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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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의사들, 훈훈한 스토리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2-16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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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철한 의사들, 훈훈한 스토리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던 각 방송사의 수목 드라마 경쟁에서 ‘외과의사 봉달희’가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먼저 시작한 ‘달자의 꿈’(KBS)과 ‘궁s’(MBC)의 기세에 밀려 전국시청률 13%(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하는 데 그쳤던 첫 방송 이후, 방송 2주차인 1월25일 수목 드라마 시청률 왕좌에 올랐다. 그리고 2월1일에는 21.3%로 인기 드라마의 기준인 시청률 20%대에 안착했다.

    이요원, 이범수, 김민준 등이 열연하고 있는 ‘외과의사 봉달희’는 레지던트 1년차 봉달희가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그간의 의학 드라마(혹은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사에 대한 묘사 부분이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가 환자의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 의사들은 환자와 함께 때론 울고, 때론 아파하고, 때론 기뻐하는 ‘인간적인 존재’다.

    그래서 ‘외과의사 봉달희’는 냉철한 외과의사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36.5℃ 만큼’ 따뜻하다. 이 드라마는 환자와 의사 간의 감동적인 스토리, 병원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응급상황 등 메디컬 드라마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 봉달희(이요원 분)는 실수투성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외과 레지던트다. 오지랖이 넓어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환자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 그는 앰뷸런스가 벼랑 끝에 걸리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눈물을 흘리는 쪽이다. 그의 진정성이 환자를 감동시키고, 나아가 시청자를 울린다. ‘외과의사 봉달희’가 추구하는 이 따뜻한 세계관은 봉달희의 내레이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람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쉼 없이 펌프질을 해대는 뜨거운 심장이 있고, 사람의 몸 구석구석에는 36.5℃의 따뜻한 피가 흐른다. 심장이 멎고 피가 차가워지면 사람은 죽는다. 사람의 피가 36.5℃인 이유는 적어도 그만큼은 뜨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드라마가 메디컬의 전형을 유지하면서도 사랑받는 진짜 이유다.



    사실 이 드라마는 첫 회가 방송되기 전 미국 ABC TV의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를 표절했다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첫 회를 본 누리꾼들은 이건욱(김민준 분)이 수술 전 두건을 챙기는 모습과 봉달희가 식도에 관을 삽입하는 데 실패하는 장면, 레지던트들끼리 식사하는 장면, 당직을 서는 봉달희가 혼자 공부하는 장면 등을 예로 들며 표절 의혹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회를 거듭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게시판에는 ‘봉달희 아나토미’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지만 “표절이면 어떤가, 재미만 있으면 됐지”라는 의견도 늘고 있다.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야기 전개도 ‘그레이 아나토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표절 논란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과의사 봉달희’가 표절 의혹을 넘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아닌 한국적 메디컬 전문 드라마의 새 장을 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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