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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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깎는 로봇의사 수술 부작용 ‘0’

3차원 멀티CT 인간 한계 극복 … 수술 성공률 99.5% 회복 빨라 ‘환자 대만족’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9-14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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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 깎는 로봇의사 수술 부작용 ‘0’

    로봇을 이용한 무릎 인공관절 수술 원리를 설명하는 장종호 박사와 인공관절(작은 사진).

    사람마다 다르지만 인체의 각 관절은 저마다 정해진 내구연한이 있다. 태어나서부터 접었다 폈다를 쉴 새 없이 반복하는 무릎이나 엉덩이(고관절), 어깨 등의 관절은 세월이 흐르면서 연골이 닳아 뼈끼리 부딪치면 염증이 생기고, 결국 통증 때문에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힘들게 된다. 다만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늙으면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관절염의 치료법도 비약적인 발전을 계속 해왔다. 현재까지 개발된 관절염 치료술 중 가장 ‘최후의 치료법’이자 확실한 치료법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대신 넣는 수술이다. 물론 약물치료나 그밖의 대안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수술이지만, 이만큼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과 불편함을 확실하고 빠르게 제거하는 치료술도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염증이 생겨 제 기능을 못하게 된 관절과 뼈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인공관절을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관절이 있던 자리에 인공관절을 얼마나 정확하게 삽입하느냐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자연스러움의 수준이 달라진다. 그만큼 자연 상태의 관절, 즉 염증이 생기기 전의 관절에 가까운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 인공관절과 인공관절이 박힐 무릎 뼈 사이에 틈이 있어 헐겁거나 반대로 너무 꽉 조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삽입된 인공관절의 방향이나 위치가 잘못됐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인공관절 수술도 인간이 하는 일인 만큼 실수의 가능성이 늘 존재하고, 실제 이런 실수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의사마다 숙련도의 차이가 있는 데다 수술 환경에 따라 2~3mm의 오차가 날 수 있는 까닭. 뼈를 깎는 기구에 실리는 힘의 정도에 따라, 그리고 각도에 따라 엄청난 오차가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인공관절이 들어가야 할 공간보다 큰 경우에는 뼈가 부러지고, 작은 경우에는 염증이 생겨 뼈가 녹아내리거나 부서질 수도 있다. 또 위치나 방향이 잘못되면 수술 후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울 것은 뻔한 이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모두가 수술을 다시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거나 최악의 경우 관절을 쓰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공관절 가장 정확한 데이터 만들어

    그렇다면 의사의 ‘인간적 실수’를 막아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자리 잡은 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 장종호 박사(정형외과 전문의)는 이에 대한 해답을 로봇에서 찾았다. 바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다. 3차원 멀티CT로 수술 전 환자의 관절과 뼈 상태를 모든 방향에서 촬영해 깎을 뼈의 양과 범위, 깊이, 인공관절이 삽입될 가장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위치를 컴퓨터가 계산하게 한 뒤 이를 로봇 수술기기에 입력한다. 그러면 로봇은 컴퓨터의 계산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뼈를 깎아내고, 의사는 가장 적합한 크기의 인공관절을 끼운 뒤 절제한 피부를 봉합하면 수술이 끝나는 것이다.

    뼈 깎는 로봇의사 수술 부작용 ‘0’

    로봇을 이용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모습(왼쪽)과 수술에 쓰이는 로봇.

    이 병원의 3차원 멀티CT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기계로 대부분의 CT가 평면을 촬영하는 데 그치는 반면, 3차원 공간에서 전후 좌우, 상하를 모두 200부분으로 촬영해 환자에게 가장 맞는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장 박사는 “한 번 계산한 데이터가 틀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몇 차례의 가상 수술(시뮬레이션)을 통해 완벽한 수술 데이터만을 로봇수술 기기에 입력한다”며 “로봇수술 기기는 데이터에 따라 뼈를 깎아나가다 힘줄이나 근육, 인대 등 뼈가 아닌 부분이 나오면 자동으로 절삭을 중단하기 때문에 수술 사고는 전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 로봇수술 기기의 오차범위는 0.5mm 이내로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정확성을 구현한다. 사람의 경우 머릿속에 그리는 수술적 계산이 제대로 됐다 하더라도 손에 의해 적확하게 구현된다는 것은 실제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 또 막상 무릎을 열어보면 당초의 계산 및 상황과 완전히 다른 경우도 태반인 점을 고려하면 로봇수술의 등장은 인공관절 수술에서 엄청난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세계 최초로 이 수술이 도입된 것도 모두 이런 인간 한계의 극복을 위해서였다.

    입원기간 3분의 1로 단축

    뼈 깎는 로봇의사 수술 부작용 ‘0’

    강동가톨릭병원 전경.

    국내에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강동가톨릭병원을 비롯해 세 곳. 하지만 3차원 입체 촬영이 가능한 CT를 갖춘 곳은 강동가톨릭병원이 유일하다. 장 박사는 “엑스레이 사진이나 평면 CT를 보고 수술하는 것과 3차원 CT를 보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며 “로봇이 뼈를 깎고 난 뒤 인공관절을 끼워보면 놀라우리만큼 딱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수술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 장 박사는 의사가 그렇게 느낄 정도인데 환자는 어떻겠느냐고 되묻는다. 수술의 정확도가 높다 보니 수술 후 인공관절이 느슨하게 장착된 느낌이나 불안정성, 탈구, 골절, 감염 등의 부작용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병원에서 2003년 10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1명의 경미한 염증 발생을 제외하곤 전원 부작용이 없어 수술 성공률이 99.5%에 달한 것. 이중엔 40대, 50대 환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성인병 하나쯤을 앓고 있게 마련인 60대 이상의 고령자라는 점에서 대단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뼈 깎는 로봇의사 수술 부작용 ‘0’
    강동가톨릭병원이 말하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은 정확성만이 아니다. 기존의 로봇수술은 3차원 입체영상 촬영을 위해 금속 나사못을 수술할 뼈 부위에 박는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했지만, 최신 기술의 도입으로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단 한 번의 수술로 모든 것을 해결한 것. 그리고 기존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수술 과정의 오차로 체중을 실어 걷는 데 6~7일이 걸린 반면, 로봇수술은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전체 체중을 감당하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밖에 기존 수술보다 입원기간이 3분의 1 정도 짧아질 수 있고, 수술 후엔 정확한 관절의 삽입으로 인해 다리 선이 예뻐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물론 최근 수술의 경향인 최소 침습, 즉 가장 작게 절개하고 수술하는 것은 기본으로 도입돼 있다. 특히 최소침습 수술을 하기 힘든 무릎 부위를 특수 고안된 기기를 이용, 절개 부위를 7~10cm로 줄인 것은 또 다른 자랑거리다.

    로봇관절 수술에서 장 박사가 강조하는 특징 중 하나는 수술이 정확해 재수술이 필요 없는 반면, 기존 수술의 실패로 인한 재수술에 이 수술이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 장 박사는 “특히 골 시멘트를 사용한 수술을 다시 할 경우 로봇수술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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