이 바뀐 것은 97년 8월 캐나다 몽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당시 대회를 참관하던 애틀랜타의 인터내셔널 스카우트 빌 클라크(현재는 샌디에이고)는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던 야수의 구속이 무려 92마일(148km)이 나온 것.

빌 클라크는 곧바로 당시 폴 슈나이더 단장에게 전화해 “무조건 잡아야 할 선수”라고 보고했다.

구속 92마일의 주인공은 바로 봉중근이었다.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활약하던 봉중근을 놓고 애틀랜타는 마운드에 베팅을 한 것이다.



2000년 5월 시애틀의 모 스카우트는 투수 추신수를 보기 위해 부산고 운동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통령배에서 무리한 투구로 왼쪽 팔꿈치 통증이 있던 추신수는 피칭을 하지 못했고, 시애틀은 대신 방망이와 주력을 점검했다. 100m를 11초8(이치로는 11초5)에 뛰는 발놀림, 부산고 운동장을 훌쩍 넘기는 그의 타력을 보고 스카우트는 한눈에 반했다.

투수 추신수를 보러 왔다가 타자 추신수를 발견한 셈. 시애틀은 그해 8월 추신수와 계약하면서 ‘파이브 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방망이, 송구, 배트 스피드, 주력, 수비 범위에서 모두 뛰어난 선수)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고교 최고 왼손 투수로 활약하던 추신수에게서 ‘제2의 이치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본 것이다.

포지션 변경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스카우트는 무엇을 보는 걸까. 일반적으로 좋은 투수는 좋은 타자보다 발견하기 힘들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 능하다면 마운드 쪽에 무게를 두는 게 사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의지다. 봉중근은 마운드에서 성공해 제2의 박찬호가 되기를 희망했다. 반면 비교적 작은 키(175cm)에 고민하다 병원에서 척추 점검까지 받았던 추신수는 타자로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다.

2군 경기에서 타자가 모자라 타석에 들어서게 된 롯데 김응국도, 경북고 왼손 투수 이승엽이 타자를 결심한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어느 가전업체의 옛 광고 카피는 아직도 유효한 문구다.



주간동아 335호 (p90~90)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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