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한 장면. 이 작품의 거의 모든 장면에는 이처럼 시계가 등장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2월 13일까지 열리는 ‘크리스찬 마클레이 : 소리를 보는 경험’전은 매우 독특합니다. 리움의 미디어 아트를 위한 전시 공간인 ‘블랙박스’에서는 미국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크리스찬 마클레이(56)의 영상 작품 3부작 ‘전화’(1995), ‘비디오 사중주’(2002), ‘시계’(2010)가 ‘전시’되는데요.
2010년 10월 영국 런던의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시계’는 5000여 편의 영화에서 시간과 관련된 장면을 편집, 연결해 하루 24시간을 재현한 대작입니다. 작품의 총 상영시간 역시 24시간이고, 관람객이 있는 현실의 시간과 영화 속 시간도 정확히 일치하죠. 그런데 재깍재깍 울려 퍼지는 초침과 분침은 모양새가 아닌 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전화’(위)와 ‘비디오 사중주’의 한 장면.
마클레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비디오 사중주’는 음향을 중심으로 한 영화 편집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700여 개의 영화 필름을 편집해 4개의 영상으로 결합한 작품으로, 각 화면의 등장인물들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발을 구르고 비명을 지르는 등 각종 소리를 내는데요. 이 영상과 음향이 완벽히 어우러져 마치 사중주단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즉 영화를 음향 중심으로 재편집해 영상을 즐기는 데 시각과 청각의 우선순위를 바꿔놓은 거죠.
이번 전시는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연주장에서는 음악을 감상하리라 기대한 우리에게 귀로 영상을 듣고, 눈으로 소리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데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이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영상 속 친숙한 장면과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일반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문의 02-2014-6901